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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연방판사가 살해됐다! 이야기꾼 존 그리샴의 부활

사기꾼
존 그리샴 지음
안종설 옮김, 문학수첩
440쪽, 1만4000원


존 그리샴이 이야기꾼으로 돌아왔다. 사형 등 사회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묵직한 작품이 주를 이뤘던 최근 그의 근작들과 다르다. 두뇌게임이 뼈대인 복수극으로 무더위를 잊기에 맞춤이다.

 주인공 맬컴 매니스터는 마흔세 살의 흑인 변호사. 아니, 변호사였던 인물이다. 현재는 메릴랜드 주 프로스트버그의 연방교도소에 수감된 죄수다. 그렇고 그런 법대를 나와 고향에서 활동하던 그는 부동산 매입을 대행하다 대형 정치로비 사건에 휩쓸려 복역 중이다. 억울하게 10년 형을 받아 5년을 복역한 그에게 기회가 생긴다. 연방판사 레이몬드 포시트가 살해되는 대형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연방판사가 살해된 것은 미국 역사상 다섯 번째. 수사를 맡은 FBI는 화제가 된 사건을 조기 해결하기 위해 몸이 달지만 진전이 없다. 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의 법률상담을 해주다가 범인을 알게 된 맬컴은 연방 형사소송규칙 35조를 이용한 협상 끝에 FBI에 범인을 찍어주고 풀려난다. 이어 증인으로 설 때까지 범인 일당의 보복을 피하기 위해 이름과 신분, 경력을 바꾸고 성형수술까지 받아 잠적한다. 그런 맬컴이 FBI까지 따돌리며 알 수 없는 행동을 취하면서 거대한 반전이 시작되는데….

 교묘하지만 유쾌한 사기극을 다룬 1974년 아카데미 수상작 영화 ‘스팅’을 연상시킨다. 미국 사법제도의 맹점을 찌르는 맬컴이 교도소 사서로 일한다든가, 미국령 버진 군도로 도피하는 데선 팀 로빈스 주연의 영화 ‘쇼생크 탈출’의 분위기가 난다. 그런가 하면 전신성형수술 등 ‘증인보호 프로그램’의 세부 묘사에선 제프리 디버의 숨막히는 스릴러 『엣지』가 떠오르는 복합적 오락물이다.

 실화에서 모티브를 취했던 그리샴의 전작들과 달리 이번 소설은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지어낸 사건을 풀어낸 진짜 ‘이야기’이다. 피 튀기는 장면도 없고, 총알이 오가지도 않고, 미국 드라마 CSI에서와 같은 첨단 기법도 등장하지 않는데 책을 잡으면 놓기 힘들 정도다.

 사실 그리샴은 대중적 작가로만 규정하기는 힘들다. 전 세계에서 2억5000만 부가 팔리고, 11개 작품이 영화화된 초특급 베스트셀러 작가이긴 하지만 그렇다. 그의 데뷔작 『타임 투 킬』은 미국 남부의 인종차별을 주제로 한 진지한 작품이었다. 그래선지 국내에는 1991년 마피아 계열의 로펌에 입사한 젊고 야심찬 변호사의 분투기를 다룬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가 먼저 소개됐고 데뷔작은 영화화에 맞춰 한참 늦은 96년 출간됐다. 이후 『펠리컨 브리프』 『레인 메이커』 등으로 인기몰이를 했지만 작품들은 진지함과 오락성 사이를 오갔다. 게다가 실화소설(『이노센트 맨』), 야구소설(『캘리코 조』), 청소년물(『시어도어 분』) 등으로 ‘외도’하며 갈수록 흡인력이 떨어진다는 인상을 주었다.

 이번 작품에도 “미국은 죄수 한 명을 1년 동안 가둬두는 데 4만 달러를 쓰는 반면 초등학생 한 명을 1년 동안 가르치는 데 8000달러를 쓰는 나라다” 등 곳곳에 날카로운 비판이 번득이긴 한다. 하지만 모처럼 그리샴 애호가들의 갈증을 달래줄 ‘페이지 터너’로 손색이 없다.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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