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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첫 번째 큰 실패를 맛본 그대에게

혜 민
스님
“스님, 지원했던 대학에서 다 떨어졌어요. 지금 저 자신이 너무 초라하네요. 다시 공부를 해야 되는데 마음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는 임용고시 준비를 3년 했어요. 그런데 같이 준비하던 친구들은 다들 붙었는데 저만 또 떨어졌어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시험을 다시 준비해야 할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다른 길을 찾아봐야 할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회사를 그만두고 가게를 시작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손님이 없어서 망했습니다. 식구들 볼 면목도 없고 경제적으로 힘들어져서 의기소침해 있습니다. 스님께서 기운을 좀 북돋아 주세요.”

 내 인생에 찾아온 첫 번째 실패는 너무도 아픕니다. 누구에게나 예외 없지요. 실패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울 때 ‘설마’라는 생각을 하기 마련입니다. 경쟁률이 높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설마 합격하겠지, 요즘 경기가 안 좋다지만 열심히 하면 내 가게만큼은 설마 성공하겠지 하고 막연한 상상을 합니다. 시험에 떨어지고 난 후, 가게가 망하고 난 후 어떻게 할지를 구체적으로 미리 생각하고 준비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특히 열심히 산 사람, 목표만 바라보고 열심히 달려온 사람의 경우에는 그 꿈이 좌절됐을 때 다른 대안은 생각해보지 않았기에 앞이 더 캄캄합니다. 또한 어렸을 때부터 공부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던 사람일수록, 큰 어려움 없이 순탄하게 살아온 사람일수록 자신의 인생 앞에 찾아온 첫 번째 실패 앞에서 더 크게 좌절합니다.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지금 같은 실패가 내 인생에서 수십 번은 더 찾아올 거라는 사실을요. 앞으로도 내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이 무수히 많을 거라는 사실을요. 그리고 이런 좌절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겪어내야 한다는 사실을요. 즉 지금 실패는 아주 정상적인 경험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실패를 경험했다고 해서 내가, 내 인생 전체가 ‘실패자’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내게 결함이 있어서도, 내가 남들보다 못나서도 아닙니다. 단지 실패는 ‘내가 성취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나의 접근 방식이 잘못 되었구나’를 가르쳐주는 귀중한 계기일 뿐입니다. 그래서 냉정하게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지금의 실패가 나에게 준 가르침이 무엇이지?’라고 말입니다. 실패의 원인에 대한 답이 정확하게 나와야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이 빠지면 똑같은 실패를 또 한 번 반복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승려가 취직 때문에 힘들었다고 하면 좀 우습지만, 저도 미국에 있는 대학 교수 임용 과정에서 쓰라린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가장 마음에 두었던 대학에서 불합격 소식을 듣고 난 후 저는 큰 좌절감에 빠졌습니다. 아직 다른 학교 인터뷰가 여러 군데 남아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내 능력에 대한 총체적인 의문도 들고 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며칠 후 새벽에 깨서 내가 왜 그 학교에 떨어졌을까에 대한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니 알 수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제가 가지고 있는 최선의 모습을 그냥 잘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이 틀렸던 것입니다. 학교가 원했던 것은 노력하는 내 최선의 모습이 아니고, 그 학교가 지금 필요로 하는 능력을 이미 지니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즉 저는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데 너무 안일했던 것입니다. 무슨 일을 도모할 때 그 일이 잘되려면, 그 일의 시작이 내가 되면 안 되고 상대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그 실패를 통해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지금 대학 입시에 실패해서 힘드신가요? 그렇다면 그냥 좀 더 열심히 공부하면 되겠지 막연히 생각하지 말고, 어떤 잘못된 습관 때문에 성적이 오르지 않는지 구체적으로 답을 찾아보세요. 지금 고시에 떨어져서 방황하시나요? 이번 딱 한 번만 더 시험에 도전해보고 안 되면 다른 길을 찾아보겠다고 가족들 앞에서 맹세하세요. 마지막이라고 다짐을 하면 죽기 살기로 열심히 하게 될 것이고, 설사 훗날 다른 길을 가게 되더라도 ‘그때 조금만 더 해볼걸’ 하는 후회를 남기지 않습니다. 가게가 망해서 좌절하셨나요? 그렇다면 왜 망했는지 누구 탓할 생각하지 말고 냉철하게 스스로에게 그 원인을 물으세요. 혹시라도 재도전하게 된다면 준비 기간을 처음보다 세 배 이상의 시간을 가지고 철저하게 분석하고 준비하세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실패, 그 실패를 경험할 때마다 나만의 인생 노하우가 쌓이게 된다는 점 잊지 마십시오. 여러분의 재기를 응원합니다.

혜민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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