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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이스라엘은 하는데 우리는 못 하는 것

유지혜
정치 국제부문 기자
‘마지막 나치 사냥꾼’으로 불리는 에프라임 주로프 시몬비젠탈센터 소장과의 인터뷰(본지 6월 11일자 8면) 성사는 그야말로 뜻밖이었다. 세계 각지에 숨어 있던 나치 전범들이 적발될 때마다 외신에서 그의 말을 인용하는 걸 보고 시몬비젠탈센터로 인터뷰 요청 e메일을 보내긴 했지만, 과연 그가 관심을 보일지 회의가 앞섰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e메일을 보낸 지 불과 세 시간 만에 그가 직접 답신을 보내온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일본 정치인들의 전쟁범죄 부인 행태를 우려하고 있었다며 꼭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오히려 부탁을 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그와 인터뷰에서 정작 어려웠던 것은 섭외나 기사 작성이 아니라 질문지 준비였다. 그의 활동을 취재할수록 “우리나라는 어땠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본 전범 처리에 대한 기자의 지식이 얕아 부끄럽기까지 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책과 논문을 뒤지며 한 번 더 놀라야 했다. 자료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참고할 문헌 자체를 찾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독일과 일본의 전후 역사의식 비교는 간혹 있었지만, 일본 전범 처리를 주제로 한 자료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적었다.



 국제법과 국제사회의 관습상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나 일본의 위안부 동원은 똑같이 ‘국내법의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는 반인도 범죄’다. 원칙적으로 지금도 일본 전범을 기소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범 사냥 자체가 우리에게는 생소하기만 한 개념이다. 전후 반인도 범죄로 처벌된 일본 전범은 극소수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아직도 아파하는 피해자가 있는데, 가해자를 벌줄 생각은 하지도 않는 모순된 상황이다.



 그래서 주로프에게 던진 첫 질문이 “한국과 달리 이스라엘은 지금도 전범을 처벌할 수 있는 이유가 뭘까”였다. 그는 “결국 정부만이 전범을 기소할 수 있다”며 이스라엘 정부가 외국에 숨은 전범을 직접 납치해 와 자국 법정에 세운 예를 들었다. 그리고 “유대민족은 우리가 당한 일과 공포를 아주 잘 기억하고 있고, 그런 짓을 저지른 자들도 절대 잊지 않겠다고만 말하겠다”고 했다. 직접적 답은 아니었지만, 정부와 국민의 의지에 달린 문제라는 뜻으로 들렸다.



 정의의 여신이 들고 있는 칼은 처단할 불의의 대상을 차별하지 않는다. 우리가 당한 일이 유대인들보다 덜하지 않은데, 그 칼로 일본 전범을 내리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가해국인 독일과 일본의 태도 차이를 비교하기 전에 이 질문부터 해보자. 혹시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유지혜 정치 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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