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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중국이 진정한 G2 국가 되려면

박 진
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
아시아미래연구원 상임대표
중국은 국가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공공외교의 일환으로 정부 예산을 들여 중국어와 문화를 전파하는 공자학원을 해외에서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는 세계 제2의 경제대국, 즉 G2 국가로서 국제무대에서 미국과 신대국 관계를 추구하려는 중국의 의도가 담겼다. 즉 공산당 일당지배하에 부국강병으로 지역패권을 추구하는 위협적인 나라가 아니라 동양의 유교문화를 잉태한 문명국가로서 인륜의 도리와 조화로운 사회를 추구하는 품격 있는 나라라는 인식을 심으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중국 베이징(北京) 천안문 앞에 새로 단장한 중국역사박물관에는 공자의 동상이 서 있다. 공자의 고향인 산둥(山東)성의 취푸(曲阜)에 가면 공자를 모시는 공부(孔府), 자손들이 대대로 살던 공가(孔家), 공자의 무덤인 공묘(孔廟)가 국가 차원에서 보존되고 있다. 공자는 세상이 어지럽던 춘추전국시대에 이상적인 통치를 위한 인륜의 도리와 인간존중의 철학을 설파한 성현이자 인문사상가였다. 마오쩌둥(毛澤東)이 이끄는 중국공산당이 혁명으로 정권을 잡은 뒤 권위주의적이라는 이유로 유교사상이 배척되고 문화혁명의 광기 속에서 공자 격하운동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뿌리 깊은 유교문화는 21세기에 들어와서도 그 명맥을 이어 가고 있다.



 문제는 과연 중국이 인륜의 도리와 인간생명을 존중하는 문명국가로 인식되는가에 있다. 최근 라오스에서 9명의 탈북 고아 청소년이 대한민국의 품에 안기기 직전 북한 요원들에 의해 비행기에 실려 중국을 가로질러 사지로 강제북송되는 충격적인 사태가 발생했다. 이들 탈북 ‘꽃제비’ 중에는 인신매매로 팔려가서 성적 학대를 받다가 가까스로 도망친 15세 소녀도 있었고, 보육원에서 자라 꽃제비로 유랑걸식을 하다 세 번 탈북하는 과정에서 동상으로 발가락을 잃은 23세 청년도 있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헌법상 탈북자를 자국민으로 보호해야 할 분명한 책임이 있고, 라오스 정부도 이들을 난민으로 대우해 생존을 위한 선택의 자유를 허용할 국제적인 책임이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대응이 늦었고 라오스 정부는 이들을 강제추방했다.



 중국도 탈북자 강제북송을 묵인했거나 이를 방조하였다면 응분의 책임이 있다. 북한 측은 이들에게 ‘통과 비자’를 발급받도록 해서 중국의 공권력을 피해 갔다고 한다. 그러나 생사의 갈림길에 봉착한 어린 탈북 청소년들이 중국 대륙을 가로질러 끌려가면서 곳곳에 깔린 공안당국의 검문이나 제지 없이 고스란히 강제북송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중국은 지난해 봄에도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가 불거지자 이들을 유엔난민협약에 따른 ‘난민’이 아니고 ‘불법 월경자’로 규정하면서 오히려 이 문제로 중국을 공개적으로 압박하면 조용한 해결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상한 논리를 폈다. 애당초 동남아의 라오스 탈북 루트가 열리게 된 것은 중국이 한국 정부의 거듭된 반대와 항의에도 탈북자 북송정책을 취해왔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문명국가로서 인륜의 도리와 인간 존중에 바탕을 둔 탈북자 인권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문명국가의 국격을 추구하는 이성과 양심의 목소리는 이제 5억 명이 넘는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이달 말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간의 첫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는 중요한 의제로 다뤄져야 한다.



 공자학원이 가르치는 문명국가 중국의 이미지와 탈북자를 북송하는 비인도적인 중국의 이미지는 결코 양립할 수 없다. 오늘날 공자가 살아 있다면 탈북자 강제북송에 대해 과연 뭐라고 논평할까.



박진 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 아시아미래연구원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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