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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멈춰! 보행 중 흡연

강갑생
JTBC 사회 1부장
때 이른 무더위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밖을 다니다 보면 햇살은 따갑고 조금만 걸어도 땀이 꽤나 흐른다. 더위 속에 더 곤혹스러운 건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담배 연기다. 출퇴근 시간이나 점심시간처럼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이면 어김없다. 인파 속에서 담배를 피우며 걷는 사람들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좁은 길, 붐비는 길에서 ‘보행 중 흡연자’가 앞에 있기라도 하면 낭패다. 별도리 없이 한동안 담배 냄새를 강제 흡입해야 한다. 유독 나만 민감한가 해서 인터넷을 뒤져봤다. 그런데 보행 중 흡연에 대한 나쁜 기억에서부터 법으로 단속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즐비했다. ‘걸어가면서 담배 피우는 사람을 한 대 패주고 싶다’는 격앙된 글도 있다. 많은 사람이 보행 중 흡연을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JTBC가 보도한 기사만 봐도 알 수 있다. 거리로 나가 시민들에게 보행 중 흡연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응답자 136명 중 무려 89%가 단속해야 한다고 답했다.



 길거리 간접흡연은 순간적인 불쾌감에만 그치지 않는다. 실제로 한 방송사에서 대기성분 측정기를 들고 흡연자의 뒤를 1m 간격을 두고 따라가 봤다. 반복 측정한 결과 초미세먼지가 연간 환경 기준치의 100배에 달했다.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는 최대 32배 증가했다. 이런 형태의 간접흡연에 장기간 노출되면 건강에 어떤 악영향이 있을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또 어른이 손에 들고 걸어가는 담배 높이가 어린이 눈높이와 거의 같아 상당히 위험하다는 얘기도 새삼 강조가 필요 없다. 이 모두가 보행 중 흡연을 규제해야 하는 상당한 이유들이다. 일본과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보행 중 흡연을 금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 2년 전쯤 보행 중 흡연은 거리의 무법자로 단속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은 칼럼을 중앙SUNDAY에 쓴 적이 있다. 마침 얼마 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있었고 여당 후보가 ‘보행 중 흡연 단속’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이 후보는 낙선했고 그 뒤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아니 상황이 더 나빠졌다는 게 맞는 표현일 듯싶다. 금연구역이 확대된 때문인지 거리에 나오면 마치 해방구를 만난 듯 담배부터 꺼내 무는 흡연자가 많아졌다. 그에 비례해서 비흡연자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그렇다고 흡연이 불법이 아닌 이상 무조건 흡연자들에게 자제만 요구하기도 어렵다. 외국까지 멀리 갈 것도 없이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을 보면 나름대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이들 공항에선 여객 터미널 밖에 별도의 흡연실을 마련해 놓았다. 맘놓고 담배를 피워도 흡연실 밖 행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거리도 마찬가지다. 곳곳에 흡연공간을 만들어 주고 나머지 공간에선 흡연을 집중 단속하는 게 요구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더 이상 보행 중 흡연을 방치해선 안 된다. 관련 법과 조례를 신속히 정비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래야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 편해진다.



강갑생 JTBC 사회 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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