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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급한 그리스, 국영방송 폐쇄

그리스의 음악가들이 11일(현지시간) 아테네의 국영방송사 ERT 건물 앞에서 정부의 폐쇄 조치에 항의하는 연주를 하고 있다. [아테네 신화=뉴시스]


“다른 민간 방송사에 비해 운영비는 3∼7배가 들고 인력은 4∼6배가 많으면서 시청률은 다른 방송사 평균의 절반밖에 미치지 못했다. 불투명한 경영과 낭비의 천국이었다. 하지만 이도 오늘로 끝이다.”

정부 "낭비천국 그만" 전격 단행
"집권당 비판해 미운털" 시각도
사회당도 반발 … 연정 다시 흔들



 시모스 케디코글루 그리스 정부 대변인이 11일 오후(현지시간) 안도니스 사마라스 총리의 성명을 대신 읽었다. 그리스 유일의 국영방송사 ‘엘리니키 라디오포니아 틸레오라시’(ERT)의 문을 닫는다는 선언이었다. ERT방송은 오후 11시쯤 송출이 중단됐다.



 전격적인 결정이었다. BBC 방송에 따르면 정부의 사전 예고나 의회에서의 논의는 전혀 없었다. 각료회의 의결도 거치지 않았다. 그리스 정부는 ‘합법적인 특별 조치’라고 설명했다. 방송국 직원과 상급 노조단체 등의 저항을 피해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ERT의 한 기자가 송출이 중단되기 직전 방송에 나와 “정부의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ERT 폐쇄는 그리스 정부의 공공부문 구조조정 작업의 일환이다. 그리스 의회는 지난 4월 내년까지 1만5000명의 공공부문 인력을 추가로 감축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유럽연합(EU)·국제통화기금(IMF)·유럽중앙은행(ECB)의 구제자금을 받는 데 필요한 조건이었다.



 1938년 설립된 ERT는 3개 전국 지상파 TV 채널과 6개 라디오 채널 등을 운영했다. 19개 지역 라디오 방송국도 갖고 있다. 근로자는 모두 2600여 명. 이들은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됐다. 그리스 정부는 보상금 지급을 약속했다. 방송기자 출신인 케디코글루 대변인은 “지금보다 훨씬 작은 규모의 민간 방송국으로 재개국하게 될 것이다. 그때 일부 직원은 다시 채용된다”고 말했다.



 ERT는 시청료로 운영비를 충당했다. 전기요금 청구서에 매달 4.3유로(약 6500원)를 함께 부과하는 방법으로 연간 4500억원을 걷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명예퇴직’ 보상금 등 추가 예산이 필요해 정부에서 전체 운영비의 약 25%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받았다.



 ERT 폐쇄는 그리스 최대의 정치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변인 발표 직후 ERT 직원과 노조단체 회원, 시민 등 수천 명이 아테네 시내의 ERT 방송국 앞으로 몰려와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야당인 좌파 정당 시리자뿐만 아니라 3당 연합정권을 구성하고 있는 사회당과 민주좌파당에서도 반대를 표시했다. 이는 다수 집권 세력인 우파 정당 신민당이 연정 파트너와 상의하지 않고 결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신민당이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방송을 없애려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ERT는 사회당에 우호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평을 받아왔다. 사회당 대표 에방겔로스 베니젤로스는 “국영방송 철폐는 동의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리스에선 이 일로 연정이 붕괴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런던=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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