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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욕심 내면 판 깨져" 김하중 "국민 감정 고려를"

김대중정부 때 통일부 장관으로 2000년 첫 남북 정상회담을 주관한 박재규(69) 경남대 총장,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 연이어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68) 원광대 총장, 김대중·노무현정부 때 주중대사를 거쳐 이명박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지낸 김하중(66) 전 장관. 2007년 이후 6년 만에 서울에서 열리는 남북 장관급 회담을 앞두고 본지는 김대중·노무현·이명박정권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들 세 명을 긴급 인터뷰했다.



전직 통일부 장관 3인의 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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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회담선 서둘지 마라” 한목소리



 세 명의 전직 장관들은 남북 실무 접촉이 성사되고 장관급 회담이 확정된 데 대해 안도하면서 “장관급 회담에선 비핵화 요구를 너무 강하게 할 필요는 없다”(박재규·정세현)고 조언했다. 남북 정상회담 문제에 대해선 “첫 장관급 회담부터 서둘러 제기하기보다는 신뢰를 쌓아 가면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데 세 사람의 견해가 일치했다. 인터뷰는 개별적으로 진행됐으나 독자 편의를 위해 공동문답 형식으로 구성했다.



 -전격적으로 남북 대화가 성사된 배경은.



 “세 가지 요인이 있다.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박근혜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북한을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됐다. 미국과 중국이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고 남북 대화를 먼저 하라고 주문한 것도 효과를 봤다. 미·중 정상 회동(7∼8일)과 한·중 정상회담(6월 말)을 앞두고 비핵화 압력이 커지면서 북한이 대화에 빨리 나온 측면도 있다. 장관급 회담을 잘 풀면 대결 국면에서 대화 국면으로 넘어갈 것이다.”(박재규)



 “북한은 한·미 군사훈련과 정상회담이 끝나자 최용해 특사를 중국에 보내 판을 바꾸려고 시도했다. 우리가 원칙을 지켜 북한이 고개 숙이고 나왔다는 주장은 아전인수식이다. 남북 회담의 모양새를 취해 미국이 북·미 대화에 나오기 편하도록 한 측면이 있다. 관건은 남북 대화 이후 미국이 북·미 대화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오느냐에 달렸다. 북한은 남북 대화를 북·미 대화로 가는 징검다리로 삼으려 할 것이다.”(정세현)



 -대화에 응한 것이 북한의 국면 전환용인가.



 “미·중 정상 회동 직전에 이뤄진 걸 보면 북한이 받아 온 압력을 낮춰보려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 표면에 나타난 현상만 갖고 낙관하긴 이르다.”(김하중)



박재규 “북, 핵·경협 분리 투트랙 전략”



 “한·미 군사훈련과 한·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대화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미·중 정상 회동 직전에 회담 카드를 꺼냈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경제 건설과 핵 보유라는 ‘병진 노선’이 결정된 뒤 핵 문제는 6자회담과 북·미 대화로 풀고, 경제 문제는 박근혜정부와의 남북 협력으로 풀겠다는 김정은 정권의 투트랙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박재규)



 -비핵화 전제 없이 근본적인 남북 관계 개선이 가능할까.



 “북한과 장관급 회담을 하는 이유는 핵 문제 해결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처음부터 욕심을 너무 많이 부리고 비핵화라는 북한의 항복을 받아내려고 하면 판이 깨질 수 있다.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라도 회담장에선 비핵화와 6자회담 참여를 요구하되 관계가 틀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남북 대화라는 입구로 들어가 비핵화의 출구로 나오는 것 아닌가.”(정세현)



 “미·중 정상이 비핵화의 메시지는 충분히 전달했다. 장관급 회담에서 처음부터 비핵화를 너무 강하게 들고 나올 필요는 없다. 신뢰를 쌓아 비핵화까지 풀겠다는 박근혜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현실적인 해결책이라 생각한다.”(박재규)



 -장관급 회담에서 정상회담을 제안하는 게 좋을까.



 “지금 서둘러 얘기할 필요는 없다. 회담 진전 상황을 봐 가면서 판단하는 게 바람직하다.”(김하중)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다. 2∼3년간 신뢰를 쌓은 뒤에 꺼내는 것이 좋다.”(정세현)



 “이번에 세 가지 의제(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를 풀려면 올 연말 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신뢰가 쌓이면 비핵화 문제 설득을 위해서라도 그때 가서 논의할 수 있을 거다.”(박재규)



 -세 가지 의제에 대한 논의는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까.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 북한은 더 많은 우리 기업의 투자와 근로자 기숙사 신축을 받아내려 할 것이다. 금강산 관광의 경우 과거에 한 사과 발언 등을 북측 대표가 회담장에서 거론하고 우리가 이를 북한 당국의 사과로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풀면 된다.”(정세현)



“북 통 크게 나오면 남은 관대해져야”



 “북한은 시간을 낭비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은 우리 측이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고 하면 북측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개성공단 재개와 남북적십자 회담도 결국 풀릴 것이다. 북한이 통 크게 나오면 우리는 관대한 자세가 필요하다.”(박재규)



 “이산가족 상봉은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우리 정부의 기본 방침을 어느 정도 견지하면서 할지를 봐야 한다. 너무 유연하게 하는 것은 국민 감정을 고려해야 한다.”(김하중)



-북측은 6·15 공동선언과 7·4 공동성명 기념행사를 남북이 함께 치르자는데.



 “장관회담까지 시간이 너무 짧기 때문에 개성공단 등 3개 의제에 집중해 지혜와 에너지를 모으는 것이 좋다. 우리 민간단체들도 남북 관계를 좋게 푸는 데 도움이 되도록 정부의 입장을 이해해주면 좋겠다.”(박재규)



 “박 대통령이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2년 발표한) 7·4 공동성명을 2002년 직접 방북했을 당시 여러 번 강조한 사실을 북측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을 의식해 7·4를 기념 대상에 넣으면서 6·15도 있는 그대로 중요시하자는 것이 북측의 생각일 것이다.”(정세현)



 - 류길재 통일부 장관에게 조언한다면.



 “장관급 회담은 정치 회담이다. 정해진 의제 외에 각자의 관심사를 돌출적으로 제기할 수 있다. 회담을 주도하되 북을 굴복시키려고 하면 안 된다. 장관급 회담을 잘해야 한·중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이 중국에 ‘북한을 설득하라’고 요구할 입지가 생긴다.”(정세현)



 “과거 수십 년간 남북 간에 많은 발표가 있었고 국민들은 환영과 실망을 반복하는 패턴이 이어졌다. 생각 못한 변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지나친 낙관보다는 의연하고 신중하게 임하길 바란다.”(김하중)



 “좋은 대화가 계속 이어지도록 분위기를 잘 만들면 좋겠다.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보인다면 남북 모두 비난받을 것이고, 이번 기회를 잘 살리면 박수 칠 일이 더 많을 것이다.”(박재규)



장세정 기자



◆박재규=경남대 총장이자 대통령자문통일고문회의 고문. 북한학 1세대 학자로 유명하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추진위원장을 지냈으며, 남북 장관급회담 수석대표로 남북경협 문제 등을 놓고 북측과 수차례 협상했다.



◆정세현=원광대 총장이자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 개성공단 착공 및 개발 때 남북 장관급회담 수석대표로 나섰다. 민화협 대표상임의장(2005~2009) 도 지냈다.



◆김하중=외시(7회) 출신으로 외교부 아주국장을 거쳐 청와대 의전비서관(1998~2000), 청와대 외교안보수석(2000~2001)을 역임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걸쳐 6년5개월간 최장수 주중대사를 역임한 ‘중국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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