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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박한 '대리 정상회담' … 북한, 2002년 연구하는 듯

2002년 5월 국회의원 신분으로 평양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숙소인 백화원초대소를 찾아온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만찬장으로 가고 있다. [중앙포토]


12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남북 장관급 회담은 남과 북의 새 정권이 들어선 후 처음 열리는 고위급 회담이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간의 대리전이란 얘기도 나온다. 김용철(정치학) 부산대 교수는 9일 “김정은의 지령을 받은 북한의 장관급 인사와의 회담은 남북관계에 대한 김정은의 생각을 가늠해볼 시금석”이라며 “이번 회담을 통해 도발을 지속해온 북한의 실제 의도를 파악하고 남북관계의 해법을 찾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장관급 회담은 남북관계 시금석
박근혜, 방북 때 '신뢰 구상' 완성
당시 언급 내용 이번 회담 의제로
박·김 만남 배석 장성택 역할 관심



 김정은은 집권 후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려 했지만 오히려 고립을 자초하며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회담이 ‘잘 알려지지 않은 호전적인 젊은 지도자’ 김정은의 구상과 향후 전략을 가늠해볼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과거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회담 때 회담 실무자들에게 직접 회담 경과를 보고받고 일일이 회담의 지침을 내렸던 것처럼 김정은 역시 이번 회담 때 일일이 가이드라인을 지시할 것으로 보인다. 공식 외교무대 데뷔를 앞둔 전초전의 성격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다.



 박 대통령의 입장에서도 이번 회담은 김정은을 상대로 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실효성을 가늠할 단초가 된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2002년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의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난 뒤 대북정책을 완성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박 대통령은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서 “북한에 다녀온 이후 나는 남북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그것은 바로 진심을 바탕으로 상호 신뢰를 쌓아야만 발전적인 협상과 약속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적었다.



 일각에선 북한이 이번 대화를 시작하면서 2002년 박 대통령의 방북 과정을 분석했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회담에 앞서 7·4 남북공동성명과 이산가족 문제 등을 언급했다. 11년 전 박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과 논의했던 내용이다. 북한이 유화국면으로 전환하면서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장성택은 박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간 만찬 등 행사에 배석했던 인물로, 최근 한 달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만약 장 부위원장의 최측근인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장관급 회담에 수석대표로 나오게 될 경우 그의 역할이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냉철하고 신중하게”=장관급 회담 실무접촉이 이뤄진 9일 청와대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는 아주 냉철하고 신중하고 조용하게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오랜만에 남북이 대화를 하는데 국민이 기대를 했다가 실망을 하면 안 된다. 이럴 때는 아주 조용하게 지켜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밝히고 있는 민주당에 대해서도 “정상회담이라는 말 자체를 꺼내지 마라. 지금 실무접촉을 하는 건데 벌써 그런 얘기하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신중론은 협상전략과 관련이 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예측이 가능하다는 말이 있다”며 “북한은 정부의 입장이나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시시각각 협상 전략을 수정해나오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신중한 자세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협상카드를 미리 다 보여주고는 제대로 된 협상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과의 대화에서는 원칙적 접근을 강조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남북 대화 재개는) 대통령의 진심과 신뢰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의 진심이 통한 것”이라며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과 관련해서는 단순한 ‘사업 재개’를 넘는 (재발방지책 차원의) 국제화 등에 대해 반드시 논의가 이뤄지고 앞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개성공단의 일방적 폐쇄를 막기 위해 유럽이나 중국 자본 유치 등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장관급 회담 결과는 물론이고 박 대통령과의 만남 등에 대해서는 어떠한 예단도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 대통령은 10일 오후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주재해 향후 일정과 의제 등을 논의한다. 대통령 주재 외교안보장관회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위협이 고조됐던 지난 4월 2일과 개성공단 사태와 관련해 열린 같은 달 26일 이후 세 번째다.



강태화·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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