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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의 시시각각] '남북대화 환각증' 안 된다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현대사에는 수많은 국가 간 대화가 있다. 모든 대화는 문명국 간에 상황을 개선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남북대화만은 다르다. 남북 양극화가 너무 처절하기 때문이다. 남한은 자유와 번영의 한국문명(the Korean Civilization)을 이뤄냈다. 반면 북한에는 역사상 가장 기이한 비(非)문명이 있다. 남북대화의 최종목표는 2500만 인류를 비(非)문명에서 구해내는 것이다. 그래서 남북대화는 잔치가 아니다. 생존게임이다.



 1990년 통일까지 서독과 동독은 많은 대화를 가졌다. 독일은 한반도와는 달랐다. 동독은 서독을 침략하거나 테러를 저지르지 않았다. 핵을 개발하지도 국민을 굶기지도 않았다. 두 나라 소득격차도 3배에 불과했다. 베를린 장벽이 있었지만 양쪽은 문명적으로 교류했다. 서독이 돈을 주면 동독은 정치범을 넘겨줬다. ‘자유를 산다’는 프라이카우프(Freikauf)였다. 26년간 비밀리에 3만3000여 명이 서독으로 건너갔다.



 20세기 중반 인류는 핵 공포에 시달렸다. 미국과 소련이 경쟁적으로 핵을 늘렸기 때문이다. 양국은 69년 대화를 시작했다. 협상은 ‘더 늘리지 말자’(SALT)로 출발해 ‘아예 대폭 줄이자’(START)로 진화했다. 닉슨·레이건·부시는 소련·러시아 지도자와 30여 년간 씨름했다. 덕분에 핵은 많이 줄었다. 숫자도 숫자지만 인류는 핵 문제에서 진보했다. 역사에 남을 문명적인 협상이었다.



서독·미국 지도자들은 모두 강력한 자신감으로 동독과 소련을 상대했다. 자신감의 원천은 자유민주체제와 경제력이었다. 염돈재는 서독주재 공사로 통일을 지켜봤다. 그는 저서 『독일통일의 과정과 교훈』에서 이렇게 분석한다. “서독의 동방정책도 힘이 있어 가능했다. 통일의 동력은 힘이다.” 레이건은 ‘강력한 미국’ 정책으로 ‘악의 제국’ 소련을 해체했다. 뱁새 소련은 황새 미국을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후 처음으로 남북대화를 시작한다. 그는 그동안 북한을 제대로 다루었다. 도발엔 대가가 따를 거라고 경고했다. 개성공단은 원칙으로 대했다. 그러자 일단 북한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모든 게 이제 시작이다. 서독·미국 지도자처럼 박 대통령은 협상을 주도해야 한다. 자유체제의 우월성으로 북한을 조련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북대화 환각증’을 경계해야 한다.



 6년 만에 대화가 열리자 남한에선 ‘남북대화 환각증’이 재발하고 있다. 환각증이란 내용이 무엇이든 대화만 진행되면 남북 간 문제가 풀리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 증세는 특히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심해졌다. 환각증 사람들은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자 전쟁 위험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6자회담이 열리자 북핵은 걱정 없다고 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이들이 있다. 공단과 관광은 남북대화의 상징이며 북한을 변화시킬 거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것도 일종의 환각이다. 금강산은 튜브(tube) 관광이다. 튜브 속을 지나는 것처럼 완전히 밀폐된 것이다. 개성공단은 외로운 섬이다. 북한이 공단으로부터 자유경제체제를 배우면 의미가 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 세월이 말해주듯 ‘초코파이 효과’도 지극히 제한적이다. 공단이나 관광이나 개방 효과는 거의 없다. 대신 매년 8000만 달러가 북한 정권으로 간다. 변화는 환각이고 실체는 달러인 것이다.



 박근혜는 남북대화에서 환각을 거둬내야 한다. 대화를 위해 공단과 관광을 협상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본질적으로는 핵 포기를 압박하는 고리로 활용해야 한다. 북핵 해결이 없으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도 환각이 될 것이다. 북한은 93년 핵개발을 선언했다. 이후 20년간 남한엔 환각증이 있었다. 박근혜는 어느 쪽이 될 건가. 환각증 환자인가 아니면 의사인가.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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