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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모피아가 부활한다면 한국 금융, 지금 위기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10여 년 전 경제부처 A장관은 가끔 신문기자와 관료를 악어와 악어새에 빗댔다. ‘위험을 무릅쓴 공생’이란 점에서다. (누가 악어고 누가 악어새냐 물었지만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A장관은 선수였다. 그런 언론을 잘 활용했다. 가끔 업계말로 ‘애드벌룬’도 잘 띄웠다. 예컨대 ‘이러이러한 정책을 곧 시행한다’고 슬쩍 흘린다. 몇몇 언론이 받아쓴다. 시장 반응이 좋으면 고(Go), 아니면 “내가 언제 그랬냐”며 발을 뺐다. 그 바람에 본의 아니게 ‘오보 양산 기자’로 몰린 이들도 꽤 된다.



 그는 애드벌룬 찬양론도 폈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완벽할 순 없다. 군더더기나 잡티가 섞이게 마련이다. 그럼 민심과 따로 놀게 된다. 신문기사는 그걸 걸러주는 체다.” 자신은 이른바 ‘언론을 통한 사전 검증’을 했을 뿐이고, 그게 오보가 되든 특종이 되든 관심 밖이란 얘기였다. 그가 꼽은 애드벌룬의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여론을 바꾸고 싶을 때, 적을 공격하고 싶을 때, 자기 사람을 앉히고 싶을 때….



 그런 A장관이 최근 사석에서 나름의 신문론을 펼쳤다.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기자들은 디테일도 잘 모르면서 용감(?)하게 기사를 쓴다. 둘째, 그런데도 얘기가 되게 쓰니 참 용하다. 셋째, 더 용한 건 그 기사의 방향이 대부분 맞는다는 거다.”



 여기서 그가 터득한 생활철학은 이런 거란다. “신문에 자주 나오면 대개는 그게 사실이 된다.” 그는 하마평을 예로 들었다. 한두 신문에서 이름이 나오다 여러 신문에 거론되면 결국 그 사람이 임명되더라는 것이다. 요즘 식으론 빅데이터요, 옛날 식으론 ‘자기 사람을 앉히고 싶은’ 애드벌룬의 결과물일 수 있다.



 요즘 A장관의 관심사는 ‘모피아의 부활’이다. 모피아는 옛 재무부(Mofe)와 마피아의 합성어. 대부분 관치 금융에 뛰어나며 ‘그들만의 리그’에 익숙하다. 그 바람에 외환위기를 부른 주범으로 몰려 사라진 이름이 됐다. 그런데 최근 신문에 모피아의 부활이 자주 거론되는 게 심상찮다는 것이다. 이미 수협은행장·국제금융센터원장·여신협회장에 이어 KB금융지주 회장·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옛 재무부 출신 인사들이 줄줄이 ‘낙점’됐다. A장관은 “한 사람 한 사람을 뜯어보면 (권부에서 임명할) 명분도 있고 속사정도 있을 것”이라며 “그래도 과하다”고 말했다.



 권부의 깊은 고민과 속내야 애초 민초들 관심 밖이요, 알 길도 없다. 그러나 민초들도 한 가지는 분명하게 안다. ‘그들만의 리그’는 ‘근친 교배’를 낳고, 근친 교배는 세상을 망가뜨린다는 것을. 멀리 외환위기까지 갈 것도 없다. 최근 원전 비리에서도 지겹도록 봤다. A장관은 잘라 말했다. “신문에 모피아의 부활이 자꾸 실린다면 한국 금융, 지금 위기란 얘기다.”



이정재 논설위원·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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