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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파워리더 (38) 이정우 영신금속 사장

이정우 영신금속공업 사장이 평택의 본사 전시실에서 일체형 캠볼트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영신금속공업]
“여보게들, 내가 제작법 알려줄 테니까 사람 좀 그만 빼 가.”



외환위기 때 기술 투자 … 연간 매출 20%씩 늘어
2006년 경영혁신 대상 수상
‘신기술 볼트 우수’ 입소문 나
한국GM·독일 오펠사에 납품

 1967년 고 이성재(당시 40세) 영신금속공업 회장이 폭탄선언을 했다. 피땀 흘려 확보한 십자(十字)나사 제작 기술을 공짜로 공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당시만 해도 국산 나사들은 모두 일자(一字)였다. 나사 머리에 홈 하나 더 파는 것이 그렇게도 어렵던 시절이었다.



 영신금속이 국내 최초로 십자나사 개발에 성공했을 때 패스너(볼트·너트 등의 통칭) 업계에서는 현재의 ‘아이폰’에 버금가는 기술혁신으로 받아들였다. 급해진 경쟁사들은 영신금속 직원들을 스카우트해 기술을 빼내려 했다. 이 회장이 기술 공개 선언을 한 배경이다.



 이른바 ‘카피레프트’(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모든 사람이 공유하도록 하는 행위) 운동의 선구자였던 셈이다.



 이 회장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인텔리’였다. 법관 지망생이었지만 전쟁 통에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재계에 투신했다. 10년 정도 무역업에 종사하다가 자신의 평소 철학을 구현하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회사를 설립했다. 2011년 작고한 그의 뒤를 이어 가업을 키워 나가고 있는 이정우(51) 사장은 “선친의 기술 개방 결단은 모두에게 이익과 행복을 줄 수 있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평소 철학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장 역시 미국 위스콘신대 경영학석사(MBA) 출신이지만 말단사원으로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현장 생산라인에서부터 영업·물류·납품 등 안 해 본 업무가 없었다.



 그가 사장에 취임했던 98년은 격변기였다. 60년대부터 새한·현대·대우·기아자동차에 두루 제품을 납품하면서 꾸준히 성장해 오던 영신금속은 97년 기아차 부도 이후 급속도로 추락했다. 외환위기와 대우차 부도 사태까지 연이어 터졌다. 하지만 이 사장은 사람을 버리지 않았다. 그는 “형편이 어려워 급여를 깎기는 했지만 급여를 못 준 적은 없었다”며 “직원들에게 신뢰감을 심어줬더니 직원들도 한 명도 퇴사하지 않고 회사를 따라왔다”고 말했다.



 직원들 대신 버린 것은 공장이었다. 2002년 그는 인천과 서울 구로구에 있던 2개 공장을 매각한 뒤 경기도 평택으로 내려왔다. 공장 매각으로 자금을 확보해 평택에서 제 2의 창업을 하자는 취지였다. “위기 때 해야 할 일은 낙담이 아니라 투자”라는 아버지의 조언도 귀담아들었다. 최신 장비를 도입하고 기술연구소를 만들며 해외에서 배운 선진 경영기법도 접목했다. 주먹구구식 경영을 버리고 전산화·매뉴얼화·업무표준화를 시도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컨설팅 프로그램을 혁신의 발판으로 삼기도 했다. 회사는 달라졌다. 2004년부터 연간 20% 이상의 매출 신장과 흑자경영이 이뤄졌고 2006년에는 대한민국 경영혁신컨설팅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제품의 품질과 가격경쟁력도 높아졌다. 영신금속이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접지용 어스(earth) 볼트와 일체형 캠볼트가 대표적이다. 살짝 각이 진 나사면을 갖고 있는 어스볼트는 너트 내부의 페인트를 깎아내 차량 내 전자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누전을 방지해 주는 제품이다. 옆면의 홈이 특징인 캠볼트의 경우도 볼트 나사와 홈을 동시에 제작할 수 있는 신기술을 적용해 원가를 절감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현대·기아차, 한국GM 등 국내 기업뿐 아니라 독일 오펠사도 영신금속의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덕택에 회사는 지난해 1110억원의 매출액과 2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정도로 급성장했다.



 한국GM 협력업체 모임인 협신회 회장이기도 한 이 사장은 이 같은 외형적인 수치보다 오래된 임직원들을 더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 회사에는 75세의 홍석희 부사장을 비롯해 환갑이 지난 임직원 10여 명이 일하고 있다. 30년 이상 재직자가 10여 명, 20년 이상 재직자가 30여 명에 이른다. 이 사장은 “미래 생존에 대한 비전을 갖고 성실하게 한 땀 한 땀 성장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대기만성형 기업, 회사와 업계 종사자 모두에게 이익과 행복을 주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얻는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말했다.



평택=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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