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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만이 우릴 구원하리니 앵무새 공부, 원숭이 독서는 말고!

저자: 정민 출판사: 김영사 가격: 1만3000원
제목이 힘이 있다. 오직 독서뿐. 자기계발서 일색으로 돌아가는 요즘 출판 풍토에선 ‘소수 의견’인 셈인데, 저자가 정민 한양대 교수라니 무게감이 있다. 정민 교수는『다산 선생 지식경영법』『미쳐야 미친다』 등 40여 권의 저서를 내면서 인문학 분야에선 드물게 100만부 판매고를 올린 파워라이터다. 현재 하버드대 옌칭연구소에 방문학자로 머물고 있는 그는 “책 읽기를 통해서만 우리의 삶을 구원할 수 있다”고 잘라 말한다. ‘앵무새 공부’와 ‘원숭이 독서’를 경계하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입으로만 외우거나 읽는 시늉만 해서는 삶을 구원하기란 태부족이란 얘기다. 요컨대 독서 전략, 독서법인 셈인데 대학 입학 혹은 취직을 위한 스펙 쌓기의 일환으로 강조되는 ‘전략적 책 읽기’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에 점수를 후하게 주고 싶어진다.

『오직 독서뿐』

조선 후기 지식인 연구에 매진해온 그답게 선인 9명의 독서론을 각자의 저술을 인용해가며 에세이 쓰듯 쉽게 풀었다. 9명 모두 책을 사랑했고 책에서 길을 찾았으며 무엇보다 앎에 머물지 않고 실천으로 연결 짓는 걸 고민했던 이들이니만큼 그들의 독서법이 현대인들에게도 유의미할 거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옛 선인들이 이미 친절하게 다 말해두었다”는 저자의 설명은 최근의 고전 읽기 붐, 인문학 강의 열풍과도 맥락이 맞닿는다.

먼저 『홍길동전』의 작가 허균. 1614년 중국에 사신으로 다녀올 때 수천 권의 책을 사왔던 애서가다. 다음은 『성호사설』을 쓴 실학자 이익. 독서할 때 메모와 토론을 중시했던 학자다. 우리 역사의 정통성과 자주성을 강조했던 『동사강목』의 저자 안정복, 천문·과학·음악 방면에 해박했던 북학파 지식인 홍대용, 당대 가장 영향력 있는 문장가였던 연암 박지원, 스스로를 ‘간서치(看書痴)’라고 했을 정도로 책만 읽고 살았던 실학자 이덕무 등도 뒤를 잇는다.

책 읽기의 방법론에 대한 조선 선비들의 충고가 지금의 시각으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으니 신기한 일이다. 가령 ‘한 가지 뜻으로 한 책씩 읽을 것’. “역사책에선 치란흥망(治亂興亡)의 자취를 읽고 경전에선 옛사람의 마음자리를 본다. 실용서에서 얻을 건 정보다.”

‘얕게 읽고 낮춰볼 것’. “아무것도 아닌 말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거나, 그저 지나가는 말을 대단한 말로 착각하지 말라.” ‘잊기 전에 메모하라’ 같은 대단히 실용적인 조언도 있다. 이익이 『성호사설』에서 ‘묘계질서(妙契疾書)’라는 말로 표현했다. 하긴 『성호사설』이 그가 독서할 때마다 떠오른 단상을 적어둔 걸 조카들이 훗날 책으로 묶은 것이니 이상할 것도 없다. ‘의문을 품을 것’. 이건 현대인들의 독서에서 가장 안 되는 부분 중 하나이지 싶다. “주자께서는 ‘책을 읽을 때 의문이 크면 진보도 크다’고 하셨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건 독서의 마지막 단계다. 몸으로 느끼는 것이다. “점검은 딴 데 가서 할 것 없이 나 자신에게 하면 된다. 하나하나 점검하고 나 자신에 미루어 ‘그랬구나!’ ‘그렇구나!’ 하며 읽을 때 책 속의 활자가 살아나 말씀으로 변한다.” 저자는 이를 “푸닥거리하던 무당이 접신의 경지에 들면 날이 시퍼런 작두 위를 펄펄 뛰면서 죽은 사람 목소리를 내는” 일에 비유한다. “너와 내가 만나고 지금과 옛날이 하나 돼야 독서의 위력은 비로소 막강해진다.” 이제 남은 일은 이 알찬 내용을 하나씩 둘씩 실천에 옮겨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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