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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회 부활됐지만 김정은 이중성에 영향 받아”

김정은이 지난 1월 26일 주재한 금요협의회. 김정은의 정면엔 최룡해 총정치국장(왼쪽)과 현영철 총참모장, 김정은의 바로 오른쪽엔 박도춘 당중앙위 군수 담당 비서, 홍승무 당중앙위원회 기계공업부 부부장이, 김정은에 가까운 왼쪽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김영일 당중앙위원회 국제 담당 비서,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이 앉아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김정은의 정책 결정과 관련해 한국에선 ‘어린’ 김정은이 국정관리 경험이 부족해 좌충우돌식 정책결정을 내린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주요 정책을 김정은이 단독 결정하거나 장성택이나 최룡해가 대외정책 변화를 주도한다는 식이다.

널뛰듯 하는 북한, 왜?…정성장 세종硏 연구위원의 진단

그러나 김정은은 중요 정책을 혼자 결정하지 않고 할아버지 김일성 시대처럼 각종 ‘회의’와 ‘협의회’를 통해 결정한다. 김일성 시대에는 중요 정책 결정을 위해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협의회’가 개최됐다. 그러나 권위주의적이고 독선적이어서 토론을 싫어했던 김정일은 김일성 사후 집체적 협의기구에 거의 의존하지 않고 주로 당중앙위원회 비서 및 전문부서 부장들의 보고를 듣고 지시를 내리는 방식으로 정책을 결정했다. 김정은 시대에 와서는 과거 김일성 시대의 집체적 협의기구가 다시 부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노동신문이 1월 27일 보도한 39금요협의회39지면.
화요일, 경제·국내금요일, 안보·국제
김정은 시대 북한의 주요 대내외 정책결정 방식은 어땠을까. 호위사령부 소속 장수연구소 출신의 탈북자 이윤걸씨가 설립한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가 최초로 제시했다. 센터는 2012년 2월 22일 “김정일 사망 직후인 2011년 12월 23일(금) 최고위급 간부회의를 시작으로 김정은이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오후에 당중앙위원회, 당중앙군사위원회, 국방위원회, 내각 핵심 간부 회의를 주최한다”고 밝혔다.

필자는 이 회의가 북한 내부에서 ‘화요협의회’와 ‘금요협의회’로 불리고 있음을 확인했다. 금요협의회의 정식 명칭은 ‘국가안전 및 대외 부문 일군협의회’다.

화요협의회에서는 중앙당 산하 각 조직들이 회의 전 주에 올린 보고와 긴급 현안 중 경제와 국내 정책 관련 사안들을 토론한다. 회의 뒤 김정은은 핵심 참가 인사 3~5명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토론을 계속한다.

2012년 초 화요협의회 뒤 가진 만찬의 기본 멤버는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 당중앙위원회 행정부장, 최태복 당중앙위원회 비서 겸 최고인민회의 의장, 강석주 외교 담당 내각 부총리, 최룡해 당중앙위 비서, 문경덕 당중앙위원회 비서 겸 평양시당위원회 책임비서, 박도춘 군수 담당 당중앙위원회 비서, 리룡하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이었다.

금요협의회에서는 주로 대남ㆍ대미ㆍ대중 등 국제 현안과 안보 문제들이 논의되며 당중앙군사위원회가 중심이 되고 국방위원회 위원들이 필요할 경우 참가한다.

북한 매체는 3차 핵실험을 강행하기 전인 2013년 1월 26일 김정은이 ‘국가안전 및 대외 부문 일군협의회’(금요협의회)를 개최해 해당 부문 간부들에게 구체적인 과업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김정은이 고위 간부들과 회의하는 장면 사진을 공개했다.

올해 1월 소집된 금요협의회에는 최룡해 총정치국장, 현영철 총참모장,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과 당중앙위원회의 박도춘 군수 담당 비서, 홍승무 기계공업부 부부장, 김영일 국제 담당 비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참가했다. 군부와 공안ㆍ정보기관의 핵심 실세들, 핵ㆍ미사일을 담당하는 군수공업 책임자, 대중ㆍ대미 외교 책임자들이 참석했다.

북한의 주요 간부들도 협의회를 통해 각종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최영림 전 내각 총리는 2012년 8월 4일 평안남도 안주시의 수해 피해 상황을 ‘현지요해’하면서 해당 지역 간부들의 ‘긴급협의회’를 개최하는 등 협의회를 통해 대책을 수립해 제시했다.

최룡해 총정치국장도 2012년 5월 4일 릉라도호안공사 현장을 시찰하면서 ‘협의회’를 개최해 해당 단위들과의 연계 밑에 주변 원림녹화사업을 토의하는 등 협의회를 자주 개최했다.

김정일 시대에는 매우 드물게 개최되었던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가 김정은 시대에 자주 개최되고 있는 것도 김정은이 김정일보다는 상대적으로 집단적인 의사결정기구를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김정일 사망 직후인 2011년 12월 30일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개최해 김정일의 ‘2011년 10월 8일 유훈’에 따라 김정은 당시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최고사령관에 추대했다. 이후에도 북한은 여러 차례에 걸쳐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 및 확대회의를 개최해 김정일 시신의 금수산기념궁전 안치, 김정일 생일을 ‘광명성절’로 제정, 리영호 총참모장 해임,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신설 등을 결정했다.

이처럼 김정은이 집단적 정책결정기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어 북한의 급변하는 대외정책을 김정은의 ‘국정경험 부족’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그럼에도 체제의 한계 때문에 지도자의 특성이 반영돼 정책이 ‘널 뛰듯’ 하는 양상을 없앨 수는 없다. 김정은의 호전적 성향과 개방적 성향이 체제의 특성상 제어되지 못하고 북한 엘리트들의 집단적인 보좌도 받게 되면서 때로는 공세적으로, 때로는 유화적 정책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정은 시대의 북한은 과거 김정일 정권보다 훨씬 더 거칠고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도 대내적으로는 경제 개혁과 개방에 대해 매우 적극적인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 같은 ‘두 얼굴’은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서 군지휘관으로 키워진 김정은의 경력, 그의 타고난 강한 승부욕과 권력욕, 그리고 4년 반의 스위스 유학생활을 통해 형성된 개방적인 태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미사일 발사, 핵실험도 유훈의 일부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가 2012년에 입수해 공개한 김정일 유훈의 대남 정책 부분은 ‘핵과 미사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분야에서 대남 우위를 유지한 채 남한과의 경제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필자가 ‘김정일의 유훈’을 처음 접한 것은 지난해 4월 11일 제4차 당 대표자회가 개최되기 전이었다. 이후 제4차 당 대표자회 개최를 계기로 유훈에서 김정은을 보좌하도록 지목된 인물들이 급부상하는 것을 통해 유훈의 신뢰도는 입증된 것으로 본다.

지난해 4월 최룡해가 총정치국장에 임명된 배경도 유훈을 통해 분석할 수 있다. 일각에서 유훈 조작설을 거론하지만 입수 경로를 어느 정도 파악하는 필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김정은이 지난해 12월 장거리로켓을 발사하고, 올해 2월 제3차 핵실험을 강행한 후 다시 남과의 대화에 적극 나서는 것을 보면 김정은이 이 유훈을 충실하게 집행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유훈대로라면 북한은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외에도 다른 협상 카드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이 서해ㆍ동해에 새로운 관광특구 개발을 계획하고 이에 대한 협력을 제안하거나,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에 전향적으로 나오는 것들이 꼽힌다.

최근 북한의 남북 당국 간 대화 제의는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중국에 한 ‘관련국들과 대화에 나서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유일한 목적은 아니다.

이번 북한의 제의에는 그 이상의 치밀한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 당초 한국 정부는 북한에 개성공단의 원부자재와 완제품 반출을 위한 실무회담이라는 낮은 수준의 당국 간 대화를 제안했다. 그런데 북한은 그보다 차원을 높여 개성공단 정상화와 북한이 원하는 금강산관광 재개 및 남측이 원하는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추가했다.

또 6·15공동선언 발표 기념 행사 개최를 요구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채택된 7·4공동성명을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할 것도 함께 제안했다. 북한은 ‘이 모든 것’을 남측이 요구하는 당국 간 회담에서 논의할 것을 제안함으로써 한국 정부에 명분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실리를 추구하는 주도면밀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 회의에서 이미 제안한 현안을 중심으로 유훈을 관철하는 방향으로 노력할 것이며 새로운 의제를 내놓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선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를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연계시켜 관광 재개가 이산가족 상봉의 상시화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관급 회담이 개최돼 북측 대표가 서울을 방문하게 되면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하면서 김정은 제1비서의 남북 정상회담 개최 희망 의사를 전달할 수도 있다. 올해 안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면 박 대통령은 김 제1비서에게 핵개발 중단을 직접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6년 만에 재개되는 이번 장관급 회담을 통해 북한이 더 이상 군사모험주의로 치닫지 말고 실용주의 방향으로 나가도록 북한을 설득하고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해서는 강력한 한ㆍ미 연합군사전력으로 대응하고, 대화 공세 중 도움 되는 것은 적극 수용해 남북철도와 도로, 해로 등을 연결하면서 북한 경제에 대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알림> 본문 중 최룡해, 리용하, 리영호 등의 이름은 한글 맞춤법 원칙에 따라 최용해, 이용하, 이영호로 써야 합니다. 그러나 필자가 북한 이름을 원래 이름 대로 쓸 것을 요구해 이에 따라 표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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