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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가 직접 "원전 마피아" 거론 … 유례없는 전수조사

정홍원 국무총리(오른쪽)가 7일 광화문 정부 서울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12만5000여 건 전수조사를 골자로 한 원전비리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한 후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왼쪽부터 황교안 법무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은철 원자력안전위원장. [김성룡 기자]


모든 원전의 부품 시험성적서 12만5000여 건 전수 조사, 하나라도 이상이 발견되면 해당 원전 가동 정지….

정부, 원전비리 방지 대책 발표



 정부가 원전 비리 적발·방지와 안전 확보 대책으로 강수를 꺼내들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7일 직접 발표한 ‘원전 비리 재발방지 대책’ 내용이 그렇다. 골자는 ‘낱낱이 조사하는 한편으로 비리가 똬리를 트는 구조를 완전히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다.



 세부 내용은 파격적이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 23기뿐 아니라 짓고 있는 5기에 대해서도 부품 시험 이상 여부를 전부 파헤친다. 세계에 유례가 없는 전수 조사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현재 50명 선인 조사 인력을 배 이상으로 늘려 2~3개월 안에 12만5000건 서류 조사를 끝마친다는 계획이다. 원전 안전과 직결되는 부품은 성적서 서류조사뿐 아니라 현장조사까지 하기로 했다. 현장 검사를 하는 부품은 격납건물 내 주요 설비, 원자로 증기발생기, 펌프 등이다. 이은철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시험성적서 위조가 추가로 발견되면 전력수급에 문제가 있더라도 안전을 고려해 원전 가동을 정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전수조사’란 카드를 꺼내든 것은 유착관계가 워낙 얽히고설켜 어디에 비리가 숨어 있을지 모른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 총리가 이날 대책을 발표하면서 ‘원전 마피아’라는 표현을 쓴 게 그런 인식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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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총리는 “원전 비리에는 뿌리 깊은 구조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며 “부품제작사·시험기관·발주처 사이의 폐쇄적 구조로 사슬처럼 얽혀 있는 유착 형태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품 조달 과정에서 특정 기관의 설계에 전적으로 의존해 독점과 나눠먹기가 오랜 관행이 돼 왔다”며 “여기다 시험기관마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 상호 감시와 견제라는 공정한 경쟁문화가 실종됨으로써 원전 마피아라는 말까지 등장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비리를 찾아내기 위한 조사뿐 아니라 유착 고리를 끊기 위한 대책도 내놨다. 한국수력원자력 같은 원전 공기업 간부가 퇴직한 뒤 협력사에 재취업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 등이다. 한수원은 협력업체 재취업 금지 대상자가 기존 1직급(처장)에서 2직급(부장)으로 확대된다. 이들은 퇴직 후 3년간 1000여 한수원 협력업체로 갈 수 없게 된다. 협력업체뿐 아니라 시험검증기관도 취업 금지 대상이다. 이번에 유착 의혹을 불러일으킨 한전기술과 다른 원전 공기업도 재취업 제한 대상에 새로 포함된다. 또 기존 최저가 낙찰제를 없애고 안전과 품질부터 따지는 ‘최고가치 낙찰제’를 도입하며, 수의계약은 최소화하기로 했다. 국책 시험연구기관이 민간기관의 시험성적서를 다시 한번 검증하는 ‘이중점검 시스템’도 구축한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으로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원전 전문가는 “원전 마피아는 공기업뿐 아니라 정부와 학계에 이르기까지 전반에 번져 있다”며 “이들이 각종 정책 수립을 통해 특정 집단의 이익을 옹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구조를 뿌리 뽑지 않고 당장 납품 비리만 잡아내는 이번 대책으로 기존 비리를 잡아낼 수는 있겠지만 향후 일어날 문제를 예방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했다.



 서균열(원자핵공학) 서울대 교수는 “시험성적서 전수조사는 실현성도 희박하고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처럼 해외에서 검증을 받았다는 부품만 집중 조사해도 상당한 문제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근 적발된 원전 관련 비리는 해외에서 성능을 인정받은 것처럼 꾸민 데서 발생했다. 서 교수는 “이번 대책은 상당히 정치적”이라며 “악화된 국민 여론을 달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공기업 퇴직자가 협력업체에 직접 취직하지 않고 브로커 역할을 하면서 각종 로비와 압력을 행사하는 ‘변종 재취업’이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유착관계를 복원하려는 시도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김창규·손해용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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