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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칼럼] 익숙한 것이 사라졌을 때

정재홍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3학년
요즘은 어딜 가나 비어 있는 콘센트를 찾기가 힘들다. 대학 강의실에 들어가도, 거리의 카페에 들어가도 너나 할 것 없이 구멍 두 개만 보이면 스마트폰 충전기를 꽂아넣는다. 사람 손 안에서 세상 모든 것을 볼 수 있다는 기기가 등장한 지 몇 해가 지났다. 하지만 아직 한번 충전된 배터리는 사용자의 소비량을 맞추기엔 역부족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충전기를 들고 콘센트를 찾아 나선다.



 사람들은 배터리의 양이 없다고 투정부리긴 해도 앞으로 언제까지 그것을 충전 못할지 걱정하진 않는다. 어딜 가든 그것을 충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길거리의 가게를 지나가다 수줍게 충전을 부탁하면 점주 입장에서는 거절할 마땅한 이유가 없다. 마치 전기를 동냥이라도 하는 듯 자연스럽다. 이제 이것은 익숙해진 우리네 풍경이다. 하지만 얼마 뒤 이런 익숙한 풍경이 잠시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지난달 28일 원자력발전소의 핵심 부품 안전보장 문제로 원전 3기가 멈췄다. 총 23기의 원전 중 현재 10기가 멈춘 상황이다. 당장 전력 수급이 많은 6, 7, 8월에 쓸 전력량이 부족하다고 한다. 내 휴대전화에 설치된 일간지 앱은 하루에 몇 번이고 운다. 전력량의 현 상태를 알려주는 전력수급경보 단계가 하루에도 몇 차례 춤을 추듯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현실은 매체의 긴박한 보도와는 다른 세상이다. 며칠 전 이른 아침, 등굣길에 시내버스를 탔다. 승객은 나 혼자뿐이었지만 에어컨 소리는 버스 엔진소리를 무색하게 빵빵하게 켜져 있었다. 그러곤 버스기사가 한마디 한다. “시원하시죠?” 어딘가 모르는 불편한 쾌적함이었다.



 내가 듣는 대학 수업시간에도 여지없이 에어컨은 켜져 있다. 심지어 해가 진 뒤의 야간수업도 예외는 아니다. 시원하다 못해 춥기까지 하다. 춥다고 겉옷을 입는 사람은 있어도 누구 하나 나서서 끄려 하진 않는다. 한 일간지에 보도된 명동의 한 옷가게는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 에어컨을 켠 채 손님을 맞이한다. 그 가게는 같은 이유로 며칠 뒤에 다시 보도되기도 했다. 이 점주들은 에어컨을 끄면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어 발길이 끊긴다고 한다.



 그렇다면 문제는 이런 냉방기기의 익숙함에 길들여진 우리가 아닐까. 기술의 발달은 인간이 자연에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피하는 것에 익숙하게 만들었다. 현대인은 이런 익숙함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불편을 호소하게 돼버린 것이다. 반면에 이런 문제의 당사자가 책임을 져야지 왜 국민에게 떠넘기냐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 이것은 부정부패로 얼룩진 그들의 리그에서 만든 문제다. 그러나 책임을 넘겨버리고 고집을 피우기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계속해 고집을 피운다면 적막하고 어두운 여름밤을 보낼지도 모른다. 익숙한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이다.



정재홍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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