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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방대 육성하려면 구조조정부터

정정목
청주대 행정학과 교수
새누리당이 최근 발의한 ‘지방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은 취지는 타당하지만 목표가 분명치 않다. 그뿐만 아니라 지방대학이 처해 있는 문제의 본질에 적합하지 않은 대책을 제안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총 330여 개의 2~4년제 대학이 있다. 이들 대학의 입학정원은 55만여 명에 이른다. 그러나 고교 졸업생은 지속적으로 줄어 2018년에는 대학 정원을 밑돌게 된다. 이미 많은 지방대학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인구구조를 감안하면 이런 대학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재정능력이 취약한 지방사립대학들이 정원미달로 받는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수학 능력이 없는 외국인 학생을 무책임하게 받아들이고 대학 순위 매김에 중요 지표인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로 문·사·철학과들을 폐지하는가 하면 사이버 강좌로 강사료를 아끼려 한다. 직업훈련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분야를 대학 학과로 설치하기도 한다.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또 우리 고교 졸업생의 80%가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이들은 대학 졸업 후 능력을 불문하고 공무원시험에 응시하거나 공기업·대기업 등에 취업하려 할 뿐 중소기업에는 관심이 없다. 취업난과 구인난이 공존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고교 졸업생의 80%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강력한 구조조정이 지방대학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다. 과잉 공급된 대학 정원을 축소하지 않고는 다른 어떤 대안의 효과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조조정은 일종의 극약 처방이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먼저 대학 스스로 입학 정원을 축소해야 한다. 그렇게 하고도 살아남기 어려운 대학들이 구조조정 대상이다.



그렇더라도 국가재정이 어려울 때 사재를 털어 사학을 운영한 설립자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어선 안 된다. 사회적 사명을 다한 사학들이 명예롭게 퇴진하도록 일정 기준에 따라 설립자나 후손들이 재산을 회수할 수 있게 하고, 폐교 대학의 학생·교직원을 인수하는 대학에 재정 지원을 해 자발적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구조조정으로 대학 진학 기회가 줄어든 고교 졸업생들의 사회 진출을 돕기 위해 직업훈련학교의 수를 늘리고 질도 높여야 한다. 지방의 직업훈련학교들이 중소기업에 인재를 공급하고 새로운 창업을 촉발하는 것이 중소기업 육성의 실질적 방안이 될 수 있어서다.



 특별법이 5급과 7급 공무원 공개경쟁 채용 시험에서 지방대 출신자를 일정 비율 이상 선발하고 공공기관과 대기업이 지방대 출신 채용 실적을 공개하도록 한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제도의 부작용을 막으려면 특히 신중하게 시행해야 한다.



수도권과 지방 간 경제적 불균형을 완화하고 지방 간 균형발전을 추구하려면 지방 인재가 필수적이다. 지방소재 공공기관과 공기업 채용에서 혜택을 주는 것이 지방 중소기업 구인난을 가중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국가 목표끼리 상충할 수 있다.



 대부분의 문제는 원인이 복합적이고, 대응 방안도 그 영향이 해당 문제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학벌 중시 문화와 지속적인 경쟁을 유도하는 제도의 미비, 그리고 과도하게 사립대학 설립을 인가한 정책 실수 등이 지방대학의 문제를 키운 먼 원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은 앞서 언급한 수도권과 지방 간 경제적 불균형을 완화하는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특별법이 특별할 수 있으려면 넓고 멀리 보되 상식과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과잉 공급된 입학정원을 축소하고 그 결과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고교 졸업생들에게는 사회 진출에 필요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상식과 원칙이다.



정정목 청주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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