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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악천후에도 출격 …'국방부' 찍으면 알아서 날아가 착륙





육군, 독수리를 품다 … 첫 국산 헬기 수리온
1조원 투입 세계 11번째 독자개발
시험비행 4000차례 사고 한 번 없어











“두두두두.” “다다다다.”



 서울 용산에 위치한 국방부와 주한미군기지(사우스 포스트) 사이에는 양국 군이 함께 사용하는 헬기장이 있다. 헬기 두 대가 동시에 이착륙이 가능한 이곳에서는 밤낮없이 헬기가 앉고 뜬다.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연합사령관 등 군 지휘관들이 현지시찰을 나가거나 야전 지휘관들이 서울에 출장 올 때 주로 헬기를 이용한다. 군 특성상 유사시를 대비해 이동을 빨리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곳을 드나드는 헬기는 색깔이나 탑승자를 보지 않고도 안에 어느 나라 군이 타고 있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양국 지휘관들은 대부분 안정성이 높은 UH-60 헬기를 이용한다. 하지만 헬기 특유의 엔진 소리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미군은 최신예 헬기를, 한국군은 도입된 지 10여 년이 지난 노후 헬기를 사용하고 있어 일각에선 “같은 기종이지만 디젤 차량(한국군)과 가솔린 차량(미국군) 같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리 군이 보유한 헬기는 모두 700여 대. 세계 6위권이다. 북한이 300여 대를 보유하고 있으니 남북 간 군사력 가운데 양적으로 앞서는 유일한 장비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헬기 대부분이 도입된 지 40년이 넘었다. 특히 육군이 공격용으로 개조했거나 병력 수송용으로 사용하는 주력 헬기인 500MD와 UH-1H는 1967년과 73년에 들여왔다. 잠자리 헬기로 불리던 500MD와 베트남 소재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UH-1H는 모두 베트남전에서 맹위를 떨치던 헬기다.



엔진 제외한 대부분 부품 국산화



육군이 지난달 22일 전력화한 수리온 헬기. [논산=뉴시스]
 최근 우리 육군은 노후화한 헬기 교체작업에 본격 나섰다. 40년이 넘은 500MD와 UH-1H를 우리 손으로 만든 최신예 헬기 ‘수리온’으로 대체하는 작업이다. 지난해 12월 1호기 납품을 시작으로 200여 대의 수리온이 육군에 배치된다. 한국 지형에 맞도록 설계돼 작전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다. 최신예 전투헬기인 만큼 주야간·악천후 등 언제든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자연히 전투력 배가 요소다.



 무엇보다 세계 11번째로 헬기를 독자 개발해 보유한 나라가 됐다는 자부심도 크다. 우리 손으로 만들고 엔진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부품(국산화율 63%)은 국내에서 조달이 가능해 유사시나 고장 시 빠른 수리를 통해 가동률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까지 육군에 납품된 수리온은 총 10대. 납품대수가 늘면 올 하반기부터 야전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진원(육군 소장) 육군본부 전력기획참모부장은 수리온 전력화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 군이 보유 중인 헬기는 상당수가 노후화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UH-1H의 경우 탑승인원이 9명이지만 엔진 출력 저하로 5명 이상 태우지 못한다. 오래전에 개발되다 보니 최신예 무기나 적의 대공화기에 취약해 생존성도 떨어진다. 하지만 수리온이 전력화함에 따라 이 같은 공백을 막을 수 있게 됐다. 조종사 2명, 정비사 등 승무원 2명, 무장병력 9명까지 태울 수 있다. 북한에 비해 양적 우위에 이어 질적 우위를 점하게 돼 비대칭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자주국방이란 의미도 크다.”



 육군은 지난달 22일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수리온 전력화 행사를 열었다. 대통령이 군 무기 전력화 행사에 참여하기는 87년 88전차로 불리는 K1A1 전차 전력화 때 전두환 전 대통령이 참석한 지 26년 만이다. 그만큼 수리온의 육군 전력화 사업의 의미가 크다는 얘기다. 육군항공학교에서 진행된 전력화 행사에서는 수리온의 다양한 성능이 선보였다.



 하이라이트는 수리온의 출정 행사. 오른쪽 끝 활주로에서 육상으로 이동한 수리온 5대는 박 대통령이 앉아 있는 단상 맞은편에서 육상 30m 높이로 이륙했다. 이어 “대통령에 인사”라는 사회자 멘트가 끝나자 헬기 앞부분을 앞으로 숙이며 마치 사람이 목례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순간 박 대통령이 박장대소하는 모습이 TV에 잡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저렇게 웃는 모습을 오랜만에게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마침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으로 어수선한 시기였다. 그래서 수리온은 대통령도 웃게 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진원 육군 전력기획참모부장, 장대상 육군항공학 교장, 김주균 KAI 회전익개발센터장(왼쪽부터)이 수리온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사진 위). 이륙 준비 중인 수리온 편대. 프리랜서 김성태
 수리온은 다른 헬기와 달리 4축 이동형이다. 제자리에 서 있으면서 전후좌우, 회전 및 상승·하강이 가능하다. 자세제어장치가 장착돼 조종간을 놓고도 ‘호버링’이라 불리는 제자리비행을 할 수 있다. 호버링은 헬기 조종사들이 맨 처음 배우면서도 가장 어려워하는 기술이다. 일반 헬기는 조종간을 놓으면 바람이나 헬기 프로펠러, 진동의 영향 등으로 수평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그만큼 수리온에는 첨단기술이 녹아 있다. 현재 수리온을 운영 중인 장대상(육군 준장) 육군항공학교장에게서 수리온의 성능에 대해 들어봤다.



 “휴대전화에 비유해 보자. 기존 헬기들이 2세대 폴더형 헬기라면 수리온은 스마트폰이다. 계기판도 모두 디지털식이다. 현재는 두 조종사 중 한 명은 지도를 봐야 했는데 수리온은 아예 전자지도가 계기판에 장착돼 있다. 또 국산이라 모든 게 한글로 돼 있다. 조종석 좌석이나 계기판 배치도 한국인 체형에 맞도록 제작됐다. 무엇보다 자동조종장치가 장착돼 목적지를 입력해 놓으면 조종간을 움직이지 않더라도 알아서 찾아가 착륙까지 가능하다. 조종사 헬멧 고글에는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라는 장치가 있어 비행속도나 고도 등 계기판에 나오는 내용들을 눈앞에서도 볼 수 있다.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의 헬기라고 할 수 있다.”



공중에 선 채 상승·하강·방향전환



 수리온은 하늘의 제왕인 독수리의 ‘수리’와 숫자 100 또는 완벽함을 뜻하는 ‘온’을 합친 명칭이다. 정부는 2001년 6월 기동헬기와 공격헬기를 개발해 우리 군에 보급한다는 일명 KMH(Korean Multipurpose Helicopter·한국형 다목적 헬기) 사업을 시작했다. 외국에서 완제품을 도입하는 게 아니라 국가예산을 투입해 헬기를 개발하는 국책사업이었다. 그런 만큼 방위사업청과 지식경제부·국방과학연구소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정부 관련 부처와 민간기업이 총출동했다. 1조3000억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우리나라는 초음속 훈련기 T-50을 개발해 양산에 들어갔지만 헬기 관련 기술은 미천했다. 그래서 유럽의 다국적기업인 유로콥터로부터 투자와 기술 지원을 받았다. 그 와중에 기술이전을 약속했던 유로콥터의 지원이 늦어지기도 했고 시행착오도 겪어야 했다.



 사업 초기부터 개발에 관여해 왔던 김주균 KAI 회전익개발센터장의 말이다. “통상 헬기 한 대를 개발하는 데 10년가량 소요된다. 그러나 우리에겐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았다. 실제 개발에 들어간 것은 2006년 공격헬기를 포기하고 기동헬기를 우선 개발키로 한 뒤다. 2012년 말까지 납품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니 6년밖에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개발자와 정부 관계자들에겐 일주일이 ‘월화수목금금금’이었다. 쉬는 날도, 밤낮도 없이 개발에 몰두했다.”



 이런 노력 끝에 2009년 7월 시제기를 만들었지만 시험비행을 할 순 없었다. 우리나라엔 시제기를 조종할 만한 테스트 파일럿이 없었기 때문이다. KAI는 미국인 테스트 파일럿 3명을 초청했다. 다행히 날았다. 이후 4000여 차례의 시험비행에서 수리온은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



 우리 군은 개발 초기 수리온의 운항 조건을 최저 섭씨 영하 32도에서 비행이 가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UH-1H 헬기의 인양 능력(1.5t)의 두 배 가까운 2.7t의 인양 능력도 포함됐다. 막판에 과도한 진동이 문제가 됐지만 해결됐다. 문제는 섭씨 영하 32도 비행이었다. KAI는 철원·포천 등 휴전선 이남 최북단에서 겨울을 났다. 하지만 야전 실험이 문제였다. 기온은 섭씨 영하 28도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궁리 끝에 개발자들은 지난겨울 수리온을 분해해 알래스카 페어뱅크스로 향했다. 그러나 이곳 역시 섭씨 영하 30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지구온난화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순간이었다. 할 수 없이 북쪽으로 300㎞를 더 이동해 센트럴 지역에서 합격 판정을 받았다.



 이렇게 탄생한 수리온은 이제 해외 수출에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러시아 등과 세계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정부나 관련 업체는 경쟁력을 자신한다. 성능이나 가격 면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용수 기자



화보설명



한국형 첫 기동헬기인 '수리온' 실전배치 기념행사를 앞두고 지난 5월20일 수리온 편대가 이륙하고 있다. 수리온은 완전무장한 병력 9명을 태우고 최고시속 272㎞로 2시간30분간 날 수 있다. 최대 항속거리는 440㎞로 한반도 전역에서 작전이 가능하다. 길이 19m, 높이 4.5m, 최대 인양능력은 2.7t이다. 대당 가격은 185억원이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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