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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290억원 그녀 "여성은 왜 스스로 작아지나"

린 인

셰릴 샌드버그 지음

페이스북 신화 일궈낸 주인공
이 시대 '직장맘'에 입을 열다
'똑똑한 여자' 콤플렉스 털어놔

안기순 옮김, 와이즈베리

328쪽, 1만5000원




페이스북의 COO(Chief Operating Officer·최고운영책임자)인 셰릴 샌드버그(43)의 『린 인(Lean In)』을 읽으며 나는 마네의 그림 ‘올랭피아’가 떠올랐다. 당시 여성을 소재로 한 누드화는 신화 속 여신을 소재로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그려내는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올랭피아’는 무척 달랐다. 작품 속 여인은 벌거벗은 몸을 자신 있게 드러내며 작가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다. 『린 인』에서 셰릴 샌드버그도 여성 스스로 현실을 직시하고 열정적으로 행동할 것을 주문한다.



 성공한 여성 리더가 적은 이유로 주로 사회구조적 요인이 부각돼 왔다. 여성이 성공하기 힘든 ‘환경’이 첫 손에 꼽혀왔다. 그러나 샌드버그는 성공한 여성 리더가 적은 이유로 ‘내면의 장벽(internal barriers)’을 내세운다. 즉 여성이 사회구조적인 불평등을 스스로 인정하고 이를 내재화하며, 성공에 가까이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샌드버그는 여성들에게 이런 내면의 장벽을 뛰어넘어 열정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일에 뛰어들라고 조언한다. 영어 원제 ‘Lean In’은 바로 앞으로 달려나갈 듯한, 적극적인 자세를 뜻한다.



 그는 남자와 여자가 동일한 상황에서 어떻게 다른 행동을 하는지를 보여주는 여러 연구 자료를 인용한다. 대표적인 것이 성공의 원인에 대한 남녀의 생각이다. 성공한 남성은 일반적으로 자신이 지닌 자질과 기술 덕택이라고 대답한다.



 반면 여성은 자신이 성공한 사람임에도 그 원인을 외부적 요인으로 돌린다고 한다. 이는 여성 스스로 자신감이 부족하기 때문이며 여성은 이 때문에 망설이다가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한다.





2003년 미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에서 실시한 실험 ‘하이디와 하워드’ 사례도 흥미롭다. 남성과 여성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확연히 다르며 여성에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다.



 동일한 인물에 대한 설명이지만 한 그룹에게는 성공한 벤처 투자가인 한 인물의 이름을 하이디, 또 다른 한 그룹에게는 하워드라 알려 주고 업적을 설명하며 평가를 부탁했다. 사람들은 하이디와 하워드 모두 유능한 사람인 것은 인정했다. 그러나 하워드는 인간적으로 매력적이며,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로 생각한 반면, 하이디는 이기적이면서 함께 일하고 싶은 유형의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 같은 이미지를 여성 스스로 인정하게 되면서 문제는 심각해진다는 게 샌드버그의 주장이다. 여성은 자신에게 덧입혀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스스로 내재화하며 맞닥뜨리는 많은 도전에 불필요하게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일면 상식적인 그의 주장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실리콘밸리의 성공 아이콘’이자 두 아이를 둔 직장맘인 그가 ‘여성’이라는 꼬리표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를 솔직하고 생생한 경험을 곁들여 들려주기 때문이다.



 하버드대 경제학과 최우등 졸업생인 그는 “(어릴 때부터) 나는 지나치게 똑똑한 사람으로 낙인 찍히면 불리하다는 생각을 품어왔다”고 한다. “반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라는 얘기를 듣는 게 싫었고,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우수한 학점으로 헨리 포드 장학금을 받았을 때도 “남학생들과 달리” 이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페이스북으로 이직하며 저커버그와 조건을 놓고 협상할 때도 그는 ‘낮은 자세’로 임했다. “거래를 망칠까 봐 겁이 났다”는 것이다. 자신의 상황을 관찰하고 돌아보며 그는 여성들은 끊임없이 자기 능력을 의심하고 지레 자신을 끌어내리는 경향이 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여성들에게 ‘왕관 증후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왕관 증후군은 자신이 직무를 충실히, 제대로 수행하고 있으면 누군가가 알아보고 자기 머리에 왕관을 씌워줄 것으로 기대하는 경향을 말한다. 그는 “완벽한 능력주의 사회라면 적임자에게 왕관을 씌워주겠지만 그런 사회는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다”며 “자신을 위해 스스로 발 벗고 뛰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샌드버그는 “세상은 여전히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한국어판 머리말에서는 한국의 현실도 함께 지적했다. “한국은 풀타임으로 일하는 여성의 급여가 39% 적어서 OECD 국가 가운데 남녀 급여 차이가 가장 크다”고 말이다. 남성과 여성 모두 성 고정관념과 편견때문에 현재 불평등한 상황이 계속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인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일과 가정에서 동시에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일과 가정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자신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일과 가정을 모두 지키느라 애쓰며 지쳐가는 내게 사회 선배이자 인생 선배인 그의 진솔한 조언은 가슴에 와닿는다. 다른 직장맘과 마찬가지로 내 경우에도 가정과 일을 병행하는 것은 가족의 전폭적 지지가 있기에 가능했는데, 그는 이러한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배우자와의 대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 스스로 말로써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배우자는 여성의 고충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샌드버그는 다른 대부분의 여성들보다 좋은 조건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외부의 장벽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내부의 장벽을 극복하라는 데만 주로 초점이 맞춰진 대목은 비판받을 소지도 다분히 있다. 그럼에도 현실에 대한 명확한 판단과 이를 바탕으로 제시한 실용적 조언과 해결책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성공한 리더들이 쓴 책은 자칫 자기 자랑으로 빠질 수 있는데, 샌드버그는 자신의 눈부신 경력보다 솔직함과 겸손함을 무기로 삼았다.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뚜렷하다. 남녀 모두가 자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고혜정 우리FIS 변호사



●고혜정 이화여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대학원에서 공정거래법을 전공했다. 현재 우리금융그룹 우리FIS에서 사내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셰릴 샌드버그 1969년생. 하버드대 경제학과 최우등 졸업(91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 최우수 성적 졸업(95년). 대학시절 은사인 미국 전 재무장관 래리 서머스에게 발탁돼 비서실장(1996~2001)으로 일하고, 구글 글로벌온라인운영 부사장(2001~2008)을 역임했다. 2008년부터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로 있다. 지난해 페이스북 CEO인 마크 저커버그보다 13배가 많은 2620만 달러(약 290억원)의 보수를 받았다고 한다(블룸버그 통신). 경제전문지 포브스 선정 ‘2012 세계 10대 여성 경영인’이다.



셰릴 샌드버그의 말말말



내가 임신해서 발이 부어올라 쩔쩔맬 때까지 회사에 임산부 전용 주차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구글에서 최고참 여성 중역이었으니 당연히 생각했어야 할 문제 아닌가? 하지만 세르게이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육아 때문에 휴직한 여성은 경력 면에서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교육 정도와 근무 시간에 상관없이 1년만 쉬어도 평균 연봉은 20% 감소한다. 이러한 ‘어머니 벌점’ 현상은 한국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사회가 진정 아이의 양육에 가치를 둔다면, 기업과 기관은 ‘어머니 벌점’을 줄이고 경력과 가정에서의 책임을 잘 통합할 수 있도록 부모들을 도와야 한다.



유능한 사람들이 자기회의로 괴로워하는 현상을 ‘가면증후군’(imposter syndrom)이라 부른다. 가면증후군에 취약하기는 남녀 모두 마찬가지이지만 여성이 훨씬 강렬하게 겪고, 심각하게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 여성은 스스로 자신을 끊임없이 과소평가한다.



여성을 후원하는 남성의 행동이 남성에게 일종의 명예가 돼야 한다. 서로 다른 관점을 규합하면 업무 달성도를 향상시킬 수 있으므로 남성이 여성을 후원하는 행동을 기업 또한 촉진하고 보상해야 한다.



기회에 달려들라고 여성을 부추기는 것처럼 남성에게는 가정에 달려들라고 격려해야 한다. 남성에게도 여성에게도 아직 진정한 선택의 기회는 없다.



나와 내 친구들은 세상이 페미니스트들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곧이곧대로 믿었다. 쟁취하기 위해 싸워야 할 대상이 더 이상 없다고 잘못 생각했던 것이다. 이제 나는 자랑스럽게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적는다. 우리는 더 이상 편견이 없는 척 가장할 수도 없고, 편견을 건드리지 않고 빙 둘러 말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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