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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홍의 소프트파워] 나폴레옹처럼

정진홍
논설위원·GIST다산특훈교수
# 나폴레옹에게 6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1799년 ‘브뤼메르 18일’의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하고 1804년 황제에 즉위한 그는 유럽 전역을 혁명의 기운으로 휘몰아쳤지만 1812년 러시아 원정에 나섰다가 참담하게 실패한 후 엘바섬에 유배됐다. 그러나 1815년 기적처럼 엘바섬을 탈출해 드라마처럼 파리에 입성한 후 다시 황제에 올랐지만 그것은 백일천하에 그쳤다. 그해 6월 워털루 전투에서 패한 후 나폴레옹은 세인트 헬레나섬에 유배돼 6년 후인 1821년 5월 그곳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그의 나이 쉰하나였다. 시대의 영웅은 그렇게 갔다.



 # 프랑스의 변방 코르시카에서 태어나 유럽을 뒤흔들었던 나폴레옹의 파란만장한 오십 생애는 두 장의 뚜렷하게 대비되는 그림으로 대변된다. 하나는 자크-루이 다비드가 그린 ‘성 베르나르 협곡을 넘는 나폴레옹’(1801)이다. 앞 발을 들고 갈기와 꼬리털을 휘날리는 백마를 탄 채 알프스를 넘으며 시선은 그림 보는 이를 응시하고 손가락으로는 넘어야 할 산 정상을 가리키는 그 유명한 그림 말이다. 이 그림을 보며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나폴레옹에게 세뇌라도 된 듯 “나의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되곤 한다. 다른 하나는 폴 드라로슈가 그린 ‘1814년 3월 31일, 퐁텐블로의 나폴레옹’(1840)이다. 방금 막 말에서 내렸는지 부츠에는 잔뜩 먼지가 끼어 있고 전장을 휘젓고 다니느라 빛 바랜 잿빛 코트마저 벗을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의자에 걸터앉아 한 쪽 팔을 힘겹게 의자 등받이 위로 걸치고 앉아 있는 나폴레옹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매우 지쳐 보이지만 눈빛만큼은 여전한 나폴레옹의 뒤로 드리워진 짙은 주단의 커튼이 그의 미래가 결코 밝지 않을 것 같은 예감으로 다가온다. 더구나 그림 속 나폴레옹의 시선은 그림 보는 이를 바라보지 않는다. 뭔가를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아마도 그것은 그 자신에게 다가오는 암울한 미래가 아닐까 싶다. 그것도 결코 돌파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답답한 미래 말이다.



 # 사실 우리네 삶은 백마 타고 성 베르나르 협곡을 넘는 나폴레옹의 모습보다는 잔뜩 지친 상태로 코트마저 벗지 못한 채 의자에 걸터앉아 불투명한 미래를 마주하듯 응시하는 퐁텐블로의 나폴레옹에게 더 가까울지 모른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 인간적인 나폴레옹은 그 후 퇴위 각서에 사인하고 1814년 4월 20일 프랑스를 떠나 엘바섬으로 유배당한다. 하지만 이듬해 2월 엘바섬을 탈출한 나폴레옹은 3월에 파리에 재입성하고 다시 황제가 되었다. 불사조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운명은 끝내 그의 편이 아니었다. 1815년 6월의 어느 일요일 아침에 나폴레옹은 자기 일생의 마지막이 될 주사위를 던졌다. 그리고 그의 지독하리만큼 전쟁 같았던 삶은 그날 밤 멈춰버렸다. 이집트의 사막과 프로이센의 초원, 이베리아반도의 대평원과 오스트리아의 골짜기들, 러시아의 동토를 누비던 나폴레옹이 아니었던가. 한때 엘바섬에 갇혔었지만 그마저도 탈출해 재기할 것 같았던 그가 브뤼셀 남쪽의 비탈진 언덕에서 어이없이 멈춰선 것이다. 아니 무너지고 말았다. 워털루 전투에서 패배한 것이다. 그룹 아바의 노래에도 나오는 바로 그 워털루다.



 # “어떤 큰 힘이 나도 알지 못하는 목표를 향해서 나를 몰고 간다. 그 목표가 완성되지 않는 한 나는 흔들리지 않는 불사신이다. 그러나 그 목표에 내가 더 이상 필요가 없게 되면 파리 한 마리라도 충분히 나를 넘어뜨릴 수 있다.” 조르주 보르도노브가 쓴 나폴레옹 평전에 나오는 나폴레옹 자신의 육성 고백이다. 그렇다. 불사조 같고 불사신 같은 이도 어느 순간엔 파리 한 마리도 못 당하는 때가 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그게 인생인 것을! 그러나 삶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더 과감하게 인생의 주사위를 던지고, 때로 도박 같은 도전일지라도 담대하게 감행할 때 비로소 펄떡거리며 숨을 쉬지 않겠는가. 게다가 그것이 꽉 막힌 삶의 돌파구가 될지 그 누가 알겠나!



정진홍 논설위원·GIST다산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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