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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중 3각 압박에 한발 물러선 김정은

박근혜·오바마·시진핑(習近平)의 3각 대북공조 속에 출구를 모색해 오던 김정은이 태도변화를 보였다. 직접 전면에 나서 ‘핵찜질’ 발언 등으로 핵·미사일 도발수위를 최고치로 올린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6일 대남기구를 통해 우리 측의 당국회담 제의에 호응해 왔다.



[뉴스분석] 남북대화 임박
북한 개성공단 당국 회담 제의
금강산관광·이산상봉도 논의
한국 12일 서울서 장관급 회담
7일부터 실무 협의 재개 제안

미·중, 한·중 정상회담 의식한 듯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특별담화문을 통해 “6·15를 계기로 개성공업지구 정상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북남 당국 사이의 회담을 가질 것을 제의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우리 측이 그동안 의제로 제안해 온 개성공단뿐 아니라 6년째 중단된 금강산 관광 정상화까지 거론했다. “필요하다면 흩어진 가족·친척 상봉을 비롯한 인도주의 문제도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남조선 당국이 호응해 나오는 즉시 판문점 적십자 연락통로를 다시 여는 문제를 비롯한 통신·연락과 관련한 제반조치들이 취해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성공단 문제뿐 아니라 남북관계를 가로막고 있던 난제들을 포괄적으로 다루자는 얘기다. 이날 조평통의 2000자짜리 특별담화문에는 ‘북남관계 개선’이란 표현이 세 번 들어갔다. “회담장소와 시일은 남측이 편리한 대로 정하면 될 것”이라면서 우리 측에 위임했다.



 북측 담화 7시간 만에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오는 12일 서울에서 개성공단·금강산 관광·이산가족 문제 등 남북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남북 장관급 회담을 개최하자”고 밝혔다. 북측이 언급한 현안을 모두 다루려면 실무회담이 아닌 장관급 회담이 적합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북한이 이를 수용하면 박근혜·김정은 정권 출범 후 첫 공식 회담이 열리게 된다.



 조평통은 담화문에서 “위임에 따라 중대입장을 천명한다”고 명시해 발표가 김정은의 지시임을 분명히 했다. 6·15 공동선언 공동행사와 함께 7·4공동선언 기념행사를 제안한 것도 눈길을 끈다. 7·4 남북공동선언은 박근혜 대통령의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 시 발표됐었다. 박 대통령을 의식한 제안인 셈이다.



 이날 조평통 발표는 제안의 형식이긴 하지만 4월 류길재 장관의 당국대화 제안을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뒤늦게라도 북한이 당국 간의 남북대화 재개를 수용한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발전적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북 대화 제의 진정성 더 두고 봐야



 북한 담화는 북핵 문제 등이 테이블에 오를 미·중 정상회담(7일 미 캘리포니아)이 임박한 상황에서 나왔다. 남북대화를 제의함으로써 중국의 부담을 덜어주는 모양새라는 관측도 나왔다. 지난달 말 최용해(총정치국장) 특사를 통해 파악한 시진핑 주석 등 중국 지도부의 냉랭한 대북 분위기가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5월 초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정책 공조를 확인한 데 이어 미·중 정상회담, 이달 말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압박의 파고가 거세질 것이란 전망도 고려했을 수 있다. 한국·미국·중국의 3각 공조는 군사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한·미 연합훈련에 미 최신예 무기체계가 한반도에 총출동하고 한국군 합참의장이 군용기로 방중하는 등 한·중 군사교류도 속도가 붙고 있는 상황이다.



 군부 핵심 자리의 롤러코스터식 잦은 인사 등 북한 권력 내부의 어수선한 상황도 대외 관계 안정과 남북대화에 대한 수요를 느끼게 했을 수 있다. 공단 가동 중단으로 근로자 5만3000여 명과 가족 등 20만~30만 명이 타격을 입어 개성 민심이 흉흉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안팎의 정세가 김정은을 대화 쪽으로 움직였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정은은 지난달 말부터 강원도 원산특각(전용별장)에 머물며 장고를 해왔다. 북·미 관계 진전과 북·일 수교교섭 등 대외정책의 큰 청사진을 그렸고, 이를 위해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유호열(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한국정치학회장은 “북한에는 북·미 대화가 핵심이고 남북대화는 이를 위한 분위기 조성용으로 활용하는 측면이 있다”며 “중국이 대북문제에 어떤 입장변화를 갖고 있는지도 향후 북한의 태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장관급 회담 개최에 화답해 순조롭게 논의가 이뤄질 경우 박근혜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의 태도변화가 근본적인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김정은 정권이 핵을 고수하고 남북대화를 대미 접근의 종속변수로 생각하는 태도를 버리지 않는 한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진전은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그간의 전례를 보면 회담 테이블에서 핵심 의제에 집중하기보다는 대북제재 철회와 6·15공동선언 존중 등을 앞세워 판을 꼬이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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