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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대통령 면담 기념 선물 시계 만들지 말지 고민

역대 대통령 기념 시계. 왼쪽부터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시계.

일반 국민이 대통령을 만나면 직접 대통령 얼굴을 보는 것 외에도 부수적으로 얻는게 또 하나 있다. 바로 대통령의 선물이다. 그중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 문양의 휘장과 무궁화가 그려지고 대통령 이름이 적힌 손목시계는 대통령을 만났다는 ‘증표’로서 청와대의 오랜 선물 품목으로 자리 잡아왔다. 그런데 요즈음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사람 중에는 이런 손목시계를 받았다는 이가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박 대통령 취임 100일이 지났지만 청와대는 아직 이런 시계를 만들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 42일째인 2008년 4월 6일 전국의 환경미화원 196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한 뒤 처음으로 대통령 손목시계를 선물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이래로 역대 대통령은 모두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은 손목시계를 만들었다. 박 전 대통령은 1970년대 새마을지도자들을 청와대로 불러 식사를 대접한 뒤 손목시계를 선사하면서 일일이 격려하곤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82년 아시아선수권에서 종합우승한 복싱 선수단에게 금일봉과 함께 손목시계를 수여했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기념 시계는 일본의 민단(民團) 등 해외동포에게까지 전달됐다. 역대 미국 대통령도 취임 기념 시계를 만들었다. 2009년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기념 시계를 국내 중소기업이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북한에선 오메가·티소 등 스위스제 고급 손목시계에 김일성의 필체로 이름을 넣은 ‘김일성 명함 시계’를 받는 게 큰 영광으로 받아들여진다.

 ‘대통령 시계’가 인기 있는 게 가격 때문은 아니다. 3000개를 제작했던 메탈 재질의 4각형의 ‘노무현 시계’는 제작 단가가 3만2000원 정도였다고 한다. 둥근 시계 모양에 가죽끈을 이용한 김대중 시계는 원가가 2000원 수준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원가가 얼마인지를 떠나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서 대통령 시계는 ‘권력에의 근접’ 정도를 보여주는 상징으로 여겨진다. 희소성과 상징성으로 인해 웃돈을 얹어 거래되기도 한다. 온라인에선 대통령 기념 시계를 10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하는 경우도 잦다. 이 때문에 가짜 대통령 시계를 만들어 팔다가 적발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2009년엔 이명박 대통령 서명이 적힌 손목시계 1300여 개를 만들어 서울 청계천 노점 일대에서 개당 1만5000∼2만원에 팔던 상인들이 무더기로 적발되기도 했다.

 청와대가 ‘박근혜 시계’ 제작을 고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통령과의 만남을 기념하는 건 좋지만 ‘과시용’으로 쓰이는 부작용이 있는 만큼 굳이 박 대통령의 이름이 적힌 시계를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여주기 식의 처신을 꺼리는 박 대통령의 스타일을 고려했을 때도 역대 대통령과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청와대 기념품에 배정된 예산이 넉넉지 않은 형편이어서 예산을 많이 들이지 않고 받는 사람의 만족도가 높은 기념품 품목을 찾기 쉽지 않다는 데 청와대의 고민이 있다. 일부에선 대통령 이름이 새겨지지 않은 청와대 기념시계만 만들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을 경우 과거처럼 ‘박근혜 시계’가 등장할 가능성도 완전 배제하긴 어렵다. 현행법은 대통령의 휘장과 서명을 위조한 경우 징역형을 받도록 엄하게 다스리고 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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