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오바마·시진핑 회동 수시로 전화할 정도로 친해지기만 해도 성공"

“21세기는 미국의 세기도, 중국의 세기도 아니다. 21세기는 무게중심이 없는 무주공산(無主空山)의 시대가 될 것이다.”

 지난해 출간돼 세계적 주목을 받은 『노원스 월드(No One’s World)』의 저자인 찰스 쿱찬(미 조지타운대·54) 교수가 방한했다. 진보적 현실주의 국제정치이론의 대가인 쿱찬 교수는 지난 3일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선장 없는 조타실’을 주제로 강연했다. 경제는 물론 이념적으로도 서구 모델의 우위는 끝났다는 도발적 주장으로 미 정치권과 학계에 논쟁을 촉발한 그를 만나 미·중 정상회담과 북한 핵문제 등에 대해 물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7, 8일 캘리포니아 란초 미라지의 휴양지 서니랜즈에서 만난다. 미·중 정상이 외딴 곳에서 하룻밤을 함께 보내는 것은 처음이다. 미·중 관계에 새 장이 열리는 것인가.

 “새 장이라기보다 새 책의 서문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미·중 모두 양국 관계의 토대를 바꾸면서 동시에 수준도 격상시키고 싶어 한다. 이번 회담은 양국이 상호이해를 증진하고 상호신뢰를 구축함으로써 구체적인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의의가 있다.”

 -회동의 첫 번째 목표는 무엇이라 보나.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의 개인적 친분 강화다. 두 사람이 수시로 전화할 수 있는 관계를 맺을 만하다고 느끼면 그걸로 이번 회담은 성공이다. 오바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는 필요하면 아무 때나 연락해 즉시 일을 처리하는 관계를 맺고 있다. 오바마와 시진핑이 넥타이를 풀고, 편안한 차림으로 1박2일을 함께한다는 것은 미·중 관계가 그와 비슷한 관계로 가는 여정이 시작된 것을 의미한다. 이른 시일 내 쉽게 이루어지진 않겠지만 옳은 방향인 것은 분명하다.”

 -양국 정상의 공동성명에는 어떤 메시지가 담겨야 하나.

 “공동성명이 채택된다면 세 가지를 담아야 한다. 우선 앞서 언급한 대로 양 정상의 개인적 유대를 강조하는 메시지다. 북한이나 이란, 사이버 안보 등 현안과 관련해 의미 있는 메시지도 담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 하나는 중국을 존중한다는 메시지다. 중국인들 사이에는 미국이 자신들을 과소평가한다는 불만이 있다.”

 -오바마의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정책을 중국은 대중(對中) 봉쇄 정책으로 의심하고 있다.

 “냉전이 종식된 1990년대부터 미국은 전략적 우선순위의 변화에 맞춰 보유 자산을 재배정해 왔다. 아시아 회귀는 그때부터 점진적으로 진행된 것이지 오바마 집권 후 갑자기 시작된 게 아니다. 그런데 오바마의 아시아 회귀가 지나치게 군사적 측면을 강조함으로써 대중 봉쇄라는 인상을 준 것이다. 오바마 2기 행정부에서는 달라질 것으로 본다. 경제·문화·학술 등 다방면에 걸쳐 다양한 모습으로 전개될 것이다.”

 -20세기 국제사회의 조타수 역할을 해온 미국의 리더십이 위축되고 있다.

 “미국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것이다. 국제적 리더십 유지에 따른 부담을 줄이라는 국내의 목소리도 있다. 새로운 고립주의의 시작이라기보다 차별적 국제주의의 시작이라고 본다. 급격한 변화보다 조정(調整)이 시작된 걸로 봐야 한다.”

 -협상을 통한 북한 핵문제 해결이 가능할까.

 “북한 핵은 가장 다루기 힘든 국제사회의 난제 중 하나다. 군사적 옵션은 매력적이지 않고, 외교적 옵션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인내심과 단호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협상의 문은 열어놓아야 한다. 사다트의 이스라엘 방문, 닉슨과 키신저의 중국 방문, 고르바초프와 레이건의 냉전 종식 등 지난 수십 년간 세계가 경험한 뜻밖의 외교적 돌파구는 모두 용기 있는 외교의 소산이었다.”

 -북한에 대한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는 2기 행정부에서도 유지될까.

 “관여(engagement)정책은 상호성을 전제로 한다. 한쪽이 선의를 갖고 어떤 제안을 하거나 제스처를 보일 때 상대가 호응해야 가능한 것이다. 러시아·미얀마·쿠바 등에 대한 오바마의 관여정책은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북한과 이란 경우에는 공이 평양과 테헤란에 넘어가 있는 상태다. 선의를 갖고 협상에 임할 준비가 돼 있다는 확실한 신호가 평양에서 오기 전에는 오바마는 전략적 인내 노선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미국의 친구가 될 수 있을까.

 “화해 과정에는 시간이 걸린다. 미국과 북한은 아직 그 과정의 첫걸음조차 떼지 못했다. 하지만 다른 매력적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는 언제라도 화해 과정이 시작될 수 있다. 최후의 순간까지 대화의 문을 열어둬야 하는 이유다. 북한처럼 남을 속이는 나라에 대해서는 대화 상대가 출발점을 높여 잡기 때문에 대화의 돌파구를 열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미국은 한국의 60년 동맹이고,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 파트너다. 한국이 취해야 할 스탠스는.

 “동북아 안보가 지나치게 미국에 의존하고 있고, 역내의 자체 연계가 불충분한 점은 동북아 안보 구조의 문제다. 미국과의 동맹관계뿐만 아니라 역내국가 간 화해와 협력을 통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유럽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 한·미 동맹으로 누리는 전략적 이점을 지렛대 삼아 한·중 관계를 강화하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다. 한·중 관계를 한·미 관계의 보완재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통독 과정을 지켜본 전문가로서 남북한 통일을 위해 조언을 한다면.

 “통일은 예기치 않은 시간에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온다. 동독 주민들이 너도나도 베를린 장벽을 넘을 것으로 누가 예상이나 했는가. 언젠가는 이루어질 것이므로 절대 포기해선 안 된다. 또 하나는 통일로 굴욕감을 느끼게 될 쪽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통일 후 독일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가 동독 주민들이 느끼는 열패감이었다. 통일의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글=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사진=김상선 기자

◆찰스 쿱찬=우크라이나 출신의 유대계 미국인. 옥스퍼드대 석·박사. 하버드대와 컬럼비아대를 거쳐 현재 조지타운대 교수 겸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 『미국 시대의 종말』(2002), 『적을 친구로 만들려면』(2010), 『노원스 월드』(2012) 등 저서.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