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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고건의 공인 50년 <79> 교통방송과 교통카드

1990년 5월 3일 교통방송(TBS) 본부 현판식을 하고 난 뒤 고건 서울시장(오른쪽)이 TBS 본부 안을 둘러보고 있다. 이날 TBS는 시험 전파를 내보냈다. [사진 고건 전 총리]

지하철과 도로 같은 하드웨어만큼 교통의 소프트웨어도 중요하다. 임명직 서울시장으로 일하기 시작한 1980년대 후반.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한참 전이다. 한 번 차에 올라타면 왜 길이 막히는지, 어디로 가야 길이 덜 막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라디오 방송으로 교통정보를 신속하게 알려 줘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선 교통방송(TBS) 창립을 서둘렀다. 난 교통은 알아도 방송은 모른다. 권위 있는 방송 전문가를 모아 교통방송 창설 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김규 서강대 교수, 이환의 전 MBC 사장 등이 위원회에 참여해 도움을 줬다. 그리고 90년 6월 11일 교통방송이 문을 열었다. 교통방송이 시작되면서 운전자는 라디오로 교통정보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어 좋았고, 도로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데도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개선할 점은 많이 남아 있었다. 출퇴근길 서울시내 차량 가운데 ‘나홀로 승용차’가 70%를 넘었다. 처음 서울시장으로 임명됐던 80년대 후반이나 선거를 거쳐 서울시장직을 다시 맡게 된 90년대 후반이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시민이 대중교통을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야 했다. 지하철을 편리하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시급했다.

 어느 날 “시장도 찜통 지하철을 한 번 타 보라”는 힐난 섞인 e메일을 받았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지하철 2·4호선으로 출근하는 나도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1~4호선의 노후 전동차를 2002년까지 순차적으로 냉방이 잘되는 새 전동차로 교체했다. 승객이 많은 지하철역부터 시작해 역사의 냉방시설을 개선해 나갔다.

 서울 지하철의 환승거리가 멀다는 점도 해결해야 했다.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수평 에스컬레이터 등을 확충했다. 취임 초기 36%였던 지하철 수송 분담률을 임기 말 50%대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지하철에서 시내버스나 마을버스로 쉽게 갈아탈 수 있는 환승체계도 구축했다. 윤준병(현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 서울시 대중교통과장이 실무를 맡았다. 2000년 교통카드 하나로 지하철과 시내버스, 마을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교통카드 호환사업을 실시했다. 2001년엔 지하철과 버스로 갈아탈 때 요금을 할인해 주는 환승할인제도도 만들었다.

정리=조현숙 기자

[이야기 속 인물] 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
교통카드 호환 시스템 환승 할인제 도입 뿌듯


서울의 교통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52·사진)을 지난달 29일 만났다. 고건 전 국무총리가 두 번째로 서울시장을 할 때인 서울시 대중교통과장으로 일했다. 윤 본부장은 교통카드 호환사용 제도와 대중교통 환승요금 할인제를 도입한 공로로 2002년 1월 제1회 ‘서울 정책인 대상’ 본상을 받았다.

 - 지금의 교통카드는 어떻게 나왔나.

 “원래 교통카드는 시내버스 선불교통카드, 지하철 후불교통카드가 있었다. 두 개 방식의 교통카드를 통합하려고 했다. 보고했더니 고건 당시 서울시장이 ‘안 된다. 두 종류 모두 사용이 가능하도록 호환방식으로 하라’고 지시했다. 회사 간 협의가 하도 안 돼서 궁리 끝에 ‘교통카드호환협의회’를 만들었다. 각 사를 회원으로 참여시키고 거부권을 가질 수 있게 했다. 협의회를 통해 회원사끼리 결정하도록 하니 합의가 이뤄지더라. 1999년 말 고 시장에게 결재를 받으러 가서 ‘이제 됐다’고 보고를 했는데 ‘수고했다’는 한마디도 안 하시더라. 가장 적용하기 쉬운 버스부터 시작해 2000년 6월 지하철에서도 선불·후불 카드를 함께 쓸 수 있도록 호환시스템을 완성했다.”

 - 대중교통 환승요금 할인제는.

 “환승할인제도를 2001년 시행하려고 2000년 10월 방안을 올렸는데 예산 단계에서 막혔다. 50억원 정도 예산이 필요했는데 반영이 안 됐다. 어느 토요일 고 시장이 교통 관계부서 과장들을 모아 점심을 샀다. 약주 한잔을 하면서 ‘할 얘기 있으면 해보라’고 해서 환승할인 예산에 대해 말했다. 고 시장은 ‘대중교통이 중요하잖아’란 답만 했다. 된 건지 안 된 건지 모르고 있는데 다음 날 예산 부서에서 ‘빨리 예산서 가져오라’고 연락이 왔다. 예산을 따냈고 계획대로 시행할 수 있었다.”

 - 대중교통과장 때 가장 힘들 던 일은.

 “버스 구조조정이다. 재정 상태가 안 좋은 버스회사를 퇴출시키는 사업을 중점 시책으로 잡고 추진했다. 버스업체의 저항이 얼마나 많았는지…. 3년 이상 적자가 계속되는 버스업체는 퇴출시키는 내용의 대통령령을 만들었고 구조조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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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