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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감자 먹는 노인들

감자 먹는 노인들 - 최치언(1970~ )


복덕방엔 감자 먹는 노인들이 있다.

크고 작은 집들이 산을 타고 헝클어져 있듯,

장기판의 알들이 제멋대로 헝클어져 있다.

반쯤 지워진 ‘축’거울 속 난로 위의 주전자가 끓는다.

펄펄 김을 쏟아내며 열심히 땀을 내고 있다.

이빨도 들어가지 않던 세월이 그새 푹 익어버렸다. 그래도

가끔 소금처럼 짠 기억들이 물을 들이켜게도 한다.

복덕방엔 감자 먹는 노인이 있다.

그들의 인생이 감자만큼 못생겼다고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누런 갱지 같은 얼굴을 들면

어느새 벽달력엔 삼수갑산 흰 눈이 그득한데, 맵찬 바람만

문짝을 두드리다 언덕을 내려간다.


감자 하면 생각나는 추억들. 언제나 맛이 좋던 프리트. 사랑의 괴로움을 몰래 감추고 떠난 사람 못 잊어서 울며 삼킨 감자전. 그 어느 날 차 안에서 내게 물었지. 그중에서 젤 좋은 게 뭐냐고. 조림보다 더 좋은 건 탕이라며 눈알을 부라리던 그때 그 사람. 외로운 술집에서 감자탕을 주문하며 배고파서 무심했던 탐욕스러운 사람. 함께 먹자는 단 한마디 말도 없이, 이 감자가 그 감자가 아니라며 잘난 척하던 그 사람, 지금은 어디에서 행복할까. 어쩌다 한 번쯤은 내게 미안해 할까. 지금도 생각나는 그때 그 감자. 그때 그 사람. 까다로운 내 입맛을 살며시 자극하며, 입속에서 살살 녹던 고칼로리 전분들. 그러니까 너무 좋아해도 안 되겠지. 다시는 폭식을 해서도 안 되겠지. 철없이 맛이 최고인 줄만 알았었네. 지금도 먹고 싶은 그때 그 튀김. 이제는 잊어야 할 그때 그 볶음. 혈압과 당뇨를 생각하면 잊어야 할 그때 그 감자들. <조재룡·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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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