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서소문 포럼] 로또 사는 심정으로 핵 포기 원하나



강영진
논설위원


지난달 22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특사로 중국을 방문했던 최용해 총정치국장이 냉대를 받았다고 한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최 특사가 중국에 도착한 지 사흘이 지나서야 만나줬고 최 특사는 면담 직후 서둘러 평양으로 돌아가는 모습이었다. 냉대 이유는 북한이 핵 포기 의사를 밝히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한다. 실제 최 특사는 중국 체류기간 내내 ‘대화’만을 강조했을 뿐 핵 포기는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 언론은 최 특사가 돌아온 뒤 ‘핵 포기는 없다’고 되풀이 강조하고 있다.

 북한 핵 문제가 국제사회의 핫 이슈로 부각된 지 만 20년이 넘었다. 20년 동안 진행된 국제사회의 북한 비핵화 노력은 결과적으로 ‘완전한 실패’였다. 북한의 핵 개발은 크게 진전해 2~3년 안에 수십 기의 핵탄두와 이를 날려보낼 장거리 미사일을 갖게 될 전망이다. 그 과정을 간략히 살펴보자.

 1994년에 북한과 미국은 극적으로 ‘제네바 핵합의’에 도달했다. 양측이 합의 내용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을 보였지만 함경남도 신천에 경수로 공사가 진행되는 등 합의 이행과정이 5~6년 이상 지속됐다. 그러나 합의 이행과정은 북한이 비밀리에 우라늄 농축을 진행했다는 의혹이 커지면서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다.

 2005년에는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이 나왔다. 1년여 동안 한국과 미국이 북한에 중유를 5만t씩 제공하고 북한이 영변 5MW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는 등 합의 이행과정이 있었지만 북한이 1차 핵실험을 강행함으로써 파기됐다. 북한은 3년 뒤 2차 핵실험을 했다.

 지난해 북한과 미국이 다시 ‘2·29 합의’를 내놓았다. 우라늄 농축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북한 복귀, 핵·미사일 실험 유예 등이 포함돼 있었지만 합의는 곧바로 깨져 버렸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를 강행한 것이다. ‘광명성3호 인공위성’을 실은 ‘은하3호 로켓’이 그것이다. 발사 직후 로켓이 폭발하자 연말에 다시 발사해 성공했다.

 지난해 5월 북한은 헌법을 개정하면서 전문에 핵 보유국임을 명기해 핵 포기 의사가 없음을 대내외에 천명했다. 더 이상 핵 포기를 두고 미국과 협상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올 2월 3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영변 원자로 복구와 건설에 박차를 가하는 등 북한의 핵 개발 활동은 이제 거칠 것이 없다는 식이다.

 지난 20년은 미국이나 우리에게 북한의 핵 개발을 저지하지 못한 ‘실패의 역사’가 아닐 수 없다. 반면 북한 입장에선 2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온갖 어려움을 이겨낸 ‘성공의 역사’임이 분명하다. 이런 대조가 뒤집어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번 주말 미·중 정상회담에선 북한 핵 문제가 가장 중요하게 논의될 것이라고 한다. 미국은 최용해 특사가 대화 의지를 밝혔음에도 ‘비핵화를 향한 진정성 있는 조치’가 없는 한 대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 점은 한국도 다르지 않다. 이에 비해 중국은 한·미와는 다소 입장이 다르다. 6자회담 주최국으로서 어떻게든 대화의 계기를 살려보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최용해 특사에 대한 중국 측의 냉대를 계기로 북한 핵 개발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낙관론이 다소 커지는 분위기다. 북한 경제의 생명줄을 쥔 중국의 압박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20년 실패의 역사’에 신물이 난 많은 사람이 강력한 압박을 통해 북한 핵 포기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믿는다. 압박에 못 이겨 나라가 망하지 않으려면 핵 포기를 하지 않고 배길 것이냐는 막연한 기대가 깔려 있다. 그래도 버티다가 망해 버리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런 믿음이 근거가 약하다고 생각한다. 북한 핵 보유는 20년의 역사를 거쳐 완성단계에 이르러 있다. 이를 되돌리려면 20년 못지않은 고행(苦行)길을 거쳐야 할 것으로 각오하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을까. 정말 갑갑하고 짜증스러운 일일지라도 말이다. 갑갑증을 못 이겨 인내심과 냉철함을 잃는다면 문제 해결은 요원해질 뿐이다. 돌연 북한 핵 포기가 이뤄질 것으로 믿음으로써 스트레스를 푸는 건 로또복권을 사면서 얻는 위안과 마찬가지로 허망해 보인다.

강영진 논설위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