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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시간제 일자리, 개념부터 명확해야 성공한다

김혜미
사회부문 기자
“시간제 일자리는 필요에 따라 풀타임이나 파트타임을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차별받지 않는 반듯한 일자리.”(박근혜 대통령, 3일 수석비서관회의)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는 개인의 자발적 수요에 부응하고 기본적인 근로 조건을 보장하는 고용이 안정된 일자리.”(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3일 고용부 사전 브리핑)

 “시간제 일자리는 전혀 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현오석 경제부총리, 4일 정부 합동 브리핑)

 ‘고용률 70% 로드맵’의 핵심인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정부 설명은 모두 같은 듯 들린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다른 얘기다. 전일제와 시간제를 오갈 수 있는 일자리, 고용이 안정된 일자리, 정규직 일자리의 성격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말하는 일자리는 국내에선 아직까지 찾아보기 힘든 ‘꿈의 일자리’다. 또 고용이 안정된 일자리라면 현재 비정규직으로 분류돼 있는 상용직(고용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을 포함할 수 있지만 정규직이 되려면 고용 기간에 제약이 없어야 한다.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 사이에서조차 “정부가 어느 정도 수준의 질이 보장되는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건지 알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고용부가 3일 발표한 ‘시간제 일자리 새 이름 공모’ 결과를 봐도 그렇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시간제 일자리라는 표현에서 편견을 지울 수 없다”며 “공모를 통해 이름을 좋은 단어로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제안한 데 따른 것이었다. 1273건의 아이디어가 접수됐지만 당선작을 뽑지 못했다. 시간제 일자리의 긍정적 의미를 잘 나타내고 친숙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단지 용어의 문제라면 별게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시간제 일자리의 구체적 모델을 마련하지 않은 채 덜컥 로드맵부터 발표한 거라는 의구심을 불식하지 못한다면 얘기는 다르다. 노동계가 “정부가 말하는 시간제 일자리는 비정규직의 다른 이름일 뿐”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된다.

 서울의 한 컨설팅업체는 지난해 정부 지원으로 시간제 일자리 만들기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시간제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어서다. 이 회사 인사팀장은 “아무리 아르바이트가 아니라고 해도 안 먹힌다. 성공 사례가 많이 나와야 시간제 일자리가 제대로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제라도 경제 주체들과 논의해 보장할 수 있는 시간제 일자리의 수준을 명확히 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시간제 일자리가 우리 사회에 안착할 수 있다.

김혜미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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