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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부지런한 의원님들

김영훈
경제부문 차장
지난달 말 19대 국회가 개원 1년을 맞았다. 그 사이 국회의원들, 부쩍 부지런해졌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19대 국회 1년간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4919건에 이른다. 하루에 13.5건꼴이다. 18대 국회 첫 1년(4716건)보다 늘어난 건 물론이고 17대(1601건)에 비해선 3배 수준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자들 사이에서 정부안 보도의 중요성이 과거에 비해 떨어졌다. 정부안이 국회에서 수정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국회가 거수기 수준에선 벗어났다는 얘기다.

 아쉽지만 칭찬은 여기까지다. 부지런한 국회의 뒷모습은 그리 편치 않다. 19대 국회 1년간 법안 처리 비율은 18%다. 18대(35%)의 절반이다. 지난해 말 대통령 선거로 국회가 제대로 안 열려서 그렇다는 게 국회 쪽 해명이다. 그러나 같은 조건이던 14대 국회 첫 1년의 법안 처리 비율은 65%였다. 내용을 모른 채 공동발의로 이름을 빌려주는 ‘발의 품앗이’는 고전적 기법이 된 지 오래다.

 더 큰 문제는 법안의 성격이다. 18대 국회 의원 발의의 93%는 규제를 새로 만들거나 강화한 법안(음선필 홍익대 교수)이었다. 19대 국회에 대한 정치한 분석은 아직 없다. 그러나 4월 임시국회의 무더기 규제 법안을 감안하면 18대보다 더 할 가능성이 크다. 형식적으로나마 열던 입법 공청회도 생략되기 일쑤다.

 국가 권력은 통제하려는 습성을 갖기 마련이다. 이에 대항해 경제·사회적 자율성을 지키는 게 국회의 원래 자리다. 그런데 우리 국회는 규제의 첨병이 돼가고 있다. 자연히 정부도 거칠어지고 있다. 한 대기업의 대관 업무 담당 임원의 얘기다. “요즘처럼 공무원들이 터프한 적은 없다. 하라면 하지 웬 말이냐는 식이다. 강력한 재벌 개혁 정책을 폈던 노무현정부 때도 이러지 않았다. 브레이크가 없다.”

 과거의 잘못을 고치기 위한 규제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필요한 건 징벌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대안적 기업의 길을 터 준 협동조합법이 좋은 예다. 요즘 유행어로 하자면 이게 ‘창조 국회’다. 규제 입법은 국회가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일 뿐이다.

 그래도 규제가 필요한 부문이 있다면 시장의 규율을 북돋는 게 먼저다. 흘러간 옛 노래 취급을 당하고 있지만, 시장의 규율은 여전히 어떤 규제보다 실효적이다. 지난달 15일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한라건설에 대한 그룹 계열사의 추가 지원은 ‘절대’ 없다”고 말했다. 만도 등 한라그룹 계열사가 자금난에 처한 한라건설에 자금을 지원하자 만도 투자자가 반발하고 주가가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정 회장의 약속은 투자자에 대한 사과이자 시장의 힘이 만든 결과다. 따라잡기 벅찰 정도로 숱한 규제가 양산되고 있지만 이렇게 실질적 힘을 낸 규제는 아직 못 봤다. 6월 임시국회가 시작됐다. 부지런해진 국회, 쉼 호흡을 할 때다.

김영훈 경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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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