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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리더의 탁월한 의사결정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뇌과학 측면에서 의사결정을 연구하다 보니, ‘의사결정을 잘하는 비결이 뭐냐’는 질문을 종종 받곤 한다. 특히 정치를 하거나 기업을 운영하는 리더들은 중대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순간을 종종 맞닥뜨리기 때문에, 자주 이런 질문을 해오곤 한다.

 ‘그때그때 달라요!’라고 웃으며 대답하지만, 성공한 리더들에게 비슷한 질문을 던지면 되돌아오는 대답이 대충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들이 동의하는 건, 100% 완벽한 의사결정은 없다는 것. 적절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만큼이나, 그것을 적절한 시기에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선택이 잘못됐다고 깨닫는 순간 빨리 수정하라는 것이다.

 의사결정을 잘하는 사람들은 이 결정을 언제까지 하는 게 가장 적절한가를 먼저 생각한다. 적절한 시기에 최선의 결정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결정의 순간 전까지 최대한 정보를 빠르게 모으고 다른 사람들과 깊게 상의하면서,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려 애쓴다.

 의사결정의 순간이 왔을 때, 그들은 때를 놓치지 않고 과감하게 선택한다. 100% 확신이 들진 않더라도, 좋은 결정이라는 생각이 70%만 들어도 과감하게 실행에 옮긴다. 혹여 너무 중요한 의사결정이라 성급하게 결정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을 땐, 의사결정을 몇 단계로 나누어 수행해도 좋다.

 무엇보다 좋은 의사결정자들은 실행에 옮긴 의사결정이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자신의 결정을 수정하거나 심지어 번복한다. 잘못을 인정하고 의사결정을 빠르게 수정해 결국 최선의 결정에 도달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은 정반대로 선택한다. 우리는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생각에 의사결정을 미루다가 적절한 때를 놓치기 일쑤다. 확신이 들 때까지 선택을 뒤로 미루지만, 무슨 일이든 ‘확신이 든다’는 건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먼저 선택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선점효과를 모두 잃어버린 후라는 얘기다. 특히나 비즈니스에선 더욱 그렇다.

 그리고 우리는 신중하게 한 선택은 절대 바꾸지 않는다. 선택을 바꾸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꼴이 되어 리더들은 더더욱 꺼린다. 그러나 새로운 정보를 얻거나 상황이 바뀌었을 때 의사결정을 바꾸는 능력은 리더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다. 목표를 완수하는 게 중요하지, 자신의 의사결정을 관철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늘 목표에 비추어 자신의 선택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리더가 자신의 의사결정을 바꾼다는 얘기는 그만큼 구성원들과 소통을 많이 했다는 얘기다. 밀실에서 혼자 심사숙고해 의사결정을 하는 ‘고독한 독재자형’ 리더는 의사결정을 번복할 수 없다. ‘결정한 메시지’가 유일한 소통의 수단이었기 때문에, 그걸 바꾸면 실없는 사람이 된다. 평소 소통을 많이 한 리더는 자신이 왜 의사결정을 바꾸게 됐는지 구성원들을 쉽게 설득할 수 있다. 리더가 소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젊어서 성공한 리더들은 이런 탁월한 의사결정의 비법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나이가 들면 불행하게도 상황은 바뀐다. 적절한 타이밍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아는 그들의 의사결정은 점점 빨라진다. 그러나 젊었을 때 보였던 ‘의사결정을 조정하는 능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나는 직관이 발달했다’며 의사결정을 단박에 해버리지만, 그러다 보니 틀릴 확률도 높아진다. 젊었을 땐 그걸 조정하는 능력이 있었지만, 치명적이게도 나이가 들면 ‘인지적 융통성(cortical flexibility)’이 현저히 떨어진다.

 그러니 잘못된 의사결정을 계속 고집하다가 낭패를 볼 수밖에. 이것이 바로 아널드 토인비가 말하는 ‘휴브리스’(Hubris·과거 성공 사례로 인한 자기 과신이 결국 자신의 발목을 잡는 경우를 뜻한다)다. 신경과학적으로 보자면, 종종 벌어질 수밖에 없는 매우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갑자기 자신이 알고 있는 리더들이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가?

 우리는 나이 든 리더가 젊은이들과 대화하며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때로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볼 때 진심으로 감동한다. “내가 미처 그런 생각은 못했는데, 자네 말을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네”라며 인정하는 연세 지긋한 리더에게 감동해본 사람들은 안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가 의사결정에 대해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교훈은 아무도 좋은 결정을 계속 할 수는 없다는 것. 누구나 잘못된 의사결정을 종종 저지른다는 것. 뛰어난 의사결정자란 그것을 재빨리 알아차리고 그 피해로부터 세상을 구하는 것이다. 대통령에서부터 우리 회사 팀장까지, 모두에게 필요한 조언이다.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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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