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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장윤정씨 집안싸움 부추기는 매스컴 대중은 책임 없나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가수 장윤정(33)씨는 아마도 전통가요(트로트) 부흥에 큰 공을 세운 가수로 대중음악사에 기록될 것이다. 알려진 대로 이달 28일 도경완(31) KBS 아나운서와 결혼할 예정인 ‘6월의 신부’다. 인생 최고의 황금기. 한창 들뜨고 설렐 시기에 모친·동생과의 다툼이 매스컴에 연일 보도되니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해도 너무 얄궂다. 인터넷에 비방 글을 올린 한 블로거는 장씨의 고소로 4일 경찰에 입건됐다.

 장씨 가족 간 다툼을 부추기고 확대시킨 매스컴은 책임이 없을까. 특히 모친과 남동생을 출연시켜 돈과 핏줄을 범벅 만들고 난도질한 어떤 TV 방송 프로그램은 정말 심했다. 실컷 상황을 악화시켜 놓고 나서 방송에 못 나온 장씨를 향해 “오늘 얘기가 사실이 아니다 싶으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라니. 예비신부가 방송에 나와 또다시 가족을 향해 악담이라도 늘어놓으라는 말인가. 막장에서도 한발 더 나가는구나 싶었다.

 나를 포함해 한발 떨어져 있는 대중이라 해서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최진실, 가수 유니, 루저녀, 패륜녀, 타블로 등 유사한 피해자들이 있었다. 주창윤 교수(서울여대)는 이를 ‘사이버 희생양’ 메커니즘으로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희생 제의(祭儀)는 규칙에 따라 진행된다. 누군가 공공질서나 규범을 위반하면(위반했다고 여겨지면) 곧바로 희생 제의에 오른다. 신상털기가 진행되고 누리꾼들은 당사자에게 사이버 처벌과 폭력을 행사한다. 제의에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그때, 희생양에 대한 폭력이 지나치다는 비판이 일어나고 윤리 문제가 제기되면서 사태는 마무리된다. 누구나 희생 제의의 제사장이 될 수 있다. 희생자를 접하는 대중은 사건을 보면서 연민을 느끼지만, 자신은 도덕적 의무가 면제되고 책임이 없다고 자위한다. 연민을 느끼면서 즐기는 것이다(주창윤, 『허기사회』).

 주 교수는 요즘 한국 사회를 ‘정서적 허기(虛飢)’가 만연한 사회로 파악한다. 퇴행적 위로, 나르시시즘 과잉, 속물성에 대한 분노가 허기사회의 특징이다. 사이버 공간의 희생 제의도 그에 따른 현상으로 본다. 한편 독일에서 활약 중인 철학자 한병철 교수는 현대 사회가 전통적인 ‘규율사회’에서 이미 ‘성과사회’로 변했다며 우울증·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소진증후군 같은 질병이 성과사회의 고유한 특징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보는 현대 사회는 ‘피로사회’다(한병철, 『피로사회』).

 그게 허기든 피로든, 무언가 전에 없던 병리현상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며칠 전에는 20대 조울병 환자가 2007~2011년에 35.4%나 증가했다는 뉴스도 있었다.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돈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숙제인 것 같다.

노재현 논설위원·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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