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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백두대간 야생화 트레킹

강원도 인제 곰배령에서 눈이 훤해지는 꽃밭을 만났다. 이른 봄에 피는 홀아비바람꽃이 늑장을 부려 뜻밖의 장관을 선사했다.

우리네 야생화를 만나고 왔습니다. 야생화를 찾아 백두대간 언저리를 굽이굽이 헤매고 돌아다녔습니다.

야생화를 찾아다니는 건 온몸으로 자연으로 들어가는 일입니다. 우리 토종 야생화는 아주 작습니다. 만개했다고 해도 새끼손톱만 한 게 대부분입니다. 키도 작고 꽃도 잘아 풀숲 아래를 허리 숙여 들여다봐야 겨우 찾을 수 있습니다.

강원도 강릉 선자령의 큰앵초 군락에서 산들바람이 멎기만을 기다리는 야생화 사진가(사진 위쪽), 선자령 정상즈음 양지꽃이 무리지어 환하게 피어 있었다(사진 아래).
산을 오르는 걸음이 한없이 느려졌습니다. 한껏 속도를 늦추고 몸을 낮췄는데도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혹여 밟지는 않을까 발 아래를 늘 신경 써야 했습니다. 겨우 카메라를 들이대도 초점 맞추는 일은 더 어려웠습니다. 우리 야생화는 하도 작아서 산들바람 한 줄기만 불어와도 온몸을 가누지 못했습니다. 누구는 꽃봉오리 주위 풀잎을 치워내고 야생화를 손으로 붙들고서 사진을 찍는다지만, 이 작은 생명에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잘 알기에 그럴 순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야생화를 만날 때마다 누가 맨 처음 이름을 지어 줬을까 궁금하곤 합니다. 아직도 꽃 이름이 헷갈리지만 이름만큼은 한 번 들으면 여간해서 잊히지 않습니다. 어여쁜 꽃이 이름은 어찌나 얄궂은지요. 줄기를 꺾으면 똥물처럼 노란 즙이 나온대서 애기똥풀, 쥐 오줌 냄새가 난다고 해서 쥐오줌풀입니다. 꽃말은 또 어떻고요. 우리네 봄꽃을 대표하는 얼레지는 꽃이 치마폭처럼 발랑 뒤집혀 핀대서 꽃말이 ‘바람난 여인’입니다. 조금 짓궂긴 해도 우리네의 질박한 해학이 묻어나 마냥 정겹습니다.

야생화 한 송이에 가슴 아픈 인생사가 깃들어 있기도 합니다. 강원도 인제 곰배령에서 만난 족도리풀은 궁녀로 뽑혀 시집도 못 가고 고생만 하다가 중국으로 팔려가 쓸쓸하게 죽은 한 산골 소녀의 사연을 품고 있었습니다. 처녀로 죽은 한이 서린 양, 꽃은 영락없이 시집갈 때 쓰는 족두리 모양이었습니다.

강원도 정선 분주령의 얼레지.
야생화를 보고 있으면 슬그머니 업어 가고 싶은 욕심도 생깁니다. 그러나 야생에서 자라야 야생화입니다. 꺾거나 캐어 가면 금세 훼손되고 맙니다. 깽깽이풀 등 수많은 야생화가 그 욕심 탓에 멸종 위기에 처했습니다.

사실 야생화 트레킹은 주의해야 할 게 참 많습니다. 그래서 가장 까다로운 생태여행으로 꼽힙니다. 우선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 뽑아서도 안 됩니다. 탐방로를 벗어나서도 안 되며, 야생화를 해칠 수 있는 애완동물이나 카메라 삼각대도 반입 금지입니다. 강원도 정선·태백의 분주령과 인제 곰배령은 사전에 신청을 해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곰배령은 하루 200명, 분주령은 하루에 300명만 입장이 가능합니다. 태백 검룡소는 입장 전에 신발 바닥을 깨끗이 털어야 합니다. 외래종 유입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성가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우리네 야생화가 그만큼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 week&의 발걸음이 머문 꽃밭은 강원도 산간 오지입니다. 초여름이면 그윽한 은방울꽃 향기로 뒤덮이는 강릉 선자령, 너른 산마루에 야생화 사태가 벌어지는 인제 곰배령, 사람 손을 안 타 희귀한 야생화가 길섶에 널린 정선 분주령 등등. 모두 야생화 애호가 사이에서 성지로 꼽히는 곳입니다.

야생화를 보고 있노라면 움츠렸던 마음이 유순해집니다. 자그마한 꽃 들여다보느라 무뎌져 있던 감각도 기민하게 깨어납니다. 싱그러운 여름의 초입, week&이 권하는 여행은 우리네 야생화입니다.

글=손민호·나원정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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