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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근영의 그림 속 얼굴] 국가관 스와핑

앙리 살라, 라벨 라벨, 2013, 20분 45초. [사진 프랑스문화원]


권근영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제55회 베니스 비엔날레 개막 전 사흘간의 전문가 프리뷰 기간 중 손님몰이에 가장 성공한 ‘소문난 맛집’은 프랑스가 전시를 열고 있는 독일관이었다. 지난달 30일 오후 베니스의 카스텔로 자르디니, 각국 국가관이 도열해 자국의 기획력을 뽐내는 이곳에서 기자 역시 우산을 받치고 두 시간을 줄 섰다. 그렇게 해서 들어간 전시관은 음악회장을 방불케 했다. 줄 선 노력만큼 감동할 준비를 갖춘 관객들을 기다리는 것은 높은 천장과 음향시설로 채워진 벽면. 두 개의 대형 스크린에서는 두 피아니스트의 왼손이 피아노 건반 위를 종횡무진, 라벨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오스트리아의 피아니스트 파울 비트겐슈타인(1887∼1961)은 제1차 세계대전 중 오른팔을 잃었다. 그는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형이다. 모리스 라벨(1875∼1937)은 그를 위해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1930)을 작곡했다. 알바니아계 프랑스 미디어 아티스트 앙리 살라는 이번 비엔날레에 라벨의 이 곡을 모티브로 한 세 개의 영상 시리즈 ‘라벨 라벨 언라벨(Ravel Ravel Unravel)’을 내놓았다. 이 협주곡에 기반한 음악들을 섞어 하나로 만드는 DJ의 심각한 표정, 그리고 그 제작 과정을 담은 영상 ‘Unravel’ 두 점과, 두 피아니스트의 왼손을 클로즈업해 협주곡 연주 장면을 보여준 ‘Ravel Ravel’이다. 세 시리즈는 두 개의 다른 소리, 두 개의 다른 손이 서로를 존중하며 하나의 조화로운 소리를 만들어 내는 과정을 보여줘 잔잔한 반향을 얻었다. 특히 협주곡 연주 장면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오른손의 표정이었다. 카메라는 난생 처음 주인공 노릇을 하며 홀로 분주한 왼손을 지지하듯 겸손하게 늘어뜨린 오른손도 빼놓지 않고 비췄다.



 기획에 퐁피두센터 수석 큐레이터 크리스틴 마셀, 연주에 프랑스 국립교향악단과 피아니스트 루이 로르티, 장-에프랑 바부제, 그리고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의 원곡 등 전시는 국가관이 발휘해야 마땅한 국가 대표급 역량을 모조리 녹여냈다. 그러나 화제를 더한 것은 전시 장소, 즉 독일관이었다. 베니스 비엔날레 118년 역사상 첫 국가관 스와핑(swapping)은 독-프랑스 우호조약인 엘리제 조약 50주년을 기념해 양국 국가관이 마련한 이벤트였다. 프랑스의 독일관 전시는 국가별 미술 역량 극대화를 위한 경쟁으로 ‘미술 올림픽’이라고 비판받는 이 행사에서 사뭇 초연한 체하는 전시. 각각의 성찬을 모아놓으니 예식장 뷔페처럼 정신없어진 이 이미지 과잉의 비엔날레에서 최고작을 꼽으라면 이것이다.



권근영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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