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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애의 시시각각] 특임이든 정무장관이든 좋다

고정애
논설위원
올 초의 일이다. 정권을 재창출했다고 믿은 이명박정부의 사람들이 박근혜정부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했는데 그중 하나가 특임장관실 유지였다. 유일호 당시 당선인 비서실장과 이정현 정무팀장이 통로였다.



 “청와대 정무수석은 여당용이다. 특임장관은 야당용이며 시민단체도 상대한다. 딱히 성과를 숫자로 보여주긴 어려워도 꼭 필요한 조직이란 얘기는 할 수 있다.”



 두 사람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고 한다. 내부적으론 이미 폐지 쪽으로 기울어서였다. 몇 가지 복합 요인이 있었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특임장관실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여권 고위 인사)고 한다. 박 대통령과 껄끄러운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특임장관 출신이었다. 장관 시절 개헌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어 박근혜계에선 대선판을 흔들려는 게 아니냐고 의심한 일도 있었다. 박 대통령이 대놓고 반대한 세종시 수정 움직임도 특임장관실의 업무였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를 신설한 만큼 ‘큰 정부’란 비판도 신경써야 했다.



 결국 특임장관실은 없어졌다. 그러나 최근 여권에서 되살려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황우여 대표에 이어 최경환 원내대표까지 공개적으로 정무장관-특임장관에 대한 거부감을 감안하자-을 부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 원내대표는 지식경제부(산업통상자원부 전신) 장관을 지내며 특임장관 체제를 맛본 사람이다. 그런 그가 “정치를 회복하고 청와대와 국회 관계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하자”며 목소리를 높였다.



 간판을 내린 지 채 70여 일 만에 다시 간판을 달자는 거니 멋쩍은 주장이긴 했다. 마지막이자 세 번째 특임장관이었던 고흥길 전 장관에게 물었다.



 -그렇게 필요한 부서인가.



 “그간 상당히 불편했을 거다.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할 수 있는 일엔 한계가 있다.”



 -조언한다면.



 “장관은 아무래도 재선이나 3선을 한 사람이 활동하기 낫다. 현역이면 더 좋고.”



 그의 경우 장관 임기 14개월 중 3개월은 현역(3선)이었다. 특임장관실 사람들의 반응도 유사했다. 한 인사는 “야당은 정무수석은 피한다. 공개적으로 만나는 건 물론 비공개 회동도 부담스러워한다. 알려지면 자칫 오해받을 수 있어서”라고 했다. 또 다른 인사는 주호영 초대 특임장관 때부터 가동된 당·정·청 회동을 예로 들었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처리할 때 당·정·청 9인이 밤을 새우면서 야당의 요구를 반영해 축산농가 보호대책 리스트를 작성했다. 그걸로 야당 원내대표를 설득했다. 비준안이 원만하게 처리된 이유다. 현재 그런 시스템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지금은 청와대 자체 정무 역량도 축소된 상태다. 비서관 수를 기준으로 정무수석의 일 중 4분의 1만 정무다. 이전 청와대의 절반 수준이다. 정무수석으로선 회의에 참석하랴, 대통령 수행하랴, 보고받으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겠지만 정작 국회 일을 할 절대 시간은 준 셈이다. 더욱이 국회선진화법으로 국회의 일은 더 까다로워졌다.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이 출범 직후부터 이미 “특임장관실이 없어서 우리가 당장 죽겠다”고 하소연했다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결과적으론 새누리당 지도부가 바람직한 제안을 한 게다. 청와대는 하지만 “우리와 교감은 없었다. 정부조직법을 개정한 지 얼마 안 되지 않았나.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이정현 홍보수석)고 했다. 실세 중의 실세란 원내대표가 정권 초반에 청와대와 교감 없이, 그것도 대통령의 권한인 정부 조직에 대해 말했다? 현실적이지 않은 설정이다. 석 달도 안 돼 부서를 되살리자고 말하려니 계면쩍어 서로 역할극을 한다고 보는 게 차라리 자연스럽겠다.



 어쨌든 청와대가 못 이기는 척 따랐으면 좋겠다. “막상 해보니 여의치 않더라”고 양해를 구하고 말이다. 특임장관실 1년 예산이 60억원 정도였다고 한다. 밀양 송전탑 등 산적한 갈등 현안 중 한두 건을 해결할 수 있다면 국민도 너그럽게 봐줄 거다.



고정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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