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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에어컨 빵빵 틀며 살고 싶어요" 6월 어느 날의 소망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기체의 확산 속도는 온도에 비례한다. 냄새는 기체다. 고로 냄새의 확산 속도도 온도에 비례한다.’



 어렵게 써놨지만, 다 아는 얘기다. 한마디로 풀면 ‘냄새는 더울수록 심해진다’다. 하와이 식당들에게 이건 상식 중 상식이다. 영업에도 활용했다. 빵빵하기론 세계 최고인 에어컨이 바로 그거다. 5분만 앉아있어도 소름이 돋기 일쑤다. 굳이 현장에 가서 확인할 것도 없다. 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금세 안다. ‘하와이 여행 준비물’ 하면 ‘식당 에어컨 빵빵, 감기 조심, 카디건 필수’가 빠지지 않는다. 뭐 이렇게까지 심하게 에어컨을 틀지, 돈 많은 나라 티 내나, 에너지 아낄 줄 모르는 나라가 그렇지 뭐…. 어린 시절 ‘쌀 한 톨도 아껴라’고 배워온 중년남에겐 어쩔 수 없이 드는 생각이다. 그런데 이게 편견이요, 그것도 쉽게 깨질 편견이었음을 지난해 하와이 세미나에서 알았다.



 세미나 도우미 A씨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자 영업전략”이라고 했다. 다 “냄새 때문”이란 것이다. 더운 날씨, 전 세계 온갖 인종이 몰려드는 땅 하와이, 온갖 인간 냄새가 땀에 절어 섞이면 천하장사·절색가녀라도 코를 싸매야 한다. 그걸 없애주는 게 찬 공기, 빵빵한 에어컨이다. 그는 “하와이 식당의 얼음물도 그런 지혜의 산물”이라고 했다. 수돗물 염소 냄새를 없애느라 얼음을 ‘왕창’ 넣는다는 것이다. 실제 얼음을 빼고 마셔봤더니 염소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하와이는 ‘아저씨 냄새’의 교훈도 남겼다. 같이 갔던 동료 B씨는 아침 세미나 참석 때 늘 버스를 탔다. 운동 삼아 땀을 뻘뻘 흘리며 40분씩 매일 걸었던 나는, 나보다 몇 살 덜 먹은 B씨가 왜 늘 버스를 탈까 궁금했다. 이유를 물어봤다. “땀나면 냄새 나잖아요”란 대답이 돌아왔다. 아뿔싸. 그제야 세미나 내내 그가 내 옆자리에 앉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생각은 어린 시절 ‘할아버지 냄새’로 이어졌다. 모든 손자들이 싫어하는 할아버지 냄새, 달랑 할아버지 손에 들린 과자며 용돈만 잡아채곤 냅다 도망쳐야 했던 그 냄새 말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은 지난달 후각의 85%가 후천적으로 결정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싫은 냄새도 학습에 의해서 생겼다는 얘기다. 할아버지 냄새, 아저씨 냄새에 민감해진 것도 다 학습효과일 수 있다니 위안이 되긴 한다. 하지만 해결책은 아니다.



 아내가 몇 년 전 향수를 샀다. 남자용이다. “쉰 살 넘으면 쉰내 난데” 하며 건넸다. ‘그 쉰이 이 쉰이냐’며 버텼지만, 별수 없었다. 요즘은 가끔 너무 많이 뿌려 주위에 본의 아닌 피해를 주기도 한다. 6월 초부터 때 이른 찜통더위다. 가뜩이나 올여름엔 그놈의 전력난으로 에어컨 빵빵 틀기도 글렀다는데, 이놈의 냄새는 어찌 처치할꼬.



이정재 논설위원·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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