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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정전 60년, 정작 한국선 잊혀지고 미국선 기념하는 아이러니



해마다 6월이면 ‘호국’ ‘보훈’ ‘순국선열’ 같은 단어를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우리 민족 최대의 비극이라 불리는한국전쟁이 발발한 달이라 6월이면 저절로 숙연한 마음이 듭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휴전선 철책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60년째 대치 중인 정전 상황이지요. 일시적으로 교전만 멈췄을 뿐 여전히 전쟁이 진행 중이라는 얘기입니다. 신문과 교과서에서는 끝나지 않은 비극인 한국전쟁에 대해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봅시다.

신문에서 찾은 한국전쟁



“6·25 전쟁은 누가 일으켰느냐고요. 북한이 일으킨 것 같기는 한데 잘 모르겠어요. 통일은 꼭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솔직히 전 통일을 바라지 않거든요. 통일이 된다 해도 10년 정도 지난 뒤쯤이면 좋겠어요.”



 소위 무개념이라 불리는 인터넷 악플러들의 얘기냐고요. 아닙니다. 지난해 중앙일보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설문조사기관인 두잇서베이가 서울시내 초등학교 6학년과 중3, 고2 989명과 전국 대학생 625명을 대상으로 ‘한국전쟁’에 대한 인식 조사를 한 결과입니다. 답변한 학생 가운데 23.7%가 한국전쟁을 일으킨 나라는 북한이 아닌 다른 나라라고 답했습니다. 또 ‘통일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당분간 안 될 것이다’라는 답변이 41.6%로 가장 많았고, ‘통일 필요성’에 대해서는 ‘통일을 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15.4%에 달했습니다.



 한국전쟁의 참혹함, 국토 분단의 비애를 몸소 겪었던 70대 이상의 6·25 세대는 이런 어린 학생의 발언에 탄식만 나온다는 반응입니다. 전쟁을 도발하겠다고 위협하는 북한보다 전쟁 위험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어린 학생들의 인식 구조가 더 위험하다고도 꼬집습니다.



 전쟁 비극을 직접 겪은 우리에게는 점차 잊혀지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한국전쟁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습니다. 2013년 새해 첫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서 열린 로즈퍼레이드에 한국전쟁 정전을 기념하는 꽃차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지요. 그리고 한국전쟁 정전 기념일인 7월 27일에는 더 큰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잊혀진 전쟁’인 6·25를 미국 땅에서 성대하게 기념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이상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수많은 유대인이 학살당했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는 ‘잊혀진 과거는 반복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고 하죠. 실로 섬뜩한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교과서에서는 한국전쟁을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 살펴봅시다.



통일 이룰 수 있게 용서와 화해의 노력 기울여야

한국전쟁의 원인과 통일을 향한 노력




박완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윤흥길 『기억 속의 들꽃』, 황순원 『학』….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작가들과 그들의 대표작입니다. 공통점이 뭘까요. 바로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는 겁니다. 알려진 대로 한국전쟁은 동족상잔, 즉 우리 민족끼리 서로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눈 비극이었습니다.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부모와 자식, 친구 사이에 죽고 죽이는 일이 무려 3년(1950년 6월 25일~1953년 7월 27일) 넘도록 이어졌으니 당시 사람들이 받았을 상처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또 국토가 분단되면서 수많은 실향민과 이산가족이 생겨나 아직까지도 그 슬픔은 온전히 치유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문학 작품 속에 반영된 한국전쟁의 모습은 이런 슬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전쟁의 비인간성과 잔혹함을 고발하고 이 비극을 뜨거운 인간애로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소설이 중학교 2학년 국어교과서에 실린 『기억 속의 들꽃』입니다. 전쟁통에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명선이는 낯선 마을에서 무작정 아무 집에나 찾아 들어가 더부살이를 시작합니다. 집주인이 눈치를 줄 만하면 “길에서 주웠다”며 금반지를 하나씩 꺼내놓지요. 전쟁을 치르며 삶이 피폐해진 마을 어른들은 명선이가 어딘가에 금반지를 여러 개 숨겨놓았을 거라 생각하고는 이를 빼앗을 요량으로 갖은 회유와 구박은 물론 미행에, 몸수색까지 합니다. 용케 금반지를 들키지 않은 명선이는 어느 날 끊어진 다리의 철근에 위태롭게 매달려 놀다 비행기 폭음 소리에 균형을 잃고 다리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고 맙니다. 명선이가 놀던 철근 끄트머리에 금반지 주머니가 매달려 있었지요.



 보호받아야 할 어린 고아 소녀 명선이의 죽음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마을 어른들의 핍박에 안전한 쉼터까지 뺏기고, 결국 죽음을 맞은 명선이는 한국전쟁 당시 우리 민족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실제로 한국전쟁 때 민간인 사망자와 실종자가 249만968명에 달해 세계 전쟁사에서 군인보다 민간인 사상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최초의 전쟁이란 기록도 갖고 있습니다. 외세에 맞서 싸운 것도 아니고 우리 민족끼리 이토록 비참하고 잔인한 싸움을 했던 이유가 뭘까요.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전쟁의 원인이 전혀 달라집니다. 고등학교 법과정치 교과서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과 맞물려 한국전쟁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당시 세계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자유 진영과 구(舊) 소련을 중심을 뭉친 공산 진영으로 양분돼 대립하는 냉전 체제가 성립돼 있었죠. 이런 구도 속에서 소련의 스탈린과 연합한 북한의 김일성이 남침을 감행하자 자유 진영의 미국이 응전했다고 설명합니다. 한국전쟁을 국제전으로 바라보는 전통주의 시각입니다.



 중학교 역사교과서에서는 민족 내부의 이념 갈등과 분열이라는 요인에 대해서도 언급합니다. 일제 강점기가 끝난 뒤 남과 북에 서로 다른 체제의 정부가 수립되는 등 갈등과 충돌이 이어지다 전쟁으로 확대됐다는 견해입니다.



 전쟁 원인에 대한 분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전히 진행 중인 한국전쟁에 종지부를 찍는 일입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은 통일을 이루는 때일 것입니다. 중학교 도덕교과서에서는 전쟁의 참상을 정확히 인지하고 용서와 화해의 노력을 기울여야만 통일에 이를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막연한 바람만으로는 통일을 이룰 수 없다는 의미지요. 통일 시대를 이끌어갈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이 역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기사>

2012년 6월 25일자 4면 학생 30%는 6·25 언제 일어났는지 몰라

2012년 7월 30일자 35면 휴전 60년을 넘어

2013년 1월 2일자 31면 잊혀진 전쟁 한국전을 기억하라

2013년 1월 22일자 32면 겨울장미, 로즈퍼레이드, 한국전쟁

2013년 1월 24일자 31면 정전체제 60년 끝낼 때 됐다



집필=명덕외고 김영민(국어)·최서희(국어)·한민석(사회) 교사, 양강중 김지연(역사) 교사

정리=박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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