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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4대 악 홍보에 갇힌 경찰

정강현
사회부문 기자
4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은 어수선했다. 전국 16개 지방경찰청장과 간부들이 대거 상경하면서다. 이날은 경찰의 ‘4대 사회악 근절 추진본부’가 발족한 지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오후 2시 ‘4대 사회악 근절 100일 추진 상황 점검 및 향후 과제 토론회’가 예정돼 있었다. “4대 악 토론회가 있으니 다른 곳에 주차하라”는 안내 경찰관과 민원인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4대 사회악은 성폭력·가정폭력·학교폭력·불량식품 등을 일컫는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4대 사회악 척결을 새 정부 핵심 국정과제로 삼았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지난 100일간 모든 치안 역량을 이에 집중시켰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성한 경찰청장은 “지난 100일간 휴가도 반납하고 4대 악 근절을 위해 노력했다”고 자평했다.



 경찰 발표를 보면 이 말은 일정 부분 사실이다. 지난 100일간 성폭력 검거 건수는 전년 대비 25% 늘었다. 가정폭력 검거 건수 역시 72.2% 증가했다. 불량식품 사범도 2469명이나 검거됐다. 하지만 경찰의 행태를 보면 실질적인 범죄 소탕보다 홍보에 치중해온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100일간 경찰은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데도 4대 악 홍보에 매진했다.



 경찰대생은 매주 일요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4대 사회악 아웃 콘서트’를 개최한다. 일선 경찰서 역시 4대 악 근절 UCC 등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4대 악 근절’ 문구가 붙은 소주까지 등장했다. 경찰청은 4대 악 근절 타임캡슐을 전시했다가 과도한 홍보라는 지적에 서둘러 철수하기도 했다. 이러한 홍보 경쟁은 이성한 경찰청장이 지난 4월 “정부 출범 100일 때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으면 문책하겠다”는 공개 경고를 한 뒤 더 가열됐다.



 경찰은 4대 악 근절을 평가하는 지표도 마련했다. 가장 큰 비중(50%)을 차지하는 게 시민들의 체감안전도다. 일선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한 홍보 활동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경쟁이 붙으면서 일선에선 보안 경찰까지 불량식품 관련 정보 수집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4대 악 범주 밖의 치안은 오히려 구멍이 뚫리고 있다.



 실제 경찰은 탈주범 이대우가 서울에 잠입한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파악했을 정도다. 건국대 경찰학과 이웅혁 교수는 한 라디오방송에서 “탈주범 이대우가 가족을 만난 것도 경찰은 몰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100일간 경찰은 마치 우리 사회에 4대 악 범죄만 있는 것처럼 활동했다. 4대 악 근절 홍보에 갇혀 전체 치안에 소홀한 측면은 없는지 점검해볼 시점이다. 경찰은 4대 악뿐 아니라, 모든 악한 범죄에 맞서 국민을 지켜내야 하는 조직이다.



정강현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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