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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천의 시시각각] 검찰 개혁은 실패한다

권석천
논설위원
제목이 불온하다고?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거 아니냐고? 6월 국회에서 검찰 개혁 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검찰도 자체 개혁안을 마련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내 눈엔 개혁이 성공하지 못할 확률이 더 크게 다가온다.



 개혁이 성공하려면 정치권과 검찰이 이번이 마지막이란 각오로 가능한 카드를 모두 꺼내야 한다. 경우의 수는 세 가지다. ①양쪽 다 최선을 다한다. ②한쪽만 최선을 다한다. ③양쪽 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①의 가능성은 낮다. 그 이유는 이번에 상설특검제가 도입되더라도 정치권은 계속해서 개혁을 요구하고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전직 검찰 간부의 얘기다.



 “의원들 입장에서 보면 그런 꽃놀이패가 없거든요. 과거 사법개혁이나 수사권 조정 있을 때마다 검찰 간부들이 의원들 만나러 갔습니다. 그런데 여의도만 갔다 오면 사건 민원을 2, 3개씩 들고 옵디다. 정치인들은 검찰에 문제만 생기면 개혁하자고 달려들 겁니다.”



 검찰은 게임의 룰을 알고 있다. ‘이번에 무엇을 양보하든 다음엔 더 큰 것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을. 따라서 검찰 개혁은 ② 내지 ③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정부 내 합의조차 열흘 못 가 뒤집히는 게 한국이다. 2011년 6월 총리실 중재로 검찰과 경찰이 합의한 수사권 조정안이 일주일 만에 수정됐다. 당시 김준규 검찰총장은 ‘사퇴의 변’에서 “문서에 서명까지 해서 국민에게 공개한 약속마저 안 지켜진다면 과연 어떤 합의와 약속이 지켜지겠느냐”고 했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그렇다면 현실을 보자. 국정원 댓글, 4대 강, CJ그룹, 원전 비리…. 최근 전방위 수사로 개혁 압력이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수사 방식은 예전 그대로다. 수사에 착수한다→압수수색 후 관련자를 소환한다→혐의 내용이 쏟아져나온다→‘사정당국 관계자’가 입을 연다→기자들은 받아 적기 바쁘다→재판도 하기 전에 유죄가 선고된다. 생중계에 가까운 이 과정을 유죄추정 원칙이 지배한다.



 주목되는 건 관중석 반응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 “피의사실 공표”라고 반발하던 이들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물리스트’ 피의사실이 흘러나오는 데는 침묵하고 있다. 오해 말기 바란다. 내가 옹호하려는 건 원 전 원장이나 그의 혐의가 아니다. 피의자로서의 방어권이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누가 대상인지를 가려놓고 수사를 봐보라”며 이렇게 지적한다.



 “누구냐에 따라 사법처리 절차와 사회적 평가가 달라져선 안 됩니다. 다른 비리가 없는지 뒤져서 진술을 받아내는 별건(別件) 수사, 듣고 싶은 진술 나올 때까지 끝없이 소환하고 반복 질문하는 압박 수사 같은 관행부터 고쳐야죠. 그러지 않는 한 중수부 없애고 상설특검 만들어도 달라질 건 없다고 봅니다.”



 검사들의 정의감은 의심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 정의감이 강력한 수사권·기소권과 맞물려 과도하게 증폭되는 데 있다. 지나친 정의감은 정의롭지 못한 결과를 낳고 조직을 위기로 몰아넣는다. 검찰은 2003, 2004년 대선자금 수사로 국민의 박수를 받았다. 검찰총장, 중수부장 팬클럽까지 생겼다. 5년 후인 2009년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수사 하나로 곤두박질쳤다. 공든 탑이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다.



 검찰이 위기와 일회성 개혁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긴 쉽지 않을 것이다. 우려가 빗나가길, 개혁이 성공하길 고대한다. 그러기 위해선 조건이 있다. 정치권은 ‘개혁 장사’ 대신 검찰권 바로 세우기에 전력을 기울이고, 검찰은 수사 현장에서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시민들과 언론도 흥분한 동조자, 게으른 감시자에 머물러선 안 된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고 말하기 망설여진다. 지금 이 순간 내기를 하라면 비관론 쪽에 지갑을 열겠다는 게 나의 솔직한 대답이다.



권석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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