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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고건의 공인 50년 <78> 여성 주차단속원의 탄생

1990년 10월 서울시는 불법 주차한 차량을 적발할 여성 단속원 365명을 처음으로 선발했다. 그해 10월 26일 신문로 경희궁 공원에서 주차 단속원 발대식이 열렸다. 발대식 후 주차 단속원들과 함께 거리를 걷고 있는 고건 시장(오른쪽 앞줄 둘째). [사진 고건 전 총리]


서울시장에 취임한 1988년 12월 서울의 교통 문제는 심각했다. ‘교통삼난(交通三難)’이란 말이 시민들 입에 오르내렸다. 차는 많고 도로는 모자라 생긴 ‘소통난’, 버스와 지하철이 콩나물시루처럼 사람으로 빽빽하고 택시 잡기도 어렵다고 해서 ‘승차난’, 그리고 ‘주차난’이었다.

"큰차부터 불법 주차 단속" … 첫날 부총리 차가 걸렸다



 서울시는 인구 1000만, 차량 100만 시대를 맞았다. 매년 평균 20%씩 자동차가 늘어나고 있었지만 주차할 장소는 턱없이 부족했다. 점심시간 유명 호텔 앞 대로는 3~4열로 불법 주차한 차량으로 무법천지였다. 도로와 지하철 확충이 장기 과제라면 주차는 당장의 문제였다.



 우리나라처럼 땅은 좁지만 교통대책을 훌륭히 펼치고 있는 선진국의 사례를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89년 2월 모처럼 4일간의 설날 연휴를 맞았다. 휴일 동안 교통 선진 도시인 홍콩과 싱가포르의 교통 시스템을 둘러보고 현장에서 워크숍을 진행하기로 했다. 신부용 교통개발원장이 시찰 일정을 짰고 임성빈 명지대 교수, 이원종 교통국장이 함께 갔다.



 홍콩과 싱가포르 현지 안내를 맡을 교통 전문가는 호주계 사람들이었다. 동양의 명절인 춘절을 쇠지 않았던 그들은 출장 기간 내내 많은 도움을 줬다. 3박4일 동안 현장을 걸어서 확인하고 워크숍을 여는 강행군이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출국 길에 청와대와 서울시 간 혼선이 있었다. 임명직 시장이었던 만큼 해외 출장을 가려면 대통령의 재가가 있어야 했다. 노태우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재가를 받고 구두로 보고도 하고 출국했는데 비행기가 떠난 직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나의 출장을 문제 삼았다. “중국의 춘절 공휴일에 시장이 홍콩과 싱가포르로 출장을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노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직접 김포공항까지 연락해 나의 출국을 막으려 했다고 한다. 내가 탄 항공기가 이미 이륙한 뒤여서 출장을 가 있는 동안은 이 사실을 몰랐다. 돌아와서 알게 됐다. 공휴일에 시장 일행이 관내에 와 있는 것을 공관에서 불편하게 여기는 바람에 생긴 일 같았다.



 역시 홍콩과 싱가포르는 교통 선진 도시였다. 출장을 통해 새로운 서울 교통정책의 얼개를 짤 수 있었다. ‘서울의 교통 이대로 좋은가’란 제목으로 공개 토론회를 열어 시민의 의견을 듣고 정책을 구체화했다.



 먼저 서울시 도로에 황색 실선을 그었다. 황색 실선이 그려진 구역에 주차를 해선 안 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싱가포르에 출장 가서 보고 배운 정책이었다.



 그다음 주차 단속 제도를 바꿨다. 경찰이 갖고 있던 주차 단속권을 지방자치단체도 가질 수 있도록 법을 고치기로 했다. 노태우 대통령의 재가를 받고도 법을 개정하는 데 1년이 더 걸렸다. 관련 부처에서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관철했다.



90년 8월 법이 개정되자마자 서울시 여성 주차 단속원을 모집했다. 유명 디자이너에게 의뢰해 제복도 만들었다. 디자인과 색상은 주차 단속원들이 직접 고르도록 했다. 난 감색 디자인이 맘에 들었는데 그들은 자주색을 선택했다.



 90년 10월 26일 서울 경희궁공원에서 주차 단속원 발대식이 열렸다. 365명의 주차 단속원에게 당부했다.



 “호텔 앞에 불법 주차한 큰 차부터 단속해 주십시오. 사장·회장·장관 등 높은 사람 차부터 단속해야 합니다.”



 단속 첫째 날 부총리 차가 불법 주차로 걸렸다. 차를 잡아낸 주차 단속원을 크게 칭찬했다. 이 일은 신문에도 보도됐다.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효과적이었다.



 주차 정책을 열심히 추진해 성과를 낸 김상돈(전 서울메트로 사장) 주차계장을 주차과장으로 승진시켰다. 이때 처음으로 시청에 주차과를 만들었다.



 98년 7월 민선 시장으로 서울시에 돌아왔다. 주차 단속 제도는 자리를 잡았지만 주택가 주차 문제는 여전히 심각했다. 시내 전역의 주택가 이면 도로를 전수 조사해 노면 주차가 가능한 공간을 파악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일부 구에서 시범 실시하던 거주자 우선 주차제도를 2001년 확대 시행하며 정책을 보완했다.



정리=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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