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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전략, 한국에 직격탄 … 단기 해외자금 유입 미리 막아야"

3일 리처드 쿠퍼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본지 객원기자인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와 성 교수의 연구실에서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에 대해 대담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2013년 세계경제의 화두는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다. 미국의 양적완화로 전 세계에 돈이 풀려 나왔듯이, 미국이 이를 중단하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자금들이 요동을 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 근거는 두 가지다. 양적완화 종료는 미국 실물경기 회복을 의미한다. 양적완화가 끝나면 금리가 상승한다. 두 가지 모두 신흥경제권에 나가 있는 자금들을 미국으로 끌어들이는 강력한 자력을 갖고 있다.

[객원기자 리포트] 쿠퍼 하버드대 교수 대담
미국 주택경기 회복 확인되면 장기채권부터 양적완화 축소할 것



양적완화 종료의 위력은 상상 이상이다. 최근 미국 양적완화가 예상보다 조기에 끝날 수 있다는 관측만으로도 세계 각국의 주가는 폭락하고 국채 금리는 폭등했다. 기세 등등하던 아베노믹스의 ‘엔저(円低)’ 정책도 추풍낙엽이다. 달러당 110엔까지는 단숨에 갈 것 같았던 엔화값은 다시 달러당 100엔 선 위로 복귀했다. 양적완화가 전대미문의 길이었듯 양적완화를 끝내고 돌아오는 과정 역시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미국은 언제, 어떻게 양적완화에 마침표를 찍을까. 리처드 쿠퍼 하버드대 교수(연세대 SK석좌교수)는 “양적완화의 출구전략은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방식일 가능성이 높다”며 “연간 주택 공급량이 150만 채에 이를 정도로 주택경기가 회복되면 일단 출구전략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쿠퍼 교수와의 대담.



성태윤 객원기자
 ▶성태윤 교수(이하 성)=미국의 양적완화를 (통화 공급을 증가시키는) 기존 통화정책과 구별 짓는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



 ▶쿠퍼 교수(이하 쿠퍼)=중앙은행의 통상적인 통화정책은 단기이자율에 정책목표를 두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는 장기 채권을 매입하고 매입 가능한 채권 범위도 늘림으로써 장기이자율 결정에 보다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연준은 사실상 장기이자율을 낮게 만드는 데 정책목표를 두고 있다. 일례로 통화정책과 실물 경제를 연결하는 핵심 고리인 15년 내지 20년짜리 주택담보대출금리를 낮게 만들어 주택소비를 촉진시킴으로써 실물 경제를 부양하는 것이다.



 ▶성=금리 인하 내지는 통화 공급 증가로 실물경기를 부양시킬 수 있나.



 ▶쿠퍼=기업의 설비투자가 금리에 영향 받는지는 불명확하다. 그러나 실물경기의 중요한 요소인 주택건설투자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채널을 통해 장기 이자율에 크게 영향 받는다. 미국은 주택시장이 어려워졌고, 연준은 장기이자율의 하향 조정을 통해 이를 회복시키려 노력했다.



 ▶성=미국 실물경기지표가 일부 개선되고 양적완화 종료 논의가 나오자 세계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쿠퍼=결국 출구전략은 금융기관들이 미국경제를 확신할 수 있을 때 실시될 것임에 주목해야 한다. 이 경우 실물경기가 충분히 회복되지 못한 다른 국가들의 금융시장은 오히려 심한 부정적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국제 금융투자자들이 미국 이외의 시장에 투자했던 자금을 빼내 미국으로 옮기는 재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다.



 ▶성=일본 주가가 급락하고, 엔화가치가 다시 달러당 100엔 선 위로 반등하는 현상은 어떻게 봐야 하나.



 ▶쿠퍼=일본 실물경기가 충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에서 미국 실물경기가 회복되면 미국시장으로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은 일본시장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결국 아베노믹스 성공의 관건은 일본경제가 구조개혁을 통해 실물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



 ▶성=아베노믹스에 따른 엔저로 한국 등 주변국은 피해를 보고 있다.



 ▶쿠퍼=일본의 양적완화 자체는 일본의 고질적 문제인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속의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책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주변 국가들 입장에선 엔화 저평가 문제가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환율결정은 항상 상대적인 것으로, 어느 일방이 결정했다고 보긴 어렵다. 바꿔 말하면 일본은행이 통화 공급 증대를 선택했을 때 한국은행이 어떻게 대응하는지와 관련된 문제다.



 ▶성=미국 연준은 양적완화를 어떻게 종료할까.



 ▶쿠퍼=역사적으로 연준은 실물경기가 반등하면 통화정책을 바꿔왔다. 경우에 따라서는 연말 이전에 출구전략이 사용될 수도 있다. 연준은 6.5%의 실업률 그리고 2%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양적완화의 출구전략 조건으로 이미 제시했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7.5%,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대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주택경기다.



 미국은 주택공급 규모가 안정적인 수준을 연간 150만 채 정도로 보는데, 2년 전까지는 연간 50만 채 정도였던 것이 현재는 연간 100만 채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연준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은 단계적이고 점진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연간 주택 수급량이 150만 채가 될 정도로 주택경기가 회복되면 일단 출구전략이 시작될 것이다. 주택경기가 회복되면 먼저 장기채권 부분에 대해 양적완화를 축소해 장기채권 매입을 정리하는 것이 첫 단계다. 그 다음엔 만기가 긴 것부터 점진적으로 채권 매입을 줄이게 된다. 장기채권 매입 축소 다음에 단기채권 매입 축소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주택경기 회복에 힘입어 실업률까지 6.5% 아래로 떨어진다면 단기이자율도 인상될 수 있다.



 ▶성=이런 연준에 대해 중앙은행으로서 역할 확대가 지나쳤다는 비판도 있다.



 ▶쿠퍼=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한 미국적 사고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연준은 항상 실물경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 6.5%의 실업률 목표를 설정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성=내년 1월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임기가 종료되면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이 크게 전환되고 이것이 경기불안 요인으로 등장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있다.



 ▶쿠퍼=미국의 통화정책 파악에 있어 연준 의장은 일종의 선임 대변인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연준의 통화정책은 기본적으로 집단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연준 이사회에는 금융규제 관련 이슈에 대해 투표하는 7명의 멤버가 있고 통화정책에 대해 투표하는 ‘공개시장위원회’ 멤버 12명이 있다. 의장이 정책 의제를 정하고, 논의를 요약하며, 의회에서 증언하지만, 의사결정에 있어서는 1표다. 물론 의장이 영향력이 있지만, 그것은 이사회의 다른 멤버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발휘된다. 따라서 벤 버냉키의 임기가 종료되더라도 미국의 통화정책이 흔들릴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성=양적완화의 종료가 구체화될 경우 한국과 같은 신흥국가의 금융시장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신흥국가에 유입됐던 단지투자자본이 미국으로 빠져나가면서 한국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



 ▶쿠퍼=그런 우려는 매우 타당하다. 한국은 단기자본유입을 일정 부분 통제하는 것으로 그런 상황을 사전 대응할 수 있다. 브레턴우즈 체제와 같은 국제적으로 공조된 고정환율체제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신흥경제권이 그 같은 체제를 갖추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한국 등 신흥시장으로 단기 해외자본이 지나치게 유입되지 않도록 사전에 대응하는 것이다. 시장친화적인 방법으로 외국인 투자자를 받아들이면서도 환율과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감소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외국인이 한국에 단기투자해서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을 낮춤으로써 장기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그중 하나가 단기 금융투자에 대한 부담금을 부과하는 일종의 단기투자 통제다. 거시건전성 정책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데, 국가 단위의 안전망을 갖추는 것이다. 지나친 단기투자를 막을 수 있고, 해외 충격으로부터 한국경제를 보호할 수 있다.



 ▶성=한국은행은 어떻게 해야 할까.



 ▶쿠퍼=한국은행을 포함한 정책당국은 결국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에 대한 선택을 보고 사후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경제상황을 면밀히 관찰하고 사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성태윤 객원기자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사진=김상선 기자



리처드 쿠퍼 (Richard Cooper·79)  미국 하버드대학 경제학과 교수. 국제통화체제 및 통화·환율정책의 당대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아베노믹스의 설계자인 하마다 고이치 미국 예일대 명예교수의 스승이다. 벤 버냉키 미국 연준 의장 후임으로 거론되는 재닛 옐런 현 연준 부의장의 스승이기도 하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 의장과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의장을 지냈다. 1979년 10·26 사건 직후 미 국무부 경제담당 차관보로 방한해 남덕우 당시 경제부총리를 만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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