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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면세품 장터 … 2조어치 욕망이 소비된다

지난달 16일 인천공항 아시아나항공 격납고에서 정비사가 입고된 비행기의 엔진 스피너 콘(spinner cone)을 손보고 있다. 스피너 콘은 공기가 엔진 속으로 고르게 들어가도록 하는 고깔 모양의 장치다. A321-200 기종인 이 비행기에는 3만3000파운드 추력의 엔진 두 개가 달려 있다.


‘잠들지 않는 국경’인천공항 24시 다이어리

‘잠들지 않는 국경’인천공항 24시 다이어리 (하) 터미널 밖 - 관계자 외 출입금지



지난달 15일 오전 11시35분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지하 2층 5번 하역장에 흰색 1t 탑차 한 대가 멈춰 섰다. 이어 차에서 똑같은 모양의 갈색 짐가방이 줄줄이 내려왔다. 지퍼는 육중한 자물쇠로 채워져 있고, 열쇠 구멍은 ‘세관’이라고 찍힌 스티커로 막혀 있다. 가방 개수는 총 33개. 네 귀퉁이에 역시 세관 봉인 스티커가 붙은 박스도 37개나 됐다. 짐은 하역장 X선을 통과해 터미널 내부로 옮겨졌다. 곧이어 엘리베이터에 실려 4층 호텔신라 면세품 인도장에 도착했다. 시내 면세점과 인터넷을 통해 판매된 면세품들이 주인을 만나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보세행낭이라고 불리는 갈색 가방과 박스에 담긴 면세품 개수는 총 2228개, 액수로 9만9000달러(약 1억1197만원)어치였다.



지난달 15일 여객터미널 지하 2층 하역장에서 면세품이 가득 든 보세 행낭이 내려지고 있다. 시내 면세점, 인터넷에서 팔린 면세품은 봉인된 보세 행낭으로 4층 면세품 인도장까지 옮겨진다.
 이 물건들은 여객 터미널에서 차로 10분쯤 떨어진 곳에 있는 자유무역지역(FTZ, Free Trade Zone) 내 호텔신라 통합물류센터에서 온 것이다. 이곳 김정배 과장은 “매일 5t 트럭 4~5대 분량이 수시로 공항으로 간다”고 말했다. 2층에 연면적이 4132㎡(1250평)나 되는 물류센터에는 온갖 종류의 면세품이 가득했다.



 현대사회에서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다는 것만큼 인간의 소비 욕망을 자극하는 유혹이 있을까. 면세점은 그런 현대인의 욕망이 극적으로 분출되는 곳이다. 지난해 인천공항 면세점은 매출 17억3000만 달러(약 1조9462억원)로 세계 공항 가운데 1위였다. 지난해 공항 면세점에서 가장 많이 팔린 품목은 향수와 화장품으로 전체 매출의 35%를 차지했다. 구매자의 53%는 내국인이었다.



1등석 기내식 가격, 일반석의 9배



  지난달 16일 기자가 찾은 LSG 스카이쉐프 코리아의 냉장보관실은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떠날 아시아나항공 비행기에 실릴 기내식 준비가 한창이었다. 조리실에서 만들어진 음식을 급속 냉각해 보관하는 곳이다. 수십 개의 철제 카트마다 1인용 기내식 트레이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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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석 메뉴에 먼저 눈길이 갔다. 전채는 참치샐러드와 수프, 송아지 안심요리, 메인 요리는 쇠고기 스테이크와 한식 쌈밥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었다. 트래블석(일반석) 메뉴 구성도 엇비슷했다. 하지만 같은 쌈밥이라도 1등석 메뉴와는 차이가 많이 났다. 반찬 구성도 그렇고 그릇·식기까지 다 달랐다. 단가 차이는 얼마나 날까. 동행한 아시아나 직원은 “일등석과 비즈니스석, 트래블석 식사의 단가는 9대 3대 1 정도”라고 설명했다.



기내식 카트는 냉장실에서 대기하다 기내 면세품 카트 등이 다 실린 뒤 맨 마지막으로 트럭에 실렸다. 출발 직전까지 최대한 냉장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기내로 반입될 때는 역순이었다. 기내식 카트가 옮겨져 자리를 잡았다. 기내식은 비행기 이륙 후 순항고도(3만 피트, 약 1만m)에 접어든 뒤부터 서빙된다. ‘구름 위의 만찬’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경제 국경의 최전선을 지키는 사람들



지난달 14일 인천공항세관 노은경(32) 반장이 X선으로 화물 내부를 조사하고 있다. 세관의 X선 반장들은 대부분 꼼꼼한 성격의 여성이다.
  지난달 14일 FTZ 내 세관 특송화물검사장. X선 1호기에 막 독일에서 도착한 화물들이 투입됐다.



대부분 베이비파우더와 치약이다. 노은경(32) X선 반장은 하나라도 놓칠세라 4대의 모니터 화면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수직방향 흑백·컬러 투시도, 수평방향 컬러 투시도면, 상품투입구 CCTV 화면이 보였다. 컬러 화면 속 주황색은 유기물, 푸른색은 금속 재질로 된 부분을 가리킨다. 노 반장은 “유기물 사이에 하얀 공간이 있으면 은닉물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옛날 특송화물은 대부분 서류나 샘플이었다. 하지만 전자상거래가 늘며 이젠 개인 구매품이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지난해에만 총 719만 건으로, 2011년 대비 42%가 늘었다. 하지만 이를 감시하는 세관원 숫자는 그대로다. 격무에 시달리다 보니 X선 반장들 중에는 “퇴근 무렵이면 눈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의심스러운 물건이 눈에 띄면 개봉해 살펴보는 특송화물 쪽과 달리 여객 수하물은 짐에 색색의 실(seal)을 붙인다. 노란색은 술·담배 등 과세품목, 오렌지는 소시지 등 육류, 초록색은 식물류, 빨간색은 총기류 등 위험 물품이다. 실이 붙은 짐은 입국장 세관 검사대를 지날 때 개봉 검사를 한다. 지난해 6만2000명이 면세한도(400달러)가 넘는 고가품을 신고 없이 들여오다 적발돼 가산세 12억원을 물었다.



같은 비행기? 인간처럼 앓는 병 달라



지난달 16일 인천공항 인근 LSG캐이터링센터 냉장보관실에서 감독관이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떠날 여객기에 실릴 기내식을 살펴보고 있다.
  “승객들에게는 747기가 모두 똑같아 서로 구별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격납고) 점검과정에서는 별도의 이름과 병력(病歷)을 가진 하나의 기계로 드러난다”(알랭 드 보통 『공항에서 일주일을: 히드로 다이어리』)



 지난달 16일 오후 3시 인천공항 1번 활주로 북단 아시아나항공 격납고. 에어버스 A321-200 기종 한 대가 알몸을 드러냈다. 길이 34.1m의 양 날개는 액세스패널(겉커버)이 뜯겨졌다. 하루 전까지 지상 1만m 상공에서 3만3000파운드 추력을 뿜어내던 플랫앤드휘트니(P&W)사의 엔진도 정비사 손에 해부됐다. 가격이 70만원(필리핀 노선 기준) 이상 차이가 나는 비즈니스석과 트래블석은 커버를 벗겨놓으니 똑같아 보였다.



 2009년 11월 20일 제작된 이 비행기는 이날 두 번째 중정비(2년에 한 번씩 하는 예방정비)를 받기 위해 입고됐다. 이태우(45) 정비통제팀 기술감독은 “입고 4~5일 차쯤 되면 비행기가 앓고 있는 ‘병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뼈대를 드러낸 비행기는 박물관의 공룡 화석처럼 안쓰러워 보였다.



  지난달 15일 오후 10시 해발 138m의 왕산 레이더 기지를 찾아갔다. 24시간 부산한 여객터미널과 달리 레이더 기지 분위기는 스산했다. 입구에서 정상에 오를 때까지 통 인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2m짜리 흰색 축구공(레이더 돔)을 머리에 인 30m 높이 기지 건물만이 홀로 바닷바람과 맞섰다.



공항의 천리안, 2m짜리 흰색 축구공



같은 날 LSG캐이터링센터에서 직원이 기내에서 상영할 영상물을 정리하고 있다. 영화는 8㎜ 비디오테이프, 뉴스는 DVD에 담겨 비행기에 실린다.
 왕산 기지는 인천공항의 ‘눈’인 레이더를 운영하는 곳이다. 공항 수평 반경 108㎞ 안에 있는 비행기를 탐지해 인천공항관제탑과 공항 내 서울근접관제소(접근 관제)·인천항공교통센터(항로 관제)에 정보를 전달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인력은 경비 1명을 제외하고 딱 한 명. 레이더에 이상이 생길 때를 대비해 비상대기하는 공항공사 레이더팀 엔지니어다. 이날 근무자인 신종현(42) 차장에게 계류장 관제사에게 했던 말을 다시 던졌다. “현대판 등대지기 같다.” 이번엔 다른 대답(※계류장 관제사는 자신을 주차요원이라고 표현했다)이 돌아왔다. “공항의 눈을 고치는 사람이니 안과의사라고 하면 어떨까요.”



  공항 취재 닷새째인 지난달 17일 아침. 여객터미널 지하 1층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여는(오전 6시30분) 식당에서 강모(30)씨와 송모(여·31)씨 부부를 만났다. 셔츠와 반바지, 아쿠아슈즈까지 똑같은 차림의 커플룩이었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한 회사 사내커플로, 막 태국 신혼 여행에서 돌아온 길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식사를 하면서 광주광역시로 내려갈 신행(新行)길을 논의했다. “버스가 좋을지 국내선 비행기를 타야 할지 모르겠네요. 배 속에 5개월 된 아이가 있어서요.” 송씨가 웃으며 말했다. 고민하던 부부는 “일단 버스시간부터 알아봐야겠다”며 여행 짐이 실린 카트를 밀며 터미널 밖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인천공항에선 수도권 67개, 지방 26개 노선의 버스가 출발한다. 버스가 도착하자 사람들은 하나둘씩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추억을 간직한 채 공항에서 그렇게 떠나갔다.



인천=글 김한별 기자, 사진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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