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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칼럼] 세금은 눈먼 돈 … 정말이네

심상복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
공무원은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다. 그들이 타는 차도 우리가 낸 돈으로 굴러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월급을 주는 쪽이 갑이다. 그런데 공무원에겐 잘 적용되지 않는다. 그들이 갑이고 민간이 을인 경우가 많다. 공무원의 판단에 따라 개인의 이익이 좌우되곤 하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은 다양한 일을 벌인다. 민간 사업자들은 이 일을 따기 위해 경쟁한다.



 이때 하는 소리가 있다. “정부 돈은 눈먼 돈, 담당 공무원만 잘 통하면 딸 수 있다”는 것이다. 공무원의 과도한 재량권이나 도덕적 해이를 비꼬는 소리다. 연줄과 친소(親疏)가 사업자 선정에 영향을 미치는 잘못된 관행은 아주 오래됐다. 벤처기업을 지원하겠다며 정부가 공공자금을 마련하면 그걸 타내기 위해 문전성시(門前成市)가 된다. 웬만큼 자격을 갖췄다 싶으면 온갖 끈을 동원한다. 사업 집행의 공정성이 많이 향상됐다지만 아직도 불신은 깊다.



 요즘 어린이집이 여론의 도마에 올라 있다. 출산 장려를 위해 정부는 민간 어린이집에 보조금을 준다. 물론 세금이다. 그런데 이 돈을 유용하는 원장이 한둘이 아니다. ‘유령 보육교사’를 등록해놓고 수당을 타내는 게 흔한 방식이다. 자격증 없는 가족을 교사로 올려놓는 것도 그 연장선이다. 특별활동비나 수당을 지급한 것처럼 가짜 서류도 꾸민다. 식자재값 부풀리기는 기본이다. 어떤 원장은 유기농 식단을 준비한다면서 비싼 급식비를 받고는 농산물 집하장에 떨어진 시래기를 헐값에 사와 아이들에게 먹였다고 한다.



 이런 어린이집이 서울 강남권에만 700여 곳이고, 최근 3년간 이런 식으로 유용한 세금이 3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경찰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인데 끝나면 더 불어날 공산이 크다. 자식 교육에 부모들의 관심이 특히 높다는 강남이 이 정도면 다른 지역은 어떨까. 이런 비리를 접하면 그동안 담당 공무원들은 뭐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더구나 유사한 부정이 여러 번 보도됐었다.



 물론 모든 어린이집이 이렇지는 않다. 진짜 아이를 좋아하고 아동교육에 특별한 관심을 가진 원장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주는 보조금이나 타먹자고 ‘사업’을 시작한 이도 꽤 있는 것 같다. 어린이집 거래에도 권리금이 있다고 한다. 정원이 40명인 경우 권리금만 2억원이라고 한다. 아이 한 명당 500만원이다. 권리금은 박근혜정부가 5세까지 보육비를 세금으로 지원하면서 더 올라갔다고 들린다. 한마디로 돈이 되는 비즈니스라는 얘기다.



 ‘세금은 눈먼 돈’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뿌리 깊다. 그런 가운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기 배만 불리려는 사람이 많다. 아동보육시설에 세금을 지원하는 건 필요하고도 명분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세금이 계속 샌다면 접근법을 달리해야 한다. 당장은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 몇 가지 비리 유형을 적시하고 그중 하나라도 걸리면 다시는 보육 관련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돈을 세상의 잣대로 삼는 사람이 많은 사회는 천박하다. 지금 우리가 사는 곳이다.



심상복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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