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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금융투자산업을 류현진처럼 키우려면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류현진의 호투가 연일 화제다. 류현진은 한국 프로야구 선수 중 처음으로 포스팅(입찰 경쟁) 제도를 통해 LA 다저스에 입단했다. 시즌이 채 두 달도 안 지난 현재 6승2패 방어율 2점대의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주에는 첫 완봉승까지 거둬 한국 야구팬들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류현진의 활약은 토종 한국 선수의 야구실력이 메이저리그 선수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야구계와 국민에게 심어주고 있다.



 한국의 실물경제에도 류현진과 같은 토종 괴물 기업이 적지 않다. 미국·일본보다 기술에서 앞선 반도체·휴대전화·디스플레이 제조업체와 세계 최대 유조선과 크루즈선 등을 만드는 조선업체, 이제는 성능 면에서도 인정받게 된 자동차회사들이 그렇다. 미국인들이 류현진을 보고 한국 프로야구의 수준을 가늠하듯 외국 소비자들의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에 대한 기대수준은 매우 높다.



 이에 비해 한국 금융투자산업의 경쟁력은 어떤가. 아쉽게도 국내 금융투자산업은 글로벌 경쟁력은커녕 국내에서조차 시장위축과 거래량 급감으로 고사 직전이다. 2012 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증권회사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44% 급감했고 10개사는 자본잠식 상태다. 금융위기 이후 자본시장을 외면하는 투자자가 늘었으니 위탁매매에 편중된 취약한 수익구조에서는 필연적 결과일 수도 있다. 세계 14위라는 한국의 경제규모에 걸맞지 않게 세계경제포럼(WEF)이 평가한 금융시장 성숙도 역시 71위로 뒤처져 있다.



 이제 금융산업에 대한 한국 사회 전체의 시각과 전략을 근본적으로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그간 금융투자산업을 독립적 산업 영역이라기보다는 실물경제 발전의 지원수단 정도로만 인식해 왔기 때문은 아닐까.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창조경제 로드맵에서도 벤처육성을 위한 금융투자산업의 지원 역할은 강조되지만 자체의 산업적 가능성에 대해선 여전히 인색하다.



 한국의 경쟁 상대인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자국 금융산업을 메이저리거로 키우려는 노력은 상당하다. 호주는 전 국민의 퇴직연금가입을 의무화한 수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 도입으로 호주 펀드산업을 세계 3위로 도약시켰다. 이 과정에서 맥쿼리 같은 유수의 투자은행(IB)도 탄생시켰다. 말레이시아 금융그룹 CIMB는 이슬람금융의 강점을 활용해 적극적 해외진출로 동남아시아 IB 부문 전체 1위에 올랐다.



 금융투자산업의 메이저리그인 미국을 보자. 2008년 금융위기 때만 해도 미국 주요 투자은행들이 차례로 파산하거나 피합병에 직면하면서 모두들 미국 월가의 몰락을 예견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JP모건·골드먼삭스·씨티그룹은 여전히 세계 IB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여기에는 미국 IB들이 급변하는 외부환경에 맞춰 수익모델을 혁신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 이를테면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 사업을 확대하고, 전보다 안정된 중위험, 중수익 모델을 발굴하며 어려움을 극복해 온 것 등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배경은 미국 사회 전반의 경제적 토양에 있다고 본다.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 미국 경제 경쟁력의 핵심축을 금융산업으로 보는 정부의 시각과, 과도한 규제에 반대하는 사회적 합의가 금융산업 발전의 바탕이 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IB 규제 강화를 위해 추진된 도드-프랭크법조차 시장이나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 제정 후 3년이 지나도록 세부조항들을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이 같은 토양 속에 미 금융산업은 전체 산업의 총산출액 중 8.2%를 차지하며 지난 20년간 미국 경제성장의 핵심 축으로 기여해 왔다.



 우리나라도 최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IB 활성화 기반이 마련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향후 글로벌 사업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여력 같은 발전 잠재력을 고려하면 금융투자산업에 대한 인식 전환과 전략적 투자가 시급하다. 지금까지 제조업 중심으로 경제발전을 이뤘다면, 지식융합시대에는 콘텐트·소프트웨어 등과 더불어 금융투자산업의 산업적 발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수 인력의 잠재력에 전략적 투자가 더해진다면, 한국 금융투자산업에서도 류현진 같은 토종 메이저리거 탄생이 가능하리라 기대한다.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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