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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빛바랜 사진 속 이야기

엄을순
문화미래이프 대표
여기 빛바랜 사진 한 장.



 자그마한 문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무슨 창고인지 가건물인지가 좌우로 죽 늘어서 있고, 일본군 복장을 한 남자 열댓 명이 그 작은 문마다 한 줄로 늘어서 있는 모습.



 일본군 복장만 뺐다면 설날이나 추석 때 고속도로 갓길에 임시로 만들어 놓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는 요즘 풍경과 그리 다르지 않다. 무슨 볼일인데 저러나. 다들 바지춤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엉거주춤한 모습들이 매우 급한 볼일인 게다. 사진 속에는 속옷 차림이야 없지만, 실제로는 짧은 시간에 볼일을 봐야 했기에 바지를 벗고 속옷만 입은 채로 엉거주춤 줄 서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나도 어릴 적 용변이 급할 때는 비슷한 행동을 하긴 했다.



 저 문을 열면 저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한 줄로 서기에는 너무 길어 구불구불, 마치 놀이공원 줄 서듯 한 남자들.



 쪽문 너머 안쪽에는, 하시모토 말을 빌리자면 ‘그 정도로 총탄이 오가는 상황에서 정신적으로 신경이 곤두서 있는 강자 집단에는 꼭 필요한 위안부’가 누워 있었던 게다. ‘그 상황에는 꼭 필요하다는 걸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일’이라는 부연 설명까지 덧붙이며 그가 한 말이다. 그렇다면 저 문 너머 풍경을 상상하는 것. 그리 어렵지 않다.



 하루에 적게는 10명에서 많게는 40명의 일본군을 상대로 성행위를 강요당하던 여성들. 강제로 동원된 여러 나라 여성들 중 당시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국의 여성이 제일 많았다고 한다. 문밖에는 군인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줄을 서 있고, 눈을 감으면 거부했다고 어제 맞아 죽어 들것에 실려나간 친구의 모습도 보이고, 삿쿠라고 불리던 콘돔을 상대 군인이 거부하는 바람에 성병에 걸려서 두드려 맞아 퉁퉁 부은 친구의 얼굴이나 애가 애를 가진 듯한 앳된 어린 친구의 남산만 한 배도 아른거리고.



 자포자기의 마음으로 하루하루 힘겹게 보내었을 그분들의 마음. 어느 누가 알겠는가.



 ‘강제 동원과 관련된 피해자들의 증언은 신빙성에 의문이 있고 일본 정부가 조직적으로 여성을 납치하거나 인신매매한 증거는 없다’고? 공포영화 한 장면같이 ‘억울하다. 내 원수를 갚아달라’며 맞아 죽은 위안부가 귀신으로 나타나 증언할 순 없다. 살아계신 위안부 할머니들 눈에 맺혀있는 한은 왜 읽지 못하며, 처절했던 그때 상황을 피 토하듯 내뱉는 목소리는 왜 듣지 못하는가. 아무리 너희들이 속속들이 감추고 없애버렸다 해도 지금도 계속 들춰지고 발견되고 있는 강제 동원 문건들은 또 왜 외면하는가. 무엇을 내놓아야 인정하겠는가.



 여성의 성 문제만은 어느 나라보다 보수적이었던 그 시절 한국에서 일본 군인들의 성노예가 되겠다고 어리고 어린 여자들이 자발적으로 갔다고? 지나가는 개도 웃겠다.



 배고프던 시절. 일본 군수공장에 취직시켜준다 해서 속아 끌려간 사람. 친구 집에서 놀다 일본군 순사한테 잡혀간 사람. 총 들고 위협해서 강제로 따라간 사람. 그들 말이 안 들리는가. 그때 위생병으로 위안부들의 성병검사를 해주던 마쓰모토 마사요시의 증언도 있다.



 "저 자신이 전범자 같고 제가 본 것에 대해 말하는 것조차 매우 고통스럽습니다. 다 덮어두고 잊고 싶지만 꼭 말해야 될 것 같고 이것에 대해 말하는 것이 제가 이토록 오래 살아있는 이유라고 생각한다”며 흘리는 눈물은 보았는가.



 ‘세계 각국이 위안부제도를 가지고 있는데 왜 일본만이 문제가 되느냐’고? 전쟁하러 가면서 무기와 식량, 솥단지 챙기듯이 군인들 성 해소용 여자들을 조직적으로 챙겨가는 나라. 일본밖에 없다. 부대 이동할 때마다 막사 짓듯이 위안소 지으며 여자들을 성노예로 학대했던 민족. 일본밖에 없다.



 얼마 전에는 전 세계 비정부기구(NGO) 68단체에서 ‘위안부 정당화 발언을 비난’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엊그제는 유엔고문방지위원회가 ‘법적 책임에 따른 배상은 물론이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내놓으면서 아무런 처벌 없이 위안부 문제가 끝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던데.



 하시모토야, 하는 김에 망언 한두 마디 더 해라. 아무래도 그땐 전 세계가 가만있지 않을 것 같다. 과거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할 수 있는 화해란, 없다.



엄을순 문화미래이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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