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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술에 관대한 군대 문화 뿌리 뽑아야

정용수
정치국제부문 기자
지난달 22일 육군사관학교 교내에서 발생한 여생도 성폭행 사건은 군대의 일그러진 음주문화의 단상이다. 이번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이날 식사는 학생들, 아니 초급장교 후보생들에겐 적절치 못한 자리였다. 아무리 축제 기간이라고 하더라도 교수가 주관한 점심식사 자리에 소주 30병과 캔맥주 72개를 펼쳤다고 하니 이는 식사라기보다 술판이었던 셈이다.



 육군은 “생도 27명과 교수·교직원 9명이 종이컵에 소주를 먹고 싶은 사람은 소주를, 맥주를 먹고 싶은 사람은 맥주를, 섞어 마시고 싶은 사람은 섞어 마셨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고를 낸 가해 생도와 피해 생도는 종이컵에 10잔 가까운 폭탄주와 맥주를 마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학내 음주가 금지된 육사생도들이 오래간만에 술을 마셨으니, 그것도 대낮에 과음을 했으니 적은 양의 술로도 이성을 잃을 법하다. 그래서 일부에선 “술이 전도 유망한 생도들의 앞길을 망쳤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개인적인 일로 치부하기엔 사안의 심각성이 크다. 육사는 강한 규율과 엄격한 통제가 생명이다. 건강한 대학 분위기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 대학들조차 교내 음주를 금지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벌어진 육사 술판 소식은 충격 그 자체다. 어떤 설명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육사 측은 축제 기간이란 예외적 상황을 강조하고 있지만 축제 중엔 술을 마셔도 된다는 인식 또한 안이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다. 이런 인식이야말로 술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군대 문화가 빚어낸 참극이다.



 과거에 비해 옅어지긴 했지만 아직도 한국 사회엔 군대 문화의 잔재가 곳곳에 남아있다. 그중 하나가 술 마시는 것을 관대하게 받아들이고 음주로 빚어진 실수를 "남자가 그 정도쯤이야”라고 치부하는 온정적 태도다. 학교 구내에서, 그것도 교수가 생도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술을 권하는 이런 풍토는 생도들의 음주습관과 군대 내 음주문화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으로 별 셋인 육사 교장이 옷을 벗고, 별 하나인 장군 둘도 징계를 받게 됐다. 하지만 장군 몇몇을 징계한 것으로 모든 문제가 끝났다고 봐서는 안 된다.



 과거엔 “군대에 가야 사람이 된다”는 말이 통용됐다. 일부 일리가 있었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발전 동력이었던 군이 최근 개혁의 대상이 되고 있다. 거창한 개혁 방안보다 자기 절제와 인성 교육이 바탕이 된 기초부터 꼼꼼히 점검해야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차제에 육사뿐 아니라 군 당국도 지나치게 관대한 군대 내 음주문화를 혁신할 근본적 방도를 내놔야 할 것이다.



정용수 정치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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