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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아시아 회귀’는 과장 … 균형 잡기가 맞다”



일부 정치학자는 기원전 5세기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 Trap)’ 때문에 발발했다고 지적한다. 아테네의 부상에 대해 스파르타가 느낀 불안감이 전쟁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2013년 상하이포럼에 주요 연사로 참가한 로버트 졸릭(사진) 전 세계은행 총재(2007~2012)는 투키디데스 함정을 인용하며 미국은 21세기의 스파르타가 될 의사가 없음을 확실히 했다. 미국이 중국에 바라는 것은 대화·협력·번영이라는 게 그의 발표문 요지였다. 아직 숙제가 많지만 중국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미국 방문 중 주창한 ‘새로운 유형의 강국 관계’와 오바마 대통령이 3월에 내세운 ‘기존 강국과 신흥 강국 관계의 새로운 모델’ 사이에 접합점이 있다는 얘기였다. 현재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시니어 펠로(senior fellow)인 그를 지난달 26일 상하이에서 인터뷰했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정책이 중국을 자극해 양국을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지게 하지 않을까.
“경제·안보 분야에서 차지하는 아시아·태평양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아시아 회귀’가 사리에 맞지만 이 표현에는 과장이 섞였다. ‘균형 잡기(balancing)’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미국은 중동을 떠날 수 없다. 중동을 떠나 아시아로 가는 게 아니다. 미국이 중국에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지난 60여 년간 미국이 한국·일본·대만·필리핀과 수립한 안보 관계가 이 지역 안정에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영향력이 증대된 중국이 이 지역 이웃 나라들을 불안하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모든 변화는 불안정 요소다. 한국의 통일도 불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서 불안정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통일로부터 얻을 것은 무엇인가.
“한반도 통일 문제에서 추론은 금물이다. 확실한 것은 통일의 주역은 한국 국민이라는 것이다. 나는 1989~90년 독일 통일 과정에 간여할 기회가 있었다. 독일 통일이 달성된 이유는 동독 사람들이 서독 사람들과 하나가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 한국과 미국은 중국과 더불어 ‘일어날 수 있는 사태(eventualities)’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북한 핵무기 처리, 난민 문제 등에 대해서 말이다. (중국이 무엇을 얻을 것인가가 아니라) 한국이 어떻게 통일의 주역이 될 것인가가 중요하다. 중국의 주된 관심사는 안정이다. 특히 북한 붕괴 시 난민들이 중국으로 대량 이주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북한은 중동에 묶여 있는 미국이 두 개의 전쟁을 할 수 없다고 믿는 것은 아닌가. 또한 북한의 주된 관심사는 미국 주도의 세계 자본주의와 싸우는 게 아니라 자국의 생존이 아닐까. 그렇게 보면 북한발 위협은 과장됐다.
“이 논의의 출발점은 북한의 생각이나 논리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중국·한국 인사들도 모르겠다고 한다. 김정은 리더십의 등장과 그와 대(對)군부 관계의 불확실성으로 문제가 더 복잡해졌다. 전쟁의 가능성을 고려하면 안 된다. 북한이 폭력과 위협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게 진짜 이슈다. 군사적 능력만 고려한다면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구조를 바꿀 능력이 있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은 북한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핵심 목표도 전쟁을 하지 않는 것이다. 북한에 달렸다.”

-미국과 영국은 평화롭게 패권을 이양했다. 미국과 중국도 그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영국의 경우 북반구?남반구의 안보와 항로를 미국에 이양했다. 한국·일본이나 동남아 국가들이 미국·중국 사이의 안보·항로 이양에 만족할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

-G2를 달리 표현하면 미·중 공동패권(bigemony)이다. G2는 단계를 거듭하며 진화할 것인가. G2의 예상 수명은?
“미국과 중국이 협력하면 국제사회 다른 나라들이 동참할 것이며 무역·환율 등의 문제에서 양국이 충돌하면 국제체제가 ‘교통체증’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중국만 고려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동아시아만 봐도 일본은 여전히 중요 강국이다. 한국만 해도 10대 경제 강국이며 군사력도 상당하다.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국가들도 영향력이 있다. 미국과 중국이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도 중요하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수십 년간 형상된 동맹관계도 중요하다.”

-중국이 민주화되면 과연 좋기만 할까. 최근 일본이 공세적으로 나오는 것은 결국 선거정치 때문 아닌가.
“중국인은 자신들의 경로와 방식으로 민주화될 것이다. 중국 정치의 미래는 중국인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말하자면, 민주 중국이 결코 국제사회에 위협이 되지 않을 거라고 본다. 대만의 중국인은 민주주의를 실현했다. 한국도 북한의 위협 때문에 민주주의를 할 수 없다는 말이 80년대에 있었다. 그러나 한국도 민주주의 국가가 되지 않았나. 나는 한국이 민주화된 게 잘된 것처럼 중국이 민주화되는 게 좋다고 본다.”

-한국 경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국인은 걱정이 많다.
“역사라든가 강대국 사이에 낀 지정학적 조건 때문에 우려가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그러나 한국은 세계와 자신의 발전 경험을 공유하는 나라다.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에서도 훌륭한 파트너다. 한국의 근심은 싱가포르에서도 발견된다.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근심은 좋은 것이다. 한국이 교육과 일자리를 연계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여성 인력 활용도 한국 경제의 숙제다. 그러나 한국에 필요한 것은 근심보다는 지금까지 잘해 왔다는 긍지다.”

-한국은 19세기까지 사대(事大)라는 형식의 중국 패권을 경험했지만 현재는 많은 한국인에게 미국 패권이 더 편하다. 그런데 미국 민주당-공화당 갈등으로 되는 일이 없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패권보다는 동맹이라든가 파트너십이라는 말을 써달라. 또한 미국 정부만 보지 말고 미국 사회를 보라. 에너지 분야만 해도 정부가 아니라 기업에 맡겨놓고 보니 미국은 2020년까지 에너지 자립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인들은 일자리를 약속하지만 집권하면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양국에서 명문대 출신들도 일자리 걱정을 한다. 경제와 관련해 전 세계가 아이디어의 빈곤에 봉착한 것은 아닌가.
“전혀 그렇지 않다. 경쟁력 있는 경제를 유지하면 새로운 가능성이 반드시 열린다. 과거의 경제사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진리다.”

상하이=김환영 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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