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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안 끝난 지하 저장소 … 폐기물 이미 2536드럼 쌓여

지하 130m 에서 공사 중인 경주 방사성 폐기물 처 분장. 공사가 끝나지 않았지만 이 처분장에는 벌써 폐기물(오른쪽)이 반입돼 쌓여 있다. [정승윤 JTBC VJ]

경북 경주시 양남면 읍천리 바닷가에는 삼각형·육각형의 아름다운 바위기둥들이 줄지어 서 있다. 용암이 빠르게 식는 과정에서 생긴 주상절리다. 지난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주상절리 옆 해안길을 따라 5분 정도 자동차로 가면 월성원자력발전소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전 바닷가에 있는 월성원전 1·2·3·4호기와 신월성원전 1·2호기를 뒤로하고 산중턱에 오르니 ‘사용후 (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이 눈에 들어왔다. 출입허가서와 원전 출입증을 맡기고 방사선 방호복, 장갑, 모자를 착용하자 안전관리요원은 ‘자동개인선량계(ADR)’를 가슴에 착용하라고 했다. “발전소 내 방사선관리구역을 출입할 때는 인체의 방사선 피폭량을 측정하는 이 장비를 반드시 휴대해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30분을 준비한 끝에 핵연료 저장시설에 들어섰다. 직경 3m, 높이 6.5m 크기의 대형 원통형 핵연료 저장시설(캐니스터) 300개가 빼곡했다. 그 위엔 ‘맥스터’라 불리는 조밀건식저장시설(가로 21.9m, 세로 12.9m, 높이 7.6m) 7개가 있었다.

 전찬동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 연료팀장은 “2010년 4월 캐니스터가 꽉 차 이후부터 맥스터에 사용후 핵연료를 넣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팀장은 “2018년 8월이면 이 시설도 포화 상태에 이른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월성 원전 옆에 위치한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분장 건설 현장. 지하 130m의 땅속에 동굴을 만들어 높이 50m, 직경 30m의 돔 모양 시설 6개를 만드는 공사다. 2006년 1월부터 시작한 이 공사는 내년 4월이면 마무리된다. 현재 공정률 95%다. 김두행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토건실 팀장은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할 때는 24시간 내내 교대로 작업을 해야 한다” 고 말했다.

 아직 공사가 마무리되지도 않았지만 이미 2010년부터 방사성 폐기물이 반입돼 2536드럼이 쌓여 있다. 성석현 인수운영실장은 “울진과 월성 원전의 중저준위 폐기물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반입했다”며 “올해도 2000드럼가량을 추가로 반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주에 건설 중인 처분장엔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만 저장할 수 있다. 하지만 시설이 완공되지 않았는데도 이미 폐기물이 쌓이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원전 내에 있는 사용후 핵연료 임시 저장 시설이 조만간 포화 상태에 이르게 되지만 정부가 아직도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추세라면 고리원전 2016년, 월성 2018년, 영광 2019년, 울진은 2021년에 각각 포화 상태(일부 원전은 저장방식 변경해 기간 연장 가능)를 맞게 된다. 벌써 이미 몇몇 원전은 용량이 넘쳐 주변 원전 시설로 옮겨 저장하고 있다.

 윤상직 산업통상부 장관은 “올 상반기 중 (핵연료 중간저장시설)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중간저장 시설을 건설하는 데 공론화(1년6개월), 부지 선정(3년), 건설(7년) 등 11년가량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임시저장 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기 전에 중간저장 시설을 건설하기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원전업계 관계자는 “시한폭탄처럼 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는 시점은 다가오는데 정부는 우왕좌왕하고 있다”며 “ 원전을 가동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경주=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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