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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쓰레기 둘 데 없어 재처리 필요' 논리, 미 수긍 안 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월성 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 핵연료 건식 저장 시설(캐니스터). 원내는 저장 시설에 보관 중인사용 후 핵연료 한 다발. [정승윤 JTBC VJ]

한·미 양국이 3일부터 이틀간 한·미 원자력협력협정 개정 협상을 벌인다. 2년 시한의 ‘재도전’ 기회다.

 정부는 앞선 협상에 이어 계속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 ▶저농축 ▶원자력발전(원전) 수출 경쟁력 강화란 세 가지 목표를 향하고 있다. 미국은 이 중 재처리·농축에는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일 “창의적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접근법이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교사(反面敎師) 차원에서 앞선 협상의 취약점을 짚어본다.

 ◆정권 바뀌면서 강조점 달라져=개정 협상은 이명박정부 때인 2010년 10월부터 시작됐다. 당시에도 세 가지 목표를 추구했으나 강조점이 달랐다. 협상 사정에 밝은 정부 당국자는 “그때는 원전 수출과 관련된 부분을 개선시키려고 한 것”이라며 “(지금처럼)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에 주목했던 게 아니다”라고 전했다.

 재처리·농축, 특히 재처리가 강조된 건 박근혜정부 들어서다. 박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었다. 협정 개정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고 미국 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강하게 요청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때도 이 문제를 제기했다.

 문제는 협상의 연속성이 약하다는 점이다. 협상팀 입장에선 이명박정부 때 26개월간 5차례 협상할 때 우리 정부 측이 강조하던 내용과 현 정부 들어 약 2개월간 한 차례 협상에서 강조한 내용이 달라져서다. 더욱이 정부조직 개편이 늦어져 협상팀이 본격 가동된 건 2개월여에 불과했다. 인력도 외교부 대사급 1명 등 고작 5명뿐이었다. 촘촘하게 대비하기엔 시간도 인력도 태부족이다.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최근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 충분히 원자력 협상팀에 인원을 할당하지 못하는 애로사항이 있다”고 공개 토로할 정도였다.

 ◆사용후 핵연료 저장, 꼭 협정 개정돼야만 가능한가=박 대통령의 주요 논리는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이 2016년 포화되니 사용후 핵연료를 재활용(재처리)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원자력협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거였다.

 상당수 전문가는 그러나 “미국을 설득하기엔 취약한 논리”라고 지적한다. 외교 당국자도 “포화 문제를 원자력협정에서 해결해야 되는 것처럼 자꾸 얘기할 건 아니다”라고 했다.

 사실 지금껏 사용후 핵연료 정책은 저장시설 추가 확보 쪽이었다. 2004년 “중간저장시설 건설 등을 포함한 사용후 핵연료 관리방침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국민적 공감대 위에서 추진한다”는 방침을 정했고, 지난해엔 “2024년까지 중간저장시설을 짓기 위해 내년 중 공론화위원회를 꾸린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르면 7월 중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할 예정이다. 이 과정을 잘 아는 정부 측 인사는 “사용후 핵연료 처리문제는 우리끼리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재처리 요구는 비핵화 원칙과 상충="원자력협정이 개정돼야 재처리할 수 있다”는 논리에도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원자력협정뿐 아니라 1991년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 요인도 있어서다. 일종의 ‘이중 규제’인 셈이다.

 사실 미국산 원료·기술·원전에서 나온 게 아니면 지금도 우리가 재처리를 할 수는 있다. 그럼에도 그동안 하지 않은 것은 우리 스스로 국제사회에 밝힌 비핵화 선언 때문이다. “김영삼정부 시절 재처리를 민간주도 형식으로 추진했지만 김대중정부가 출범하면서 북한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중단됐다”(김석우 전 통일원 차관)는 증언이 나오는 까닭이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비핵화의 본질은 농축·재처리를 안 한다는 것인데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우리가 하겠다고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비핵화의 틀을 깰 건지부터 정치적 결단과 고민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재처리해도 경제성은 의문=재처리가 강조되는 데 대해 우려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미국도 카터 행정부 이후 재처리를 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선 경제성도 없다는 판단에서다. 익명을 요청한 한 환경 전문가는 “핵무기를 안 가진 국가 중 일본만 재처리를 허용받았지만 결국 제대로 안 돼 중간저장시설을 짓고 있다. 재처리의 실익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재처리를 핵 주권과 동일시하면 부작용 나올 수도=외교 당국자는 “(박 대통령의) 강력한 메시지 전달에 미국이 충격을 받을 정도였고 미국도 상당한 입장의 전환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문제를 지나치게 공론화할 경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핵 주권을 가져야 한다는 여론이 7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마치 핵 주권으로 받아들여 미국을 향해 왜 우리에게 못하게 하느냐는 쪽으로 여론이 돌 수도 있다. 오히려 한·미 관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과학계에선 박 대통령의 의중에 장순흥 KAIST 교수(양자공학)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장 교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구였던 장우주 전 대한적십사자 총재의 아들로 대통령직 인수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장 교수는 “대통령에게 의견을 전달했지만 나 말고도 다양한 경로로 듣지 않았겠느냐”고만 했다.

고정애·강태화·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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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