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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민사조정 사건, 로스쿨 교수·학생이 맡는다

남편 살해 혐의를 받고 있는 젊은 부인. 증인으로 나온 남자 청소부가 그녀와 불륜 관계라고 주장하자 법정 안은 술렁거렸다. 유력한 살인 동기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스쿨 여학생인 엘은 미망인을 변호하는 로스쿨 교수(변호사)에게 “청소부가 동성애자 같다”고 보고한다. 휴정 시간에 증인과 마주쳤을 때 보통 남자들은 모르는 자신의 구두 브랜드를 알고 있었다는 게 단서였다. 결국 반대심문에서 청소부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미망인은 무죄를 선고받는다. 뮤지컬·영화로 유명한 ‘금발이 너무해(Legally Blonde)’의 한 장면이다. 이처럼 미국에선 로스쿨 학생들이 민·형사 사건 해결 과정에 법률 보조자로서 적극 참여한다. 조만간 국내 로스쿨 학생들은 이보다 진일보한 경험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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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중앙지법은 관내 로스쿨인 고려대·성균관대·중앙대 로스쿨을 법원연계형 조정기관으로 지정해 3일 협약식을 갖는다고 밝혔다. 이들 로스쿨은 이달부터 법원으로부터 조정사건을 배당받아 교수·학생들이 협력해 사건을 처리하게 된다. 고려대에서는 법관 출신인 정영환(53·연수원 15기) 교수와 변호사 출신 김제완(51·17기)·차진아(39·여·31기) 교수가, 성균관대에서는 법관 출신인 이해완(50·17기) 교수와 민법 전문가인 권철(44) 교수, 중앙대에서는 중재사건 전문가인 이규호(46) 교수가 새 조정위원으로 위촉된다.

 법원은 세 곳의 로스쿨에 월평균 10~30건의 조기조정 사건을 배당할 계획이다. 법원은 조기조정 사건 중 해당 대학이 위치한 지역 현안 사건, 인근 주민들 간의 분쟁, 교수·학생의 전문성이 필요한 사건을 우선 배당할 예정이다. 이영진 서울중앙지법 조정 전담 부장판사는 “민사사건을 정기적으로 배당해 로스쿨에서 조정하는 것은 국내 첫 시도”라고 설명했다.

 로스쿨에 배당된 사건들은 조정위원인 교수들의 책임 하에 조정을 시도한다. 로스쿨 학생들은 로클럭(재판연구원)으로 참여해 자료조사나 법률 검토 등을 맡게 된다. 조정이 성립하면 2주 안에 당사자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경우 확정된다. 조정위원들에게는 건당 7만원이 지급되며 학생들은 원칙적으로는 무보수다. 정영환 고대 교수는 “학생들이 로클럭처럼 실제 사건의 법률적 쟁점들에 대해 조사하고 결론을 내는 전 과정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며 “한두 명의 전문가가 아니라 많게는 수십 명의 로스클생이 관여하므로 보다 깊이 있는 조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법학뿐 아니라 경영학, 회계학, 공학 등 다양한 전공을 지닌 로스쿨 학생을 적극 활용한다는 취지다.

 이영진 부장판사는 “해상보험 사건같이 법관들이 잘 모르는 분야인 경우 해당 법을 전공한 로스쿨의 조정위원에게 배당하는 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조정 사건은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에만 6243건이 회부됐다.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3266건이 들어오는 등 폭증하는 추세다. 각계 인사들로 구성된 10명의 조정위원들과 서울변호사회 등 외부 연계기관들이 분담하고 있지만 힘에 부치는 상황이다.

 법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학업·연구가 본업인 교수와 학생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사건을 배당할 경우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박민제 기자

◆조기조정제도=민사사건에서 첫 재판이 열리기 전에 조정하는 분쟁해결 절차. 일반 민사사건 중 건물 인도나 공유물 분할, 임대차보증금 반환, 물품 대금이나 손해배상 청구 등의 사건이 대상이다. 조정이 실패하면 다시 소송 절차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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