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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용의 우리 역사 속의 미소] 마부와 순종의 미소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
말은 역사 이래로 인간과 가장 가까운 관계를 맺어온 동물 중 하나다. 중요한 운송수단이 되기도 하고 전쟁기에는 기동성을 발휘하는 전투수단이 되기도 했다. 또한 통신교통수단(驛)이나 밭갈이용으로도 소와 함께 이용되었으며 인류의 사회·경제·군사·문화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한편 하늘로 죽은 자의 영혼을 말이 인도한다는 인식에서 무덤의 부장품으로도 사용되고 죽은 왕의 영혼을 지키기 위해 왕릉 앞에 세워지기도 했다.

 이 기마인물형 토기는 출토지가 아직까지 명확히 판명되지는 않았으나 대체로 신라와 가야 지역 일대에서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말의 눈은 앞머리털이 내려와 덮인 형태로 순박하게 표현했다. 사람은 말과 함께 밀착해 얼굴만이 강조되고 하체 부분은 말의 다리에 거의 붙어 있는 생략된 형태다. 긴 얼굴에 코는 매부리코처럼 높고 길고 눈과 입은 가는 선으로 눈웃음을 치며 빙그레 웃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지극히 선한 표정으로 말과 함께 호흡하며 순종하는 마부의 미소가 돋보인다.

작자미상 ‘기마인물상-마부’. [온양민속박물관 소장]
 말은 인간에게 상서로움을 주는 길조의 상징으로 친근하게 다가왔다. 백마를 타고 온 왕자, 10월 상달에 지내는 고사도 말날을 길일로 택한다든가, 장 담그는 날도 말날이다. 말과 관련된 설화는 신라, 고구려, 백제 모두에 전해 내려온다. 백마가 하늘로 올라간 자리에 큰 알에서 태어난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 이야기, 또한 고구려 시조 주몽의 어머니 유화부인이 주몽이 동부여에서 나올 때 준마와 오곡의 종자를 들려 보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고려 말기에 사회가 부패하고 혼돈스러울 때 가정 이곡 선생이 말을 빌려 탄 이야기 『차마설(借馬說)』을 지어서 경각심을 일깨웠다는 고전은 유명하다. 조선시대에는 말의 생산은 나라를 부하게 한다고 생각해 말의 증산에 힘썼다. 그만큼 말은 역사 발전에 크게 기여했던 것이다. 현대에 와서 말의 용도는 많이 달라졌다. 비록 말은 못해도 우리와 함께하며 역사에 큰 공로를 세운 동식물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질 때가 되었다.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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