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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의 시시각각] ‘대동강의 기적’을 위하여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한반도 정세가 기록적으로 변하고 있다. 주변국들이 북한을 엄격하게 다루기 시작한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김정은의 특사를 차갑게 대했다. 과거 조·중 혈맹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한국 국회 방문단에 “중국과 북한은 일반 국가 관계”라고 말했다. 혈맹을 공개적으로 부인한 것이다. 점점 더 많은 중국 지식인이 “중국은 북한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조건을 달기는 하지만 이들은 한국 주도 통일까지 지지한다.

 미국은 북한의 ‘20년 사기극’에 더 이상 속지 않을 태세다. 최용해 특사가 6자회담을 언급했지만 미국은 시큰둥하다. 핵 포기가 없는 한 대화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본토에서 ‘괴물 전략폭격기’를 보내 한반도에서 폭격훈련을 했다. 미국 대통령들은 선거만 다가오면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 북한에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곤 했다. 오바마는 마지막 임기라 그런 부담이 없다. 그는 북한 문제를 진지하게 다룰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뢰 프로세스를 제안해 놓기는 했다. 하지만 이는 이론적인 제스처일 가능성이 크다. 현실 정책으로는 작동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도 무작정 프로세스를 시작하지는 않을 것이다. 박근혜는 북한의 도발과 개성공단 폐쇄에 단호히 대처하고 있다. 북한 문제의 본질을 빠른 속도로 이해한 것이다. 그는 매우 신중한 스타일이다. 적어도 김대중·노무현처럼 북한에 끌려 다니는 실수는 없을 것이다.

 한반도 주변에서 벌어지는 변화는 새로운 미래를 예고하는 것일지 모른다. 올해로 분단 68년이다. 오랜 세월 참으로 많은 고통이 있었다. 북한의 전쟁과 도발로 많은 이가 죽었다. 이런 희생도 소용이 없는 것인가. 한반도에는 인류 역사상 가장 끔직한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북한에 송환된 9명은 체구가 너무 작다. 15~23세라는데 남한 중학생 수준이다. 북한 국민은 오랫동안 제대로 먹지 못했다. 지금 북한 청소년은 남한보다 10여㎝가 작다. 북한 강제수용소에는 10여만 명이 갇혀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수는 없다. 뭔가 개혁이 일어나야 한다.

 현대사에서 강 이름이 붙은 개발의 기적은 두 개다. 독일 라인강과 남한 한강이다. 라인강은 스위스 알프스 산맥에서 발원하여 독일을 지나 북해로 빠진다. 1945년 서독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해 잿더미가 됐다. 하지만 폐허에서 일어나 경제 기적을 이뤘다. 50~73년 연평균 5.9% 성장을 기록했다. 통일 독일은 지금 다시 한번 경제 기적을 만들려고 한다.

 북한에는 대동강이 흐른다. 강물은 낭림산맥 한태령에서 시작해 450㎞를 달려간다. 평양을 가로질러 남포에서 서해로 흘러 든다. 대동강은 유역이 넓고 수량이 풍부하다. 그래서 고구려가 이곳에 풍성한 문화를 만들 수 있었다. 지금도 대동강은 아름답다. 금수산 모란봉에는 신록이 우거지고 섬에는 능수버들이 춤 춘다. 강물은 능라도를 감싸 안으며 주체사상탑 옆으로 풍성하게 흐른다. 강변에선 공화국의 청춘 남녀가 사랑을 속삭인다.

 그러나 강 바닥에는 다른 게 있을 것이다. 피폐한 생활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의 한숨이 있다. 수용소에 갇혀 있는 이들의 비명이 녹아있다. 북한의 핵 개발이 만드는 한반도의 불안이 깔려 있다. 이제 이런 강을 다른 강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남한 4대 강을 개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대동강을 개발해야 한다. 두껍게 퇴적된 과거를 준설하여 새로운 문명의 강물이 넘치도록 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아버지는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 딸은 취임사에서 ‘제2 한강의 기적’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그런 경제부흥은 물론 시급하다. 하지만 대동강도 잊어선 안 된다. 한강만큼 대동강의 기적도 중요하다. 대동강이 박근혜를 부른다.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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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