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우리금융 분리매각 '값보다 속도' 승부수

정부가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지주사를 통째로 팔지 않고 계열사를 쪼개 파는 분리매각 방식이다. 총자산 320조원의 거대 금융회사를 통째로 살 만한 후보자가 없다는 현실적 판단 때문이다.

계열사 먼저 팔고 우리은행 마지막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1일 출입기자와의 산행에서 “우리금융 민영화는 자회사 분리매각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분리매각한다면) 경남·광주은행과 같은 지방은행부터 매각을 시작해 우리은행을 마지막에 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잠재적 인수 후보자가 있는 지방은행과 우리투자증권 등의 계열사를 먼저 팔아 몸집을 가볍게 한 뒤 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 매각에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신 위원장은 또 “민영화를 내년 말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 확정된 방안은 아니기 때문에 일괄매각방식을 완전히 배제했다고는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두 차례 회의를 거쳐 오는 26일 우리금융 민영화 방식을 최종 발표한다.


 신 위원장의 구상은 박근혜정부의 우리금융 민영화 원칙이 역대 정권과 확연한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정부가 번번이 실패한 원칙인 ‘일괄매각을 통한 공적자금회수 극대화’ 대신 ‘분리매각을 통한 조속한 민영화’를 우선 원칙으로 정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신 위원장은 “프라이스(가격)보다 스피드(속도)가 중요하다”며 “제아무리 강남 아파트라도 잘 나갈 때 호가 10억원으로만 내놓으면 살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은 김대중 정부 말기인 2001년 한빛·평화·광주·경남은행과 하나로종금 등 5개 계열사를 거느린 지주사로 설립됐다. 당시 2005년 3월까지 지분율을 50%로 줄이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아 매각한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매수자를 구하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는 민영화 시한을 2008년 3월로 연장했지만 또다시 매각에 실패했다. 2007년 11월 금융지주회사법상 우리금융 매각 시한이 삭제되고 ▶공적자금회수 극대화 ▶금융시장 발전 ▶조속한 민영화 등 3대 원칙이 매각 기준으로 공식화됐다.

 논의가 뜸하던 우리금융 민영화에 불이 붙은 건 2008년 이명박정부 출범 뒤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이 먼저 ‘민영화’를 들고 나왔다. 정부와 우리금융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세 차례 일괄매각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다. ‘메가뱅크(대형은행)’ 육성론에 힘입어 산은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등이 관심을 보였지만 정치권의 특혜 논란(산은지주)과 시너지 효과를 의문시하는 사내의 반대 의견(KB지주)이 발목을 잡았다.

공적자금 회수 위해 현실적 선택

 이런 역사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대체로 신 위원장의 분리매각 방침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서라면 분리매각이 일괄매각보다 낫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정부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아 공적자금을 회수하겠다는 원칙에 매달린 13년 동안 역설적으로 우리금융의 가치는 점점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실제 2006~2007년 2만5000원을 넘었던 우리금융 주가는 현재 1만2000원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은행 인수 희망자 3곳 있다”

 우리금융 민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총자산 247조원의 우리은행이다. 신 위원장은 “매각주관사의 조사에 따르면 지금도 우리은행 인수 희망자가 적어도 세 곳은 있다”며 “우리은행을 아주 매력적인 매물로 만들어 인수후보자들이 뛰어들어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다른 계열사를 모두 판 뒤 지주를 최대한 작게 만들어 우리은행과 합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신 위원장의 구상에 의문을 품는 의견도 있다. 금융권의 또 다른 인사는 “광주은행·경남은행·우리투자증권 등의 계열사는 매각을 원하는 곳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은행은 거대한 조직과 노조의 강력한 반발에 따른 구조조정 어려움 때문에 인수 후보자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시장에서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KB금융지주가 우리은행을 인수해 KB국민은행과 함께 ‘투 뱅크(Two Bank)’ 시스템으로 가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렇게 하면 구조조정 없이 현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은행 노조와 우리은행 노조는 지난달 31일 공동회의를 열어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간의 인수합병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모았다. 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인적 구조조정이 필연적으로 뒤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두 은행이 합쳐지는 것은 방식이 뭐가 됐건 결사반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KB금융 회장 선출 개입 안해”

 한편 신 위원장은 이번주 차기 회장이 내정되는 KB금융지주에 대해 “민간 금융회사이기 때문에 절대 인사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병덕 KB국민은행장과 함께 유력 후보인 임영록 KB금융 사장을 두고 ‘관료 출신이라 내부 사정을 잘 알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데 대해서는 “임 사장은 KB금융에 몸담고 있기 때문에 외부 인사로 보기 애매하다”며 “관료도 전문성이 있으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조선·해운·건설이 어려운데 경기침체 때문인지, 경영을 잘 못해서인지 옥석을 가려 상시 구조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대외 요인으로 일본의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기부양책)와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을 꼽았다.

이태경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